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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DIY] 사람을 살리는 집, 아주 특별한 집짓기 [2]
느티나무님 작성글 전체보기 추천 2 | 조회 3468 | 2019.01.18 09:35 | 신고

사람을 살리는 집, 아주 특별한 집짓기

심리상담가 김동철 박사 × 에코하우스 윤방원 대표

후회 없는 집짓기를 위해서는 가족의 마음을 읽는 것이 우선이다. 심리상담가 김동철 박사와 에코하우스 윤방원 대표가 가족을 행복으로 이끄는 건축에 대해 말한다.


에코하우스 윤방원 대표(좌) / 심리상담가 김동철 박사(우)


집짓기를 앞둔 예비 건축주에게 설계자는 가족이 원하는 공간을 이야기해보라 주문한다. 그 순간, 건축주 머릿속은 깜깜해진다. 나한테 필요한 공간이 뭐지? 우리 아이들은 어떤 공간을 좋아할까? 획일적인 아파트 평면 속에 살면서 그저 적응하기 바빴던 우리는, 공간에 대한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래서 집짓기를 앞두면 누구나 혼란에 빠지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설계 전 하나의 절차가 더 필요할지 모르겠다. 바로 가족의 마음을 읽고 공간을 제안해 주는, 심리학과 건축의 만남이다.


•‘심리건축’이라는 이 흥미로운 소재의 출발이 궁금하다

윤방원 대표(이하 윤) 내가 집을 짓는 일을 한 지 오래된 걸 알고, 한 지인이 건축에 대한 상담을 청했다. 막내 아이가 자폐가 있는데, 다락방이 있는 게 좋을지, 없는 게 좋을지 고민이란 것이다. 순간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대답을 차일로 미루고 그때부터 많은 생각을 했다. 가족에게 맞는 집이란 무엇인가? 나는 과연 그런 집들을 짓고 있는가?

김동철 박사(이하 김) 사석에서 윤 대표를 만나 그 고민을 전해 듣고, 나 역시 평소 가지고 있던 화두를 떠올렸다. 일전에 지방의 한 식물원과 아토피 치료 프로젝트를 함께 했는데, 식물원 안에 편백나무로 아토피 피난처를 만드는 구상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집을 디자인하면서 이런 공간이 식물원이 아닌 집 안에 들어와 있으면 어떨까 상상하며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상담을 하면서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심리와 치료, 이를 공간과 건축으로 확장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인문학적 집짓기’라는 말이 유행인데, 그와는 어떻게 다른가

심리학은 인문학과 달리 사회과학으로 분류된다. 과학적인 임상 등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더 깊숙하게 신경학적으로 접근하면 호르몬 이야기도 나온다. 행복한 순간에 나오는 ‘세로토닌’, 가족 간에 나오는 ‘옥시토신’ 등이 그것이다. 인문학이든 심리학이든 신경학이든, 궁극적으로는 ‘거주자에게 행복을 주는 건축’이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본다.

•정신분석과 건축에 관한 연구들이 활발한가

2008년 해외의 한 학술지에서 천장 높이가 사람들의 창의적인 사고와 집중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내놨다. 건축물이 그 안에 존재하는 인간의 인지 과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처음으로 증명된 것이다. 이후 신경건축학회 등이 생겨 그와 관련된 연구들을 이어왔지만, 실제 건축은 면적을 키우고 재료의 성능을 높이는 데만 치우쳐 온 게 사실이다.

해외 사례를 봐도 이런 연구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과학적인 입증 결과를 담은 조사들이 많지는 않다.

•행복, 만족 같은 감정을 수치화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과학적인 접근은 임상을 필요로 한다. 아직 실체화 단계는 아니지만, 지금은 그 바탕을 만드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집짓기를 계획하고 있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면대면 상담을 통해 가이드를 제시하고, 그들이 이를 통해 새집을 짓고 나면, 입주 후 만족도까지 조사해 볼 계획을 삼았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관련 분야의 큰 수확으로 돌아올 것 같다.


