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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땅이야기] 아이들을 위해 마당 있는 집을 짓는 부모의 마음.
두물머리님 작성글 전체보기 추천 0 | 조회 639 | 2020.06.20 09:14 | 신고

아이들을 위해 마당 있는 집을 짓는 부모의 마음.

 

두 개의 보물이 있는 집, 이보재. 은보, 규보란 이름의 보물같은 아이들을 위해 부모는 마당 있는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아이들이 내 집을 내 집처럼 누리며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설계자와 시공자도 똑같았다. 먼 거리에서 같은 뜻으로 이루어낸 집짓기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심재한, 최은미 씨 부부와 두 자녀 은보, 규보. 주택으로 이사 온 후 가족들의 얼굴에는 늘 웃음꽃이 핀다.

 

지난 추석, 우연히 보게 된 책 한 권이 한 가족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

 

은보, 규보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심재한, 최은미 씨 부부가 집을 짓기로 결심하기까지는 의외로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땅콩집 관련 책을 단숨에 읽어 내리며, 마지막 장을 넘길 땐 약간의 흥분마저 일었어요. 그때 아차 싶었죠. ‘왜 그동안 집 지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라고. 아파트에 사는 동안 눈치 보며 맘 편히 뛰어놀지 못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괜히 미안해지기도 하고요. 오히려 결심을 굳히고 나서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어요.”

 

1. 가족이 거주하는 동 반대편에 위치한 옆 세대 입구.
2. 세모 지붕과 어우러진 빨강, 노랑, 파랑 기둥이 집의 포인트가 된다.

 

 

 

책을 통해 뒤늦게 땅콩집에 관심을 가지게 된 부부는 관련 카페에 가입하고 땅콩집들이 모여 있다는 소위 땅콩밭에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관련 설명회가 있다는 공지가 뜰 땐, 시간을 쪼개 한걸음에 달려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집을 짓는다고 하니 주변 분들이 많이 부러워했어요. 평범한 직장인이 땅을 사서 단독주택을 갖는다는 건 큰 비용이 드는, 아직도 꿈같은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땅콩집을 지어 한 채는 우리 가족이, 또 한 채는 전세를 준다면? 그렇다면 누구나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이것이 저희가 다른 주택이 아닌 땅콩집을 선택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어요.”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지금의 부지를 순식간에 계약하고, 땅콩집 카페를 운영하던 광장건축의 소개를 받아 KDDH 김동희 소장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머리를 맞대고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보니 땅을 산 지 두 달 만에 구체적인 설계안이 확정되었고, 건축허가와 시공사 선정 작업까지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획설계를 마치고 실시설계가 채 마무리도 되기 전, 그 상태로 모든 일정을 멈춰야만 했다. 당시 심재한 씨는 약 10개월의 프랑스 파견근무가 확정되어 있었는데, 그 일정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게 작업은 중단되었고 가족은 돌아오면 공사를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한국을 떠났다.

 

가족이 프랑스로 떠난 지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파견 근무가 3개월 더 연장되면서 골치아픈 상황이 발생했다.

 

“돌아오는 날이 2월 중순이 되는데, 1~2월은 한겨울이라 공사 시작이 불가능하잖아요. 그럼 실제 집을 지어 이사할 수 있는 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6월. 그렇게 되면 돌아와도 살 집이 없는 상황이 4개월 이상 이어지는 건데,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했죠.”

 

두 아이의 전학 문제까지 걸려 있으니 반드시 해결책이 나와야만 했다. 결국 부부는 긴 논의 끝에 모험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다. 건축주 없이, 건축가와 시공사에게 모든 걸 맡기고 공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단 이메일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이후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그룹채팅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대화와 사진만으로 공사현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고. 매일 현장 소식을 기다렸으나, 기초공사 단계에는 현장소장도 없는 데다 2~3일에 한번 사진을 보내오니 궁금함에 마음 졸이기 다반사였다.

 

 

1. 아이가 직접 고른 벽지와 조명으로 꾸민 사랑스러운 은보의 방.
2. 가족실에 배치된 가구들은 모두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해 제작되었다.
3. 심플하게 정돈된 부부의 침실. 발코니를 두어 햇빛이 더욱 잘 들어오게 했다.
4. 아이들을 위해 지은 만큼, 공간마다 아이들의 생각을 담았다.

 

 

 

 

“어느 정도 공사가 진행되고부터 대화는 한밤중이나 새벽시간에도 계속 되었어요. 시차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긴급한 결정이 필요하면 새벽 3시에도 일어나 휴대폰을 붙들고 채팅해야 했으니까요(하하). 하지만 실시간으로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터넷 카페로 사진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것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모든 결정과 조율은 SNS로 이루어졌다. 말로 하기 어려운 부분은 그림을 그려 사진으로 전송하고,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음성녹음을 해 보내기도 했다.

