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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땅이야기] 한옥공모전 올해의 한옥 대상을 수상한 건축계의 슈퍼루키
돌핀님 작성글 전체보기 추천 3 | 조회 2257 | 2018.05.24 06:42 | 신고

독립한 지 2년 만에 패시브하우스 설계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상의 영예를 안고, 그 다음 해인 2013년,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올해의 한옥 대상을 수상한 건축계의 슈퍼루키가 있다. 명성을 등에 업은 콧대 높은 건축가일 거란 예상을 깨고 수더분한 말투와 차분한 품새, 흡사 선비 같은 선한 눈매의 한 사람이 문을 열었다.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의 권현효 소장이다.


 

↑ 올해 봄 완성된 옥인동 협소주택 삼단고음집


일이 많지 않을 때는 점심 먹고는 커피 마시고 미술관 둘러보다가 들어와요. 저희는 아무래도 가장 많은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잖아요. 그래서 사무실 생활문화가 좀 좋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건축도 중요하지만 우리 동료들의 삶과 행복이 먼저라는 입장인데 그게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요. '야근하지 말고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서 자기 업무량만 마치고 퇴근해보자!'해본 적도 있지만 디자인이라는 창작행위의 특성상 시간을 가늠하기가 좀처럼 어렵더라고요.

문 앞에 위시리스트라고 붙어있는 건 뭔가요?

원래는 버킷리스트라고 붙였는데, 왠지 곧 죽을 것 같아서 위시리스트로 바꿨어요(웃음). 사무실 식구들이 다 같이 했으면 하는 것을 하나씩 적어요. '일하다가 갑자기 영화 보러 가기', '여름, 테라스에서 맥주 마시기', '비오는 날 경복궁 가기' 이런 거요.

사무실 분위기가 무척 자유로운가 봐요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예를 들면 "우리 휴가가 너무 짧으니까 한달 휴가를 해보면 어떨까?" 근데 그러면 사무실 운영이 안 되잖아요. 그걸 무급으로 할 거냐, 반만 줄 거냐, 유급으로 할 거냐. 이런 논의도 하고요. 저는 직원들하고 많은 부분을 공유하려고 해요. 계약부터 건축주와의 미팅도 같이 하고요. 신입사원 면접도 사무실 식구 전체가 다 같이 봐요. 대표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동등한 자격으로 사무실의 중요한 결정에 참가하는 거죠. 제 목표는 직원들이 저와 같이 성장하고, 올라와서 저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되거나 혹은 독립하게 되면 좋은 건축가로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독립해서 건축사사무소를 차리게 된 계기는요

30대 초반에 대형 설계사무실에서 실무 경험을 했어요. 거기서 주택을 한 채 설계하게 됐거든요. 그러고는 결정적으로 나오게 됐죠(하하). 그때 제아무리 작은 거라도 실제로 지어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살 사람들하고 대화하고 같이 고민하는, 그런 건축을 해야겠다 생각했죠.

실제 지어보니 이론과 다르던가요?

무서웠어요. 내가 잘못해서 무너지면 어쩌나, 비가 새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죠. 근데 또 시공자들하고 이야기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이 정말 재밌었어요. 벽돌집이었는데 '이렇게 쌓아보자, 저렇게 쌓아보자' 같이 이야기하고, 또, '이렇게 쌓으면 돈이 많이 든다' 이런 걸 나누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독립 후 첫 번째 작업이 패시브하우스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요

설계사무소에서 같이 일하던 선배님이 저보다 먼저 독립하고는 건물 에너지에 관해 연구를 하다가 협회를 만들었어요. 많이들 아시는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최정만 회장이에요. 초창기 패시브하우스 실무자 교육을 시작으로, 독립 후 협회 초창기 멤버이자 정회원사로서 같이 활동하게 되었고 그때 건축 물리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나중에는 제가 실무자 교육을 한 꼭지를 맡기도 했고요. 지금은 협회 이사를 맡고 있죠.

↑ 2013년 올해의 한옥 대상을 수상한 경남 산청 율수원

↑ 2012년 공간문화대상을 받은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프로젝트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프로젝트는 공간문화대상을 수상하며 세간의 주목을 많이 받았죠

패시브하우스를 설계할 수 있는 설계자가 많지 않아서 한국패시브협회 정회원사 중 설계분야에서 뽑기로 선정했다는 후문이 있어요(웃음). 처음에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비지터센터와 경로당을 짓고, 그 다음 에코체험센터와 동피랑에 마을만들기지원센터까지 총 세 채를 설계했어요. 저에겐 독립하자마자 좋은 스타트가 되었고, 최선을 다했던 만큼 결과도 괜찮았지만, 무엇보다 한마음으로 탄소제로섬을 만들고자 힘썼던 사람들에 대한 추억이 너무도 따뜻하게 남아있어요. 가끔씩 서로 그리워하며 연락하곤 해요.