“집이 아이의 공간 지각 능력을 얼마큼 확장시켜 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지능이 결정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심리 상담을 받는다는 걸 꺼려하는 이들이 많다

심리 상담은 아프리카로 여행갈 때 백신을 맞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좋겠다. 어떤 문제가 있어서 치료하기보다는 자기 분석을 통해 스스로를 알게 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게 예방하는 차원이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2명은 정신과적 상담이 필요하고, 경계성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절반에 달한다.

•왜 특별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런 심리 문제가 많을까

경쟁 사회, 서열 중심,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되는 시스템이 문제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늘 피곤하다. 주변을 보는 시야도 점점 좁아진다. 요즘 ‘먹방’이나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하는데, 한정된 공간에서 정답은 모르겠지만 뭔가를 하고 싶은, 그런 욕구들을 보여준다. 이런 건 금방 싫증나기 마련이라, 또 새로운 걸 찾게 한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쉼의 공간, 안식처, 꿈’ 같은 단어를 나열한다. 그런데 막상 집을 짓기로 하는 사람들은 ‘가격, 재료, 면적’ 등만 따진다. 더 좋은 자재, 더 큰 집, 보여주는 집에만 급급하는 것도 그런 경쟁 심리에 기인한 것 같다.

•상담을 통해 어떤 것들을 건축주에게 전하고자 하나

주부 우울증, 자폐나 ADHD을 겪는 자녀, 왕따를 당하는 가장 등 가족 내에 이런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상담이 절실할 테고, 단지 부부간 불화나 사춘기 자녀의 반항 등 어느 집에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도 상담을 통해 많은 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몸이 아프든 안 아프든 사람은 걱정거리를 갖고 있다. 그런 걱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공감을 받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위안을 받는다. 그런데, 자신이 늘 속해 있는 공간이 그런 위로를 해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한 예로 보통 나이가 들면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내려가는데, 그중 몇 가족은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외롭고 심심하기 때문이다. 만일 집안에 본인만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한다면?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다면? 리턴 확률은 훨씬 줄어들지 않았을까.

얼마 전 TV의 한 다큐 프로그램에서 아파트에 사는 세 가족의 모습을 밀착취재해 방송한 적이 있다. 식구들은 거실과 주방에서 대부분 생활하고, 잠잘 때만 방에 들어갔다. 세 집 모습이 똑같았다. 그런 획일적인 공간에서 아이들이 어떤 사고를 하며 클까? 요즘 젊은 부부들은 어린 자녀를 생각해 집짓기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폐해를 먼저 알았기 때문인 것 같다.

•특별한 공간을 자녀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공간에 조금만 신경 쓰면 아이 지능을 5~10%까지 올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집이 아이의 공간 지각 능력을 얼만큼 확장시켜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이가 마당에 나가서 무엇을 밟느냐, 어떤 것을 만지느냐, 어떤 경로로 오가느냐 등 일련의 행동을 유도하는 공간이 자녀의 지능을 바꾼다. 별도의 노력의 필요 없이 공간이 유도하는 것이다.


“새집으로 이사한다는 건 가족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충분한 대화와 소통으로 부담을 행복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자폐나 ADHD 같은 특별한 증세가 있는 아이의 가족이라면

단순히 어떤 증상이 있으니 어떤 공간이 필요하다는 접근은 안 된다. 흔히 우울한 사람에게 바닷가 같은 한적한 곳으로 떠나보라고 하는데, 그럴 경우 자살 확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우울증이 심할수록 사람이 북적거리는 한복판에 있어야 한다. 자폐도 그 안의 행동 양상에 따라 몇 가지 단계로 구분한다. 그중 가장 심한 단계에서는 병원과 떨어진 전원생활 같은 건 아예 하면 안 된다. 자폐도 아이 성향에 따라 다른 공간이 필요할 수 있으니, 깊이 있는 심리 상담을 거쳐 설계에 임해야 할 것이다.

•실제 건축을 통해 거주자의 심리 환경이 개선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나

특별히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던 분은 아니지만, 집짓기를 통해 이전보다 삶이 한결 풍요로워졌다는 건축주가 있다. 집 자체는 사이딩 벽체와 싱글을 얹은 소박한 형태였는데, 상의를 통해 몇 가지 부속 공간과 장치들을 집에 더했었다. 농가로 쓰일 집이기에 평상 같은 외부 공간을 많이 두고 마당에서 가장 큰 벚나무 아래 데크를, 마을 전경이 잘 보이는 곳에 벤치를 제작해 두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때, 벤치와 평상에서 이웃들과 옹기종기 모인 사진을 내게 전송해주며, ‘정말 행복하다’고 적어 보내주었다. 내 기분도 정말 좋았다.