 

김동희 소장은 “모든 집짓기의 방향이 가족 구성원들에게 향해 있었기에,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하나부터 열까지 가족들이 결정하고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며 “자녀방의 경우, 아이들이 직접 벽지색상을 고르고 가구배치도를 그려 준 이미지를 반영해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건물 외벽은 스터코, 지붕은 컬러강판을 사용해 심플하게 마감했다. 최대의 건폐율과 주차대수 확보의 한계성, 북쪽 도로사선과 남쪽 일조권사선으로 형태는 저절로 정리된 셈이다. 외부와 달리 내부는 목조주택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스킵플로어(Skip Floor) 방식으로 각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리한 것은 이 주택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바닥은 타일로 마감해 입식 생활을 유도했고, 벽면의 경우에는 회벽페인트를 칠해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을 준다. 또한 천창을 둔 덕분에 실내 구석구석까지 빛이 들어와 밝은 햇살이 늘 환하게 비춘다. 부부가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부탁했다는 계단 옆 미끄럼틀은 두 자녀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집짓기를 망설인다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집을 지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목표가 분명하다면 방법이야 찾으면 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자금계획을 세워보면 해결책이 생길 테니까요. 지금이 어린 아이들에게 거주에 대한 정의를 바로 세워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집이 완성되기까지 정리한 노트가 차곡차곡 쌓인 만큼,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생애 첫 집짓기를 마친 심재한, 최은미 씨 부부. 두 아이가 함께라서 더 즐거운 이보재에는 앞으로도 사이좋게 나눠 가질 ‘행복’만 머물 것이다.

 

1. 내부는 스킵플로어 방식으로 설계되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었다.
2. 부부가 두 자녀를 위해 특별히 요구한 미끄럼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이보재에서 소통이 가능한 집을 꿈꾸다”

 

무엇 때문에 건축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요즈음 종종 내 자신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나의 재능으로 한 가정의 삶을 행복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 역할인 듯하다. 

 

대부분의 가정은 이사에 110%의 피로도를 느낀다. 하물며 집을 짓는 것에는 아마 200% 이상의 고뇌를 느낄 것이다. 결국 끝내 마무리 짓지 못한 집짓기의 당위성에 대한 생각과 ‘땅을 사두었으니 지어야 한다’는 필연에 떠밀려 집을 짓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집을 짓기로 결심하고 이를 마무리하기까지 이보재, 심재한 씨 부부의 결단과 그 행보는 빨랐다.

 

가족 구성원의 관계가 단절되어 가는 이유가 아파트라 판단한 건축주는 거대한 콘크리트 사각박스에서 탈출해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경골목구조 주택을 택했다. 부부는 경제적인 면을 고려해 듀플렉스 하우스를 원했다. 한 채는 가족이 사용하고, 다른 한 채는 임대를 주면 될 터였다. 대지 위치 또한 맞벌이 부부 직장과의 거리를 고려해 마련했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은 가족이었고, 그러므로 설계의 모든 것은 가족에게 초점이 맞추어졌다. 건축주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과 가족간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요구했고, 이에 한창 뛰어놀 아이들을 위한 미끄럼틀과 가족실, 그리고 스킵플로어 형태를 채택했다. 이보재의 설계의 가장 기본개념은 ‘소통이 가능한 공간’인 것이다.

 

공간은 크게 수평과 수직으로 구분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수평적으로는 아파트에서 가지는 평면의 단순 배열에서 오는 단절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방문을 닫으면 감정 전달이 원천 봉쇄되는 아파트 평면을 버리고 숨어도 숨지 않은 듯, 보여도 보이지 않은 듯한, 감정이 간접적으로 전달되어 오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1.5개 층(약 4m)의 개방감 있는 거실을 중심으로 주방과 가족실을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일단 천장 높이의 여닫이문 3개로 공간 확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혹여 휴먼 스케일을 벗어난 데서 오는 심리적 부담감을 덜고자 거실 상부에 나무 보를 설치하고 컬러유리블록을 달아 빛을 거실 내부로 끌어들였다. 이로써 높은 천장의 약점을 보완하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이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리라 기대된다.

 

스킵플로어는 수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이는 기존의 아파트에서는 상상도 못할 입체적인 공간구성이다. 아이들과의 교감을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부부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거실을 반 층 들어 올리고, 이로 인해 엇갈려 배치된 계단실 사이사이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추후 들어설 앞집에 가려 어두워질 내부를 미리 고려해 천창도 설치했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집 중심부까지 환하니 거주자의 심리까지 편안해질 것이다.

 

수직과 수평의 다양한 공간 구성과 열리고 닫힘이 자유로운 공간. 항상 상대방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재미를 찾는 공간이 있는 집. 이곳은 각 방마다 구성원들의 개성이 묻어나 어느 하나 똑같은 이미지가 없다.

 

 

 

외국에 있는 건축주와 SNS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

건축사와 시공자에게 시원하게 믿고 맡겼던 건축주의 마음이 오히려 더 편했을 지도 모른다.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다가 놓치는 부분이 많은 것보다 믿고 맡겨서

더 큰 행복을 얻는 영리한 방법이었음이 틀림없다. 건축사와 시공자는 혹시나 준공 후 건축주가

실망이라도 할까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결론을 못 내릴 때면 SNS를 켜곤 했다.

 

 

이처럼 한 가족이 평생 사용해야 하는 맞춤상품인 ‘집’. 두고두고 사용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고

가족구성원들의 요구사항이 잘 반영되어 행복한 삶의 초석이 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건축사의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한다.  자료/다음카페(전원의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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