패시브하우스는 설계뿐 아니라 시공도 까다롭다고 들었어요

관공서 발주이니까 시공도 입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 패시브하우스를 시공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가 온 거죠. 다행히 현장소장님이 잘 이해해주셔서 수시로 상의하며 진행했어요. 제가 감리도 직접 해서 매주 왕복 열 시간을 운전하고, 배를 타고 통영 연대로 오갔죠. 단열재 결합하는데 폼을 꼼꼼하게 안 쏴서 다시 작업하는 등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사실 제가 웬만하면 재시공은 잘 안 해요. 설계자가 이유를 가지고 설계하듯이 시공자도 이유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보완할 제3의 방법을 생각하는 편이에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남아있지만, 한국 현실과 기후에 맞는 새로운 디테일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적은 비용으로 계단을 분리 시공해 열교를 끊는다든가 하는 부분이요. 사실은 패시브하우스라는 개념 자체가 독일에서 왔기 때문에 국내 실정에 맞게 디테일은 다시 그려야 해요.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초반에 협회 활동을 하면서 세미나도 열고 배워간거죠.

지금은 패시브하우스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탈리아에서는 설계라는 용어 대신 '개입 작업'이라는 말을 많이 써요. 집을 짓는 건 설계자가 그 사람이 살아갈 환경뿐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살아가게 될 방향을 같이 결정해나가야 하니 사실 아주 중요한 개입인 셈이죠. 이때 가장 중요한 게 '적합성'이라는 개념이에요. 주택이 크고 작고, 비싸고 싸고가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적합하게 공간에서 자기 삶을 잘 누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 적합성을 맞추는 게 설계에서 중요한 거죠.

그걸 맞추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에너지 절감에 중점을 둔 패시브가 중요하고, 어떤 이는 경치와 풍경을 감상하는 조망이 중요한, 즉 가치와 관점의 차이가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패시브하우스인 셈이네요

물론 전 지구적인 차원으로 보면 에너지 문제는 큰 화두이기 때문에 중요하죠. 제 생각엔 패시브하우스 정도의 단열과 에너지 소비 기준이 일반화되면 그 다음 단계를 논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설계자 입장에서는 앞으로의 5~6년을 단열과 에너지성능에 집중할 건지, 아니면 좀 더 다양한 영역에 도전할 건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인 거죠.

↑ 경복궁 서촌, 모퉁이 건물에 둥지를 튼 삼간일목


한옥 건축가는 대개 한옥만 설계하죠. 소장님은 한옥도 하시잖아요. 특별히 관심갖게 된 계기는?

대학시절 산악부였는데, 산에 가면 항상 절이 있잖아요. 자주 접하다 보니 전통건축이 자연스럽게 좋아졌어요. 그때만 해도 전통건축을 답사하고 계승하려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었어요. 물론 양식이나 의장요소 등 외형적인 것 위주였지만요.

근데 어느 날, 전통을 너무 문화재 쪽으로만 접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나라 건축가가 우리 한옥을 설계하지 못하면 누가 할 수 있겠어요. '나는 당연히 한옥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주말마다 답사를 다니고 공부했어요.

첫 번째 한옥 설계는 어떤 계기로 맡게 되었나요?

우연한 기회에 한옥을 전문으로 하는 분과 연이 닿았고, 그 분을 통해 한옥 작업이 몇 개 들어왔어요. 그렇게 하나둘씩 작업하다가 산청 율수원 설계를 맡게 되었고, 그걸로 상도 받게 된 거죠. 사실 저도 한옥을 전문적으로 배웠다기보다는 현장에서 시공자분들과 이야기하고, 상의하고, 공부하면서, 또 답사를 다니면서 한옥의 부재와 공간 형식 등을 하나씩 하나씩 배운거에요. 지금까지의 한옥 작업은 약 10여 채 정도고, 현재 서촌에 재미있는 한옥 작업을 진행 중에 있어요.

한옥에서 설계자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목재를 결합하거나 시공하는 디테일은 건축가가 결정하기 힘들어요. 대목수를 비롯한 목수들과 시공자의 노하우가 만나 협의를 통해 나오는 거고, 많은 부분 건축가가 그분들 이야기를 따라가요. 한옥 설계자는 마당을 중심으로 방과 대청, 후정 등 각 실과 공간을 어떻게 관계 맺을지 설정하는 게 중요해요. ㄱ, ㄴ, ㄷ의 형태는 단순한데, 거기서 어떻게 대청을 배치하고 마당과 연결하며 방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표정이 다 달라지거든요.

마당이 한옥의 중심 공간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옥에서 작은 마당이 주는 가치는 너무나 소중해요. 거실과 복도를 통해 방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마당에서 이 방 저 방으로 자유로운 거죠. 자연히 현관의 개념이 따로 없어요.