이처럼 사소한 것 하나가 동선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심리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현관에서 방까지 일정한 색으로 선을 그려 넣으면 사람은 심리상 그 선을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공간을 설정해 유도를 하고, 한 발짝 더 나가 그 공간을 이렇게 활용하라는 어느 정도의 지침을 주는 것도 아이디어다. 아이에게 뛰지 말라고 몇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앉아서 할 수 있도록,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앉아 있는다. 아이가 집에서 왜 뛰는지 아는가? 심심해서 그런 거다.

•사는 곳을 바꿔 집을 짓는다는 건 정말 큰 결심이 필요한 것 같다

새집으로 이사를 한다는 건 가족 개개인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출퇴근 거리가 달라지고, 이웃이 바뀐다. 특히 아이들은 새 학교에서 새 친구들을 사귀어야 하는 부담감이 크다. 그러나 이사를 결정할 때, 어른들은 아이의 의중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새집에서 행복한 출발을 하려면, 이런 것들이 걸림돌이 된다. 가족 간의 대화의 시간이 절실한데, 많은 건축주들은 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건축주들을 만나보면 자연스럽게 부부간 결정의 주도권을 쥔 사람이 나온다. 이것이 팽팽하면 서로 싸우고, 한쪽이 강하면 지는 쪽은 혼자서 불만을 갖는다. 짓는 과정부터 불협화음이 나면, 짓고 나서도 행복하지 않다. 오죽하면 ‘집 짓다 10년 늙는다’가 아니고 ‘집 짓다 이혼한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외향적인 남편과 내성적인 아내가 집을 짓는다면, 많은 부분 아내의 의견을 들어주는 게 좋다. 남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밖에서든 풀 수 있는 성격이지만, 아내는 그렇지 못하다. 집 안에서 마음에 안 드는 것을 보면 계속 괴롭고, 그걸 풀지 못하니 속이 얼마나 답답하겠나.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도 서로 몰랐던 서로의 성격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건축주 심리 상담 프로그램은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가족들은 네 번의 심리 상담을 거쳐 진단지를 받는다. 여기에 별도로 건축에 관련된 보고서도 따로 준비될 것이다. 또한 건축관련보고서는 설계·시공자와 공유하게 된다. 집짓기를 앞둔 상담이지만, 가족의 다른 문제들도 함께 발견하는 시간을 갖고, 거기서 자연스럽게 온 가족이 대비하고 결속하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서른 가정을 대상으로 무료심리상담이 진행되고, 건축과 입주 후 만족도 조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심리 상담 프로그램과 함께 실질적인 집짓기 교육도 시작한다.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접근보다 집을 짓고자 결심하게 된 이유를 단단히 하고, 그 초심을 잃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방적인 교육보다는 예비 건축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건축주들은 공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지침을 받게 될까

안주인이 대리석 치장을 원할 수 있다. 그런데 집안을 대리석으로 마감하는 건 찬 기운 때문에 정서에 좋지 않다. 남편이 효자면 부모님 방을 크게 해 드리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데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는 방이 큰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고3 아이에게는 엄마의 인테리어 취향보다 집중력을 키우는 색과 질감이 더 중요한 게 분명하다. 이런 식으로 건축주에게 공간을 설명하고 접근하면 호응도가 높고, 그 만족도는 상당할 것으로 본다.

•끝으로 예비 건축주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예술가가 이 집에 살면 그림이 더 잘 그려질까? 아픈 사람이 이 집에 살면 치료가 더 잘 될까? 이런 고민들은 심리학과 건축이 맞닿아 있는 본질적 질문과도 같다. 심리와 정신과학 분석을 통해 공간을 제안하고 집을 지으면 우리가 원하는 ‘행복한 집짓기’가 가능할 것이다.



information

김동철심리센터와 에코하우스는 집짓기를 앞둔 예비 건축주들을 위해 총 30가족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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