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좁은 골목 ​사이에 집 짓기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가족이 주택으로 이사를 왔다. 남산타워가 보이는 효창동 골목길 사이에 자리한 작은 대지를 매입해 협소주택을 신축한 것. 첫 주택살이다 보니 가족은 기존에 살던 집과 비슷한 면적의 공간을 원했다. 평면 설계부터 건축설계사와 함께 각 층의 쓰임을 정돈하고 그에 맞는 면적을 확보하며 공간을 구획했다. 워낙 골목 안쪽에 자리한 집이라 첫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무허가 주택이 있던 협소한 대지로 차량 진입 자체가 어려울 만큼 골목길이 비좁았던 것. 이 때문에 토지를 매입하기 전부터 신축이 가능한지 확인하며 관련한 법규를 검토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토지를 매입한 후에는 건축 설계 단계부터 인접한 공원 부지와 도로, 주차 문제로 설계안을 두 번이나 바꿔야 했지만, 더 큰일은 그다음부터 줄줄이 이어졌다. 차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보니 무허가 주택을 철거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골조, 창호, 외장재, 내부 인테리어 작업까지 모든 단계를 중장비 없이 인력으로 진행해야 했던 것. 그나마 설계부터 시공, 인테리어 디렉팅까지 슬로크스튜디오가 도맡아 동시에 진행했기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콘센트, 조명, 설비, 보일러 분배기 위치까지 세심하게 설계하고 조정해서,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완성과 동시에 구조 변경 필요 없이 살림만 옮기면 돼서 부대 공사 비용이 들지 않았다.

협소주택 솔루션

가족은 고양이 3마리와도 함께 살 수 있도록 거실과 주방이 자리한 2층을 공용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3층과 옥탑은 가족 구성원만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넉넉한 수납공간 확보였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살림살이가 워낙 많다 보니 자칫 새집이 헌집처럼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주방에 아일랜드를 포함해 벽면에 8m가 넘는 넉넉한 수납공간을 만들어 살림살이를 깔끔하게 정돈했다. 1층과 3층의 계단 하부를 활용해 작은 창고도 마련했다.

3층과 옥탑은 가족만의 공간으로, 미닫이문을 통과해야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설계해고양이들이 1층뿐 아니라 3층으로도 이동하지 못하게 막았다. 각자의 방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층별로 공간을 분리하고 쓰임에 맞는 가구들만 심플하게 들여놨다. 안방에는 침대와 안마의자, 드레스 룸의 시스템장 등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구들을 들였다. 집 안의 베이스 컬러를 화이트로 했기에 안방과 주방, 화장실에 컬러 포인트를 줘 생기를 더했다. 3층 화장실에는 히노키 욕조를 넣었고 화장실 옆 드레스 룸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둬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비좁은 골목길 사이에 자리한 협소주택을 신축하다 보니 고려해야 할 많은 요소들로 인해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기존의 무허가 주택을 철거하는 것부터 설계와 공사, 인테리어까지 보다 현실적인 진행 과정을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슬로크스튜디오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