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연 곁으로, 흙 가까이 가고 싶은 것은 하늘의 이치일까. 흙 말고는 어떤 것도 첨가하지 않은 순수 토담벽에 국산 소나무로 지붕을 엮은 현대 흙집을 만나본다.
[HOUSE PLAN]
현관문 제작하기 250㎜ 'ㄷ'자 철판(찬넬)을 사용해서 문틀을 제작하고 송판은 두께 4㎝, 넓이 15㎝, 길이 215㎝ 규격으로 12장을 사용한다. 송판 끝부분을 'ㄴ'자 모양을 따내서 겹쳐시공하면 나무가 말라도 벌어진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목재 현관문 안쪽으로는 PVC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기밀을 높였다. 지붕 올리기 보를 걸고 서까래를 올린 후, 천장 루버 작업을 한다. 그 위에 천을 덮고 단열재 역할을 하는 흙을 올린다. 이때 흙은 마른 흙으로 최소 20㎝ 이상은 덮어야 단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위에 트러스 작업을 하고 기와를 얹는다. 지붕 속에 환풍기를 설치하면 한여름 지붕 안의 데워진 공기를 빼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거실에서 불 때는 함실 구들방 구들정개는적벽돌과 흙 모르타르를 이용해 높이 50㎝ 정도로 쌓는다. 구들방 바닥을 고를 때 윗목 쪽(굴뚝이 나가는 쪽)을 10㎝ 정도 높게 해 불이 잘 나갈 수 있도록 한다. 함실 위로는 보강철을 설치하고 그 위에 구들장을 올린다. 구들장으로 현무암 판재를 깔고, 진흙 모르타르로 틈새를 막은 후 직접 불을 때 연기가 새는 부위가 없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건물 밖으로 굴뚝을 세우려면 먼저 굴뚝 개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개자리는 고래보다 낮아야 되며 반드시 바닥에 방습을 해 주어야 불이 잘 든다. 굴뚝은 연도를 이용해 처마보다 높은 키로 하고, 연도와 굴뚝이 만나는 지점에 환풍기를 단다. 창호 공사와 벽체 미장 흙집의 창호 틀을 목재로 짜면 시간이 지나면서 틈이 생기고, 흙의 하중을 받치기도 버겁다. 특히 토담집은 두께만 50㎝에 이르고 보와 서까래를 거는 한옥 지붕은 무게도 상당하다. 이 집은 철 구조물로 보강 창틀을 만들어 토담을 칠 때부터 인입해 양쪽 날개에도 흙을 넣어 시공했다. 거실 보강 창틀만 해도 무려 무게 915㎏에 달하는 구조물이다. 여기에 이중 창틀을 분리해 바깥쪽으로 페어유리를 끼고 40㎝를 띄어서 안쪽으로도 22㎜ 창틀을 시공해 놓으면 방음이나 단열 효과가 만족스럽다. 벽체는 토담 안쪽으로 목재 틀을 세워 양모단열재를 시공했다. 건축법상 단열 성능이 강화됨에 따라, 고심 끝에 화학물질이 전혀 없는 단열재로 선택한 것이다. 내벽은 코코넛 섬유질을 섞은 순수한 황토 모르타르를 바르고 흙이 묻어나지 않도록 건조 후 또 한 번 맥칠을 했다. 흙집의 명품, 토담집에 살며 건축주가 이 집에 입주한 지도 1년이 지났다. 애초 한옥을 짓고자 여러 집들을 답사하고 고민한 끝에 토담집을 선택했지만, 사계절을 보낸 후 건축주는흙집 예찬론자가 되었다. "몇 년 지난 한옥을 가 보니 나무와 흙이 갈라지고 바람이 드는 문제가 여지없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담틀집은 틈 하나 없이 견고해 집 안에 들어가 앉으면 무슨 요새 같아요. 지금도 방문을 열 때마다 흙과 나무가 섞인 기분 좋은 냄새가 풍기죠. 몸을 정화시키는 집이라 표현하고 싶어요." 건축주는 밭농사를 짓고 정원을 가꾸는 빠듯한 일상에도 흙집에 기대 피로를 날리고 내일을 고대한다. 옛 토담집은 새로운 기술력을 더해 이렇게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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