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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땅이야기] .특히 주택은 일정한 경향을 띄는 것 같습니다
돌핀님 작성글 전체보기 추천 1 | 조회 526 | 2018.04.16 10:17 | 신고

단정하고 겸허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축을 보고 있노라면 그 건물에 자연스레 투영된 건축가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말과 행동을 건축으로 담아내려 노력하는 건축가 정기정과 그의 작품이 바로 그렇다.

↑ 대전 하기동에 설계한 주택




2010년. 비(非)유학파가 두각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았던 시절, 국내파인 정기정 소장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지금까지도 건축계에서 두 고두고 회자되곤 하는 이야기다. 그로부터 5년, 젊은건축가 그룹의 '맏이'를 자처하며 현장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어온 그가 건축으로 먹고사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요즘 소장님 같은 '젊은 건축가'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 건축사사무소에 들어갔을 때가 1995년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건축 경기가 좋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찾아오지도 않고, 건축가가 찾아간다고 해서 제 고객이 되는 것도 아닌 상황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의 접점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게 젊은 건축가들의 큰 숙제인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고객의 목소리를 최대한 열심히 들으려 노력해요.

젊은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 특히 주택은 일정한 경향을 띄는 것 같습니다.

건축에서 거장의 시대가 있었던 시절이 있습니다. 한국에도 물론 있었고요. 그런 거장의 경우에는 '당신의 생각을 마음껏 구현하세요'하고 찾아오는 클라이언트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디자인에 건축가 자신의 생각이 묻어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젊은 건축가들을 찾는 건축주들은 '실제 거주할 편리하고 따뜻한 집'을 생각하고 오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파트에 살던 건축주가 단독주택이라는 새로운 거주 형태를 상상하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동선의 흐름에 따라 설명하는 걸 제가 듣다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집의 구조를 벗어나기가 상당히 어렵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보면 평면이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디자인을 맡은 건축가가 풀어내야 할 숙제네요.

저는 젊은 건축가들에겐 지금이 과도기라고 생각돼요.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건축계의 담론은 시장으로, 건축주에게로 넘어갔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시대 상황상 '자기 생각'을 넣어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시기에 맞는 방향설정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건축가도 그 중 하나이고요.
90년대 초반, 일이 넘쳐나는 상황에는 굳이 '건축이 뭘까?' 고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건축사가 늘어나고 건축설계전공의 학부가 생겨나면서 공급이 많아져, 젊은 건축가들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제 비로소 시작되고 있어요.

건축가의 역할과 태도에 대한 고민인 거네요.

'나에게 건축은 무엇인가?', '대가를 지불하는 건 건축주인데 내가 과연 그에 상응하는 것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는가?'부터 '내 생각과 건축주의 생각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어 작업해야 하는 걸까?'등의 고민이요. 제가 생각할 때는 무작정 젊은 혈기로 진행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그런 고민들을 시작한 것에 감사하고, 우리 이후 세대들이 그런 현실에 대해 냉정심을 갖고 더 잘했으면 하는 희망이 있어요.


↑ 젊은건축가 상을 수상한 원당리 주택



현장에서 느끼는 건축주와 건축가의 관계가 예전과 달라졌나요?

건축주가 많이 달라졌어요. 얼마 전 양평 현장의 경우, 옆집에서 집을 먼저 지으신 분이 "전기 요금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고, 난방비가 감당이 안 되니 지열보일러를 꼭 설치하라" 조언하셨대요. 건축가인 저는 피상적으로 지열보일러를 설치하면 공사비가 많이 든다는 것만 알지 그 효과에 관해서는 잘 몰랐거든요. 배치라든가 공간을 만들고 형태를 구현하는 것은 당연히 건축주보다 잘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부분이 장점이고 어떤 부분을 주요하게 살펴볼지에 관해서는 디테일하게 알기 힘들어요. 그런데 건축주는 현장과 주변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품의 종류와 가격 정보까지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심지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묻고 댓글을 확인하고 전화 연락까지도 하지요.

관계 설정의 새로운 국면인가 봅니다.

