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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투자] 4억원짜리 단독주택 반값에 낙찰받아..... [87]
경매천사님 작성글 전체보기 추천 204 | 조회 128135 | 2009.12.16 13:05 | 신고

 

수상한 유치권

 

마치 봄볕 같은 화사한 햇살이 창문가득 넘실대던 어느 겨울날 오후!

며칠 간격으로 유료경매 사이트 상의 물건들을 샅샅이 검색해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이

통 보이질 않아 점차로 집중력이 떨어져 갈 즈음 이었다.

그날도 별다른 기대 없이 감정가 대비 50%이하로 떨어진 물건을 검색하다가.....

우연찮게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2층짜리 다가구 주택이 눈에 띄었다.

감정가는 3억 3천여만원인데 최저가가 1억 4천만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감정가 대비 34%!!  도대체 하자가 뭐길래?

본능적으로 등기부를 샅샅이 살펴본다. 선순위 가등기, 선순위 가처분, 선순위 전세권?

등기부 상의 권리는 깔끔하다.  

근저당 3개에 가압류 4개, 그리고 세금미납에 따른 압류 두어 개, 모두 낙찰로 소멸하는 권리들이다.

채권자는 00상호저축은행인데 대출금액이 4억이 넘는다.

최저가 언저리에서 낙찰이 된다면 채권자는 대출금액을 반도 못 건질 판이다.

이런 건 서너개 겹치면 그 은행 조만간 문 닫겠네.....!  

부실대출로 윗분들께 시달릴 일면식도 없는 대출담당자가  안쓰러워진다.^^:;

다시..... 그렇다면 하자가 도대체 뭘까?

사진 상으로 보이는 건물의 외관은 깔끔해 보인다.

지하철 수락산역이 5분 거리에 있어 교통도 좋고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노원초등학교가 있어 학군(?)도 좋은 편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떨어진 걸까?

 

 다가구 주택이 아무리 인기가 없어도 감정가 대비 60%이하로 낙찰되는 경우는 드문데.....아니나 다를까 물건 명세서를 살펴보니 유치권이 신고 되어 있다.

 신축공사대금 채권도 아닌데 신고액이 무려 1억 3천만원이다.

 만약 이것이 진실한 유치권이라면 낙찰자가 전액 떠안아야 하니, 낙찰가는 최소한 2억원 이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까지 떨어질 리가?

 

보통은 유치권이 진짜라 하여도 유치권자와 적정금액에서 합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치권신고금액 전액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경험상 내 지론이다.

그렇다면 유치권을 감안해도 너무 떨어진 거 아닌가?

역시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무려 3명이나 있었는데,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이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임차인 3명의 보증금은 낙찰자가 인수해야 한다는 말인데... 낙찰자가 떠안아야 할 보증금은 현장 탐문을 거치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근대 어째 좀 수상하다 . 감정평가서상 가구 수는 지층 2세대, 1층, 2층 각 1세대 총 4세대로 되어 있는데,  현재 임차인으로 신고한 세대수만 4세대에다가 배당요구하지 않은 임차인 또한 3세대라.....!

 

음.....소유자겸 채무자가 돈이 급하긴 급했나 보다.

경매에서 신고할 수 있는 하자는 대부분 신고했으니....

집주인이 채권자들의 희생 하에 낙찰가를 하염없이 떨어뜨린 뒤, 측근을 통하여 낙찰 받아 그 차익만큼의 현금을  손에 쥐겠다는 얄팍한 의도가 적나라하게 엿보이는 물건이었다! 

 

  현장에 가보니

 

하자도 적당히 신고해야지 !

오히려 너무 티 나게 엮어 놓은 집주인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좀 더 자연스럽게 복잡했으면 경쟁 없이 수월하게 대어를 낚아챘을 텐데....^^;:

이번 기일에는 많은 경쟁자들이 몰릴 것이란 직감이 들었다.

그런데 하자가 하나 더 있다. 건물을 받치고 있는 대지가 단독소유가 아니라 공유지분이다.

거액의 유치권에, 대항력 있는 선순위 임차임이 3명, 그리고 지분으로 쪼개진 대지에 법정지상권의 존재까지 검토해야 하는 꽤나 복잡한 물건이다.

 

감정평가서를 꼼