간혹 현대식으로 하다 보면 한옥 대문칸 한 칸을 없애고 현관을 만들어버린 경우를 볼 수 있어요. 물론 더 편리하겠지만 한옥이 더 풍성해지려면 마당을 거쳐 들어가는 게 중요해요. 전체가 집이기 때문에 마당에 발을 디딤으로써 집 속에 내가 먼저 들어오고, 그 다음에 실내를 들어가는 게 개념적으로도 더 옳다는 생각이 들어요. 툇마루에도 앉았다가 꽃에 물도 줬다가, 그렇게 마당에서 놀다 들어가는 게 좋죠. 그래서인지 한옥을 지은 건축주들의 만족도가 다른 건물보다 훨씬 높아요. 한옥의 그 좋은 점이 불편함을 뛰어넘어요. 그것도 참 재미있지요.

한옥이 시대를 넘어서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옛날 원시건축을 보면 지금 현대건축의 요소들이 많이 발견돼요. 중세건축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엄밀하게 말해 인간이 추구해온 보편적인 가치는 비슷하다는 거죠.

한옥의 스케일이나 장소적인 특색이 현대건축과 충분히 교류가 된다고 생각해요. 전통은 지금의 생활방식하고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거기에 있던 것들을 통해서 지금의 생활을 새롭고 풍요롭게 변화시킬 수도 있을 거예요.

한옥부터 패시브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경험이 소장님 건축에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소소하게는 구조와 기능의 장단점을 알게 되니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요. 한옥에서는 단열을 잡기 위해 패시브하우스에 사용되는 경량단열벽체를 활용한다든가 기밀테이프를 시공한다든가 하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도 있고요. 최근에는 경량목조주택의 설계 비중이 커지고 있어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 가는 재미도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큰 틀로서의 건축을 생각하는 데 중요한 영양분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런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섞여서 제 안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해가면 좋겠어요. 그러한 에너지가 좋은 방향으로 모이면 건축이 좀 더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따로 즐기는 취미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건물이 완공되고 나면 꼭 그림을 하나 그려서 드려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그렇게라도 꾸준히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저 대신 제 그림이 가서 세월과 함께 그 곳을 지키는 거죠. 가끔 내가 살았으면 좋겠다 싶은 집이면 더 좋은 그림을 드리기도 해요(하하).

↑ 권현효 소장이 여행 중 그린 러프한 스케치들


여기 보여주신 러프한 스케치와 세밀한 그림은 분위기가 정말 달라요

세밀한 그림을 그릴 때는 생각을 아주 많이 하고 영감을 받아야 해요. 생각이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그림은 정성들여 그리게 되거든요. 그런데 여행을 하며 스케치를 하다 보면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많더라고요. 손이 움직이는 대로 작업하는 것은 이렇게 거침없이 그려지는 경향이 있어요. 또 그게 주는 즉각적인 매력이 있더라고요. 둘 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사무실에 사진과 그림, 조형물이 가득하네요

저희 직원들에게도 꾸준히 그리거나 무언가를 하라고 시켜요. 그래서 2년 정도는 저한테 매주 숙제 검사를 받아요. '잘 그리지 않아도 되고, 삐뚤어도 되니 너만의 표현 방법을 찾고, 그것에 익숙해져라'고 시키죠. 그렇게 하고서는 어느 정도 그리고 스케치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하고 싶은 것을 그리고 표현하도록 졸업시켜 줘요(웃음).

직원들에게 그런 훈련이 필요한 이유는?

사람은, 특히 건축가는 세상을 읽고 삶을 이해하고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해요. 저는 그림을 그리고, 어떤 사람은 글을 쓰고요.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지요. 이렇게 자신이 가진 생각을 표현하려면 자신만의 수단이 필요한데, 그걸 기르는 데 2년의 시간이 걸리는 거죠.

소장님의 집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네요

친구 건축가의 현장에 놀러갔다가 법정스님을 뵌 적이 있어요. 그때 누군가 "집이 무어냐?" 던진 질문에 법정스님이 되게 경쾌하게 대답하시는 거예요. "집은 만만해야 된다." 그 말을 듣는데, 충격이었죠. 그 사람에게 맞는 만만한 집을 지어줘야 한다는, 건축가로서 집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었죠. 사실 집이란 게 현란한 아이디어나 콘셉트가 명확하게 있어야 되는 건 아니거든요. 사람 사는 거니까.

훗날 소장님의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때는 정말 중요한 것만 남고 기름기가 쏙 빠진, 담백하고 정직한 건물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만만한 데 두고 볼수록 은은한 향기가 나고, 중요한 것은 오롯이 담고 있는 그런 거요. 그게 건축이 되었든 작업이 되었든, 결국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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