저는 주택을 설계하면서 '건축가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건축주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행정이나 시공같이 현실과 직결되는 부분은 건축가들이 생각보다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건축주들이 건축가라는 전문가를 찾을 때는 '나보다 많이 알고, 상황을 잘 리드해주겠지' 라는 기대를 갖고 올텐데, 실제 건물이 지어질 때 건축가가 본인보다 아는 것도 없고 실질적인 행정절차나 지열보일러, 태양광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에서 조언해주는 것도 없으니 '이 사람들 전문가 맞나? 아무것도 모르는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지?'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거죠. 이런게 서로를 어렵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많은 분야에서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가 '서비스의 부재'인 경우를 봅니다.

건축가의 업무가 평면도 그리고, 모형 만들고 그렇게 설계에서 끝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인허가라는 절차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고요. 궁극적으로 건축주가 그 집에 잘 정착해서 기분 좋게 사는 것을 보는 게 건축가의 최종 서비스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러자면 그 과정을 다양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데, 어떤 건축가들은 '그걸 왜 우리가 하느냐, 건축주가 알아서 해야지'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어요.

집짓기는 건축주에게도 처음 겪는 낯선 상황일텐데, 자칫 우왕좌왕하기 십상이겠어요.

경험이 많다면 취득세며 이런 절차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척척 알 텐데, 특히 주택은 건축주도 모르고 건축가도 모르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니 결국은 '집장사'라 불리는 주택건설 회사들로 사람들이 몰리는 거죠. 그들은 경험에 의해 하자와 행정절차 등에 대한 노하우와 인적 구성이 잘 이루어져 있거든요. 결국 서비스에 따라서 시장이 움직이는 거예요.

고객들과 소통하자면 건축가의 모습이 변하는 게 우선이겠군요.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죠. 시대가 원하는 '건축가의 모습'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을 짓고자 하는 분들이 원하는 '건축가의 모습'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유명한 건축가에게 의뢰할 수 있는 여건은 안 되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예쁘고 좋은 집을 짓고자 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근데 그런 분들이 집장사들에게만 간다고 했을 때는, 비용은 비용대로 지출하고 본인이 원하는 게 안 나올 수 있어요. 건축주들은 집장사와 건축가를 크게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받아들고 건축계 전체에 실망할 수도 있는 거죠.

결국 소장님 연배 건축가에게 달린 문제네요.

건축가들은 케이스를 통해서 배워간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주가 완벽한 것을 원한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고 많은 경험이 있는 건축가에게 의뢰해야 해요. 집장사라고 해서 완벽한 것도 아닙니다. 그분들은 그분들의 방식만을 가지고 일을 하죠. 건물을 지으려는 사람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본인이 하는 거예요.
저도 지금까지 10여 개의 주택 작업을 했는데 상황이 모두 달랐어요. 도시가스가 없는 곳도 많고, 상수도 시설이 안 되어 있거나 심지어는 하수관이 없는 곳도 있고요. 대전에 두 집을 설계했는데 한 집은 도시가스가 들어오는데 다른 한 집은 안 들어오는 황당한 경우도 겪었어요.
그렇게 한 10채 쯤 설계하니까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건축가는 도면을 작성해 현장으로 넘기지만, 현장에서는 그대로 공사되기가 어렵다는 걸 많이 느껴요.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경우, 거푸집을 세워 벽체를 한 층씩 쌓다보면 수직•수평이 조금씩 어긋나게 돼요. 도면에는 내부 마감을 내벽 50㎜ 안에 표시해놨는데, 벽체가 조금씩 비뚤어져있기 때문에 80㎜, 심지어 100㎜를 들여서 공사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실내 면적이 도면보다 다소 줄어들게 되죠. 그런 걸 건축주가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와서 보고는 "어?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것 같은데요?"하고 묻지요.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습니다" 설명을 드리면 서운한 감정을 실은 하소연이 돌아와요. "미리 이야기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가구가 못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럼 골조 공사할 때 감안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라면서요. 좀 난감한 상황이 되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소장님만의 방법은?

무엇보다 건축주에게 상황설명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건축가가 해결을 하든,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과 파트너십 관계로 있든, 혹은 시공자와의 협업을 통해 해결을 하든 건축가가 해야 하는 업무 범위를 확장하려고 하고 있어요. 전문가 그룹으로서 신뢰를 쌓아가려 노력하다 보면, 건축가가 이 사회에서 만들어가는 입지가 확장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장님이 생각하는 주택 설계의 매력은 뭔가요?

거의 모든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요리로 따지자면 레시피가 처음부터 끝까지 연상되는 거죠. 똑같은 라면인데 물을 얼마나 넣고 스프를 언제 넣느냐, 야채를 넣느냐 계란을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다 다르듯이 '주거'라는 기본 포맷을 두고 변화시켜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 다양함이 100명의 고객이면 100개가 나올 정도로 사람마다 다 다른 것도 재미있어요.

원당리 주택으로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셨는데, 설계비가 600만원이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우연찮은 기회에 푸른숲학교를 설계하고는 학교 뒤편 필지에 주택을 만드는 설계공모에 지원할 자격을 얻었어요. 여러 채의 집을 설계하는 계획안이었는데, 저는 두 가지 타입을 제안해 그 중 마음에 드는 안을 건축주가 고르는 방식을 제안했어요. 주택 수가 늘어나면 설계비가 줄어드는 구조예요. 그렇게 하면 한 설계안에 1,500만원씩 3,000만원으로 저에게도 건축주에게도 좋은 방법이다 싶었죠. 총 다섯 집이 평면을 선택하게 되어서 한 집당 600만원씩의 설계비를 받은 셈이 된 거예요.

"지금이 건축가에게는 과도기라고 생각돼요.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처럼 건축계의 담론은 시장으로, 건축주에게로 넘어갔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동호인 주택이나 마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토지 소유자나 개발•시행사 쪽에서 건축가를 찾아 의뢰하는 경우가 있어요. 일반적으로 건축가가 설계하는 단독주택 설계비가 2,000만원부터 시작하는데, 두세 명의 건축가가 규모나 조건을 조금씩 달리해서 두 가지 타입을 제안하면 그것만 해도 벌써 4~6개이잖아요. 건축가는 일정금액의 설계비를 보장받고 유형화된 건축물을 제안하고, 건축주들은 마음에 드는 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죠.

원당리주택을 보며 외피나 형태가 일관성 있되, 각각의 설계가 조금씩 변형되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체계를 갖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죠. 외국의 도시를 가든 한국의 가회동을 가든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해주는 요소가 있거든요. 그건 멋있어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 함께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예요. 조금씩 변경하고 싶은 것은 더하면 되는 거고요. 원당리 주택처럼 건축가 한 명만 설계에 들어가면 문제가 없지만 두세 명의 건축가가 두세 가지 타입을 제시할 때는 통일감을 만드는 기준을 미리 정하지 않으면 오합지졸이 되어버려요. 원당리 주택은 지붕은 꼭 경사지붕으로 할 것, 외벽은 고벽돌을 쓰되 공사비 절감을 위해 일부는 드라이비트를 사용할 것 등 몇 가지 설계 기준을 마련했어요. 줄눈 색깔이나 지붕 형태, 평면 등은 달라지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재료가 동일하니까 통일성 있어 보이는 거죠.

집을 짓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꼭 내주는 숙제가 있다던데요.

"주택에 살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항상 해요. 제가 볼 때는 거기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하거든요. 자신이 원하는 집의 전체적인 외부 모습이 아니라, 어떤 행위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되거든요. 그 고민이 없으면 제 생각에는 굳이 돈들여서 집 지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전원 속에 사는 이유가 분명해야 아끼고 애착이 가게 집을 짓고 가꾸고 사랑하죠. 집 짓는 것은 분명히 '나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결정'이라고 생각하셔야 해요.

소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요?

좋은 건축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좋지 않은 건 분명히 알 수 있어요. 사람들이 '왜 저렇게 지었을까?'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할 때, 도시 스케일에 맞지 않게 너무 크다든지,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규모를 가지고 있든지 그런 건 누가 보더라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거죠. DDP와 교보타워, 롯데월드, 어반파이브를 한 자리에 가져다놓으면 그야말로 '건축 전시장'이 되는 거거든요. 예전에는 랜드마크라고 해서 그런 큰 건물에 동의하고 이해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 시대, 이 자리에 저런 건축물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저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그런 걸 분별할 수 있는 지금이어서 오히려 힘이 됩니다. 농촌에 집을 지을 때는 도시에 짓는 방식으로는 어려운 거고, 나는 사각형 형태를 좋아하지만 주변의 모습이 경사지붕의 모습이라면 한 번 더 고려해봐야 하는 거죠. 자기만 잘났다고 드러내는 건축은 아닌 것 같아요. 자기 의지보다는 주변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가는 건물이야말로 좋은 건축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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