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경매사건에서 감정 평가하는 방법
사무실 5개 120평, 주워서 30평 쓰고 월세200 받다.
2000년 연말에 지금 부산시청 뒤편에 아파트 상가가 단체로 경매에 나왔는데 전혀 팔리지를 않아서 감정가 6억이나 되는 것이 7-8천 만 원으로 떨어졌다. 어떤 물건인가 싶어서 3층짜리 이 상가에 가서, 3층부터 올라가 보니 참 기가 막혔다. 남쪽으로 창문이 있는 쪽은 분양이 되어서 미술학원, 기원, 사주 관상 보는 집, 음악학원이 들어와 있는데, 나머지 반쪽은 아예 칸막이도 없는 허허벌판이고 바닥에 금만 그어져 있으니, 누가 이 건물을 사서 사무실을 꾸릴 사람이 없으니 매각이 되지 않고 값만 자꾸 떨어지는 형국이었다. 나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브로크로 벽을 쌓는 것은 목수 하루 품도 안 되는 것이고, 벽을 쳐서 사무실을 만들면, 임대를 하여도 수익이 꽤 될 것 같았다. 사무실 120평은 3층에 30평형 하나, 창문 없는 40평형 하나, 2층에 30평형 하나, 그리고 2층과 3층에 12평형이 각각 하나씩이었다. 브로크 쌓는 공사라고 해봤자, 3층에 30평 사무실과 40평 사무실의 벽만 만들면 되는 것이니 아무 것도 아니었고, 대신 나는 석유난로, 전기난로, 난방히터를 돌리면 머리가 아픈 체질이라, 3층 창문 있는 30평을 내 사무실로 잡고, 바로 아래 2층 30평을 묶어서 도시가스 보일러를 설치하였다. 공사를 하고 나니 제법 번듯한 사무실이 되었다. 3층 창문이 있는 30평 사무실은 내가 직접 사무실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전부 임대를 하기로 하였는데, 이 사무실이 임대하기에도 위치가 좋은 편이다. 우선 시청 뒤편에 오면 연제그린타워 아파트가 높게 보인다. 이 아파트의 상가에 자리 잡고 있으니 찾아오기가 쉬운 장점이 있다. 찾아오기가 쉬우면 신문광고 등을 통하여 영업하는 업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치가 된다. 신문에 광고를 내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가령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서 어쩌고 하고 복잡하게 말하면 올 사람도 안 오게 마련인데, 부산사람들이야 시청은 다 아는 것이고, 시청 뒤에 서면 높은 아파트가 보이니 그 아파트 상가로 오라고 하면 바보 아니면 못 찾아 올 사람이 없는 것이다. 몇푼 들이지 않고 만든 사무실이 생각한대로 임대가 쉽게 나갔다. 2층 보일러 놓은 30평은 월 70만 원 3층 창문 없는 40평은 월 60만 원, 그리고 12평형 2개는 월세35만 원씩 모두 합하면 200만 원인데, 생각보다 인기가 높아서 거의 공실이 없었다. 그런데 이 사무실을 주워서 꾸미고 난 후에 큰 변화는 사무실 직원들이 아무도 내게 돈을 달라고 하는 법이 없었다. 월세를 받은 돈으로 당시로는 직원들 급여와 식대 기타 경상비용까지 충분하므로, 월세를 받아서 충당하면 되지 구태여 보스에게 돈을 달라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상가의 1층이 도로 쪽만 빈 곳 없이 점포를 운영하지만 안쪽은 공사업체 하나를 제외하고는 수십 개의 점포가 전부 텅텅 비어 있었고, 어둠 속에서 한 평 남직한 점포를 사용할 용도가 없으니, 사려고 하는 사람도 전혀 없었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여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1층 바깥쪽의 그럴듯한 점포를 보다가 1층 화장실에 가면 남자인 나도 소변을 보기 싫으니 여자 분들이야 오죽할까? 점포 마다 돈을 걷어서 청소 등 관리를 하려고 해도, 3층에 있는 기원과 철학관 등 나이 많은 분들은 주머니에서 단돈 만원이라도 나가면 죽는 줄 아는 분들이니, 이 상가를 깨끗하게 만들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이 분들은 나에 대한 감정도 거의 적개심에 가까울 정도로 나빴다. 그 이유가 자기들은 평당 500만 원씩 주고 점포를 분양 받았는데, 이 날도둑놈 같은 젊은 놈이 평당 40만원-70만 원씩 경매로 낙찰을 받아왔으니, 눈이 뒤집히는 것을 수긍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데, 저리도 깨끗하게 살자는 것도 기를 쓰고 방해를 하는 것은 사람이 사는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내가 직접 사무실로 사용하는 전용면적 20평, 분양면적 30평의 사무실도 나는 2000만 원에 낙찰 받았지만, 한국감정원의 감정가가 1억7000만 원이었다. 어느 날 길을 걸어가다가 간판에 한국감정원 부산 x지점하는 글자가 보였다. 바로 우리 사무실을 감정한 곳이고 마침 돈도 필요해서 재 감정을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감정원 지점 사무실에 들어가서 내가 부동산의 소유자라고 말하고 탁상감정을 해 달라고 주문을 했고 마침 지점의 차장님이 계셨는데 몇 가지 확인을 하시고, 감정을 하여 주었는데, 나는 속이 뒤집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경매를 할 때의 감정가는 1억7000만 원이었는데, 일반 감정을 하여 달라고 하니 그 1/3에 불과한 6000만 원으로 탁상감정을 하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진 나는 차장님에게 감정평가사 데이터베이스를 보아 달라고 말하면서, 이 지점에서 1억7000만원에 감정한 상가의 감정가가 5년이 지난 후에 6000만 원이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연배가 지긋하신 차장님은 아주 계면쩍은 얼굴로 “경매감정은 실제 감정과 아무래도 차이가 좀 있어서요....”하고 얼버무린다. 경매에서 감정사들이 감정을 작게 해서 이득이 될 일이 없다. 거꾸로 감정가가 높으면 감정평가수수료도 올라가고, 특히 경매에서는 부동산 소유자의 반발까지 생각한다면 구태여 낮은 감정가로 평가해서 욕먹을 일이 없는 것이다. 여러분들께서도 꼭 알아두셔야 하는 점은 손님 하나도 찾지 않는 상가라도 경매에서 감정평가금액은 주위시세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분양할 당시에 분양가격에 따라 정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분양을 하였던 상가에서는 감정평가액을 믿고서 감정평가금액에 따라 투자계획을 세웠다가는 낭패하기 십상이고 실패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지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우리들이 물건을 보고서 우리 나름대로 그 물건의 가치를 평가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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