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도 아주 시골이라는 애월읍 장전리의 농가를 개조한 아담한 카페. 화사한 외관이 늘 따뜻하고 싱그러운 제주를 닮았다. 이곳에서 제주살이 3년 차에 접어든 임휘, 김수연 부부와 4살 효엘이, 8개월 나엘이를 만났다.
감귤창고를 직접 리모델링한 카페 내부에 부부가 서울에서 가지고 있던 가구와 소품들을 그대로 옮겨 왔다. 테이블, 의자, 조명 하나까지 모두 직접 사용하던 것들이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제주도 이민’ 열풍이 불고 있다. 제주 곳곳에서 농가를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운영하는 청년 혹은 젊은 부부, 가족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카페 하루하나의 주인 임휘, 김수연 씨 부부는 이들의 선배격으로, 제주 귀촌이 아직 낯설고 어려울 때 용감하게 제주살이를 선택한 가족이다. 2011년 초 첫째 딸 효엘이가 100일 되던 날 제주로 내려온 그들은 집과 카페를 리모델링하고, 작년 2월 카페를 오픈했다. 이곳에 자리 잡기 전에도 부부는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카페 하루하나’를 운영했다. 연극, 뮤지컬 등의 문화가 가득한 그 곳에서 언젠가 1층에는 카페, 2층엔 게스트하우스, 3층엔 살림집을 꾸리는 것이 두 사람이 늘상 이야기하는 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 휘 씨는 문득 ‘꼭 서울이 아니라면 지금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나 여행으로 자주 드나들었던 매력적인 섬, 제주에서라면 미래의 일로만 여겼던 것들을 지금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한 달은 펜션에서 지내며 제주를 좀 더 둘러보고 살 곳을 정한 후, 나머지 두 달 동안 살림집을 고쳐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제주에 정착하는 일이 계획처럼 순조롭지는 않았다. “집과 땅을 계약했는데, 살고 계시던 할머니가 집을 비워주시지 않더라고요. 아직 갈 곳을 준비하는 중이라며(웃음). 도시 같으면 바로 ‘당신 계약 위반이야!’라고 내쫓을 상황이지만, 그분도 이 동네 사람인데 어울려 살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마냥 기다렸죠.” 집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이번엔 행정적 문제가 터졌다. 살림집으로 삼을 농가 일부가 옆집 땅 위에 걸쳐 있어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발에 땀 나도록 시청에 드나들며 각종 서류도 준비하고 측량도 다시 했지만, 돌아오는 건 여전히 ‘철거하라’는 대답뿐이었다.
카페 곁의 아담한 노란색 집은 가족의 살림집이다. 아직 손볼 곳이 남았지만, 직접 디자인해 만든 싱크대와 세심하게 신경 쓴 조명, 계절마다 어울리는 패브릭으로 꾸미는 거실 등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큰 창으로 자연을 보며 각종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거실은 아이들을 위한 또 하나의 놀이 공간이다.
카페로 개조하기 전 감귤창고의 모습. 마당에는 전에 살던 할머니가 심어놓은 감자, 콩, 깨 등의 작물과 비닐하우스가 있었다. 지금은 허브를 심고 초록 잔디를 깔아 효엘이가 마음껏 뛰어노는 카페 앞마당이 됐다.
카페 앞마당에서는 부부가 직접 기획한 아트마켓 ‘반짝반짝 착한 가게’가 열리기도 한다. 건강한 먹거리나 핸드메이드 소품과 액세서리 등이 직거래 되고, 간간이 공연도 곁들여진다.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정직한 거래를 기본으로 또 하나의 문화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직접 칠하고 꾸민 카페 내부에는 부부의 손때가 묻은 물건이 많다. 카페 한쪽에 자리 잡은 피아노는 성악을 전공한 수연 씨가 어릴 적부터 연주하던 것. 그 위의 화병들도 모두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들이다.
제주에서의 삶이 겉보기엔 여유롭고 멋져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것은 환경이나 경제적 이유보다 넉넉해진 마음에서 오는 것들이다. 마당과 데크 관리, 카페의 소품들을 정리·청소하고 예쁜 모습을 유지하는 일 등 이곳의 일상은 바쁘게 돌아간다.
카페와 마당은 효엘이의 놀이터다. 아이가 뭐든지 직접 해볼 수 있도록 매일 곁에서 도와주고 놀아주는 아빠 휘 씨. 효엘이가 내린 커피의 맛과 향도 아빠, 엄마의 솜씨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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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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