주택들이 촘촘히 들어선 택지지구에서 담장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건축 요소이자, 주택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마지막 한 수다. 거주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면서, 지나는 이들에게는 흥미를 유발하는 원동력이 되는 담장. 그로 인해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는 주택을 만났다.
취재 임수진 사진 변종석
인천 한화지구의 단지 초입, 라임스톤과 금속패널로 깔끔하게 마감된 ㄱ자 집이 들어섰다. 이 집의 이름은 ‘총명한 지혜와 두터운 인망으로 이곳에서의 삶이 행복이어라’는 의미의 ‘세봉’. 대지를 따라 앞마당을 둘러싼 아이보리 톤의 담장이 주택의 견고함을 한층 강조한다. 많은 이들이 오고가는 길목에 자리한 만큼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건축가에게는 중요한 숙제였다. 지나치게 오픈된 공간이 야기하는 생활의 불편함에 대한 고민과, 적절한 닫힘과 열림이 조화를 이루도록 해법을 제시해야 했다. 또한 마당에 대한 건축주의 높은 기대치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가족이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으로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거리낌 없이 생활할 수 있는 마당을 바랐기 때문이다. 결국, 단순히 건물의 이미지보다는 ‘마당을 어떻게 계획할 것인가’가 초기 설계의 가장 중요한 방향이 되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인천시 남동구 대지면적 : 343.10㎡(103.78평) 건물규모 : 지상 3층 건축면적 : 162.88㎡(49.27평) 연면적 : 289.50㎡(87.57평) 건폐율 : 47.47% 용적률 : 84.37%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10.22m 공법 : RC조 구조재 : 철근콘크리트 지붕재 : 금속패널 단열재 : 가등급 비드법 보온판 외벽마감재 : 라임스톤, 금속패널 창호재 : 이건시스템창호 설계 : 유한건축 유하우스 1544-9801 www.u-haus.co.kr
하얀 라임스톤의 매스로부터 길게 이어진 담벼락을 따라가다 보면 선명하게 눈길을 끄는 대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제일 처음 가벽을 만나게 되는데, 진입과 동시에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장면을 한번 걸러주는 동시에 그림 등을 걸 수 있는 아트월의 역할도 담당한다. 둘러쳐진 담장은 편평한 잔디밭에 멋들어진 수형의 소나무로 수놓아진 마당을 온전히 품고 있다. 아래층의 거실과 주방, 식당을 비롯해 2층에 위치한 각 침실이 모두 마당을 향한다. 이로써 내부의 모든 행위와 움직임은 마당과 연결되어 일어나게 된다. 거실 앞쪽으로는 널찍한 데크를 마련하여 실용적인 휴게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실내에서 바라보는 구획된 마당공간은 예상과 달리 내부에서의 시야를 더욱 확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흔히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창마다 블라인드를 내린 다른 집들과 달리, 이 집 거실과 주방의 전면창은 아무런 제약 없이 벽면을 꽉 채우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기대 이상의 넉넉함과 안정감은 모두 높은 담장 덕분이다.
실내는 안주인의 감각이 빛을 발한다. 공용공간은 외부의 라임스톤 컬러와 베이스 톤을 맞추고 고전미가 물씬 풍기는 미술작품들과 모던한 가구들로 연출했다. 각 공간이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통유리문으로 구획을 나눈 것 또한 눈여겨 볼 만하다. 2층은 자녀들을 위한 공간과 복도 등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들이 엿보인다. 가족실을 비롯한 모든 방향에서 마당이 내려다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마루 바닥재를 사용해 안정감을 더했다. 3층에 마련된 스파룸은 가족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다. 건물의 사선제한을 최대한 활용해 계절에 무관하게 온가족이 모여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소통공간을 완성하였다.
INTERIOR SOURCES 내벽 마감 : 천연페인트 바닥재 : 구정마루, 복합대리석(델리카토) 욕실 및 주방 타일 : 수입타일 주방 가구 : 리첸 계단재 : 자작나무 포인트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마당’이다. 계절마다 꽃과 열매가 가득한 화단과 텃밭,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푸른 잔디밭을 꿈꾸며 주택으로 이사 온 건축주에게 만족을 선사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설계는 시작된다. 특히 세봉의 마당은 아이들의 놀이터인 동시에 어른의 공간이기도 하다. 높은 담장 안에서는 더 이상 타인의 눈치를 보거나 체면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의 부모로, 때로는 공간을 누리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마당을 공유한다. 담장이라는 물리적인 요소가 심리적인 한계를 허물어준 것이다. 마당에서의 생활이 늘어가면서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도 눈에 띄게 길어지고, 각자의 공간에 있는 시간조차 마당을 구심점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하는 집. 궁극적으로 주택과 공간이 가족의 삶을 바꿔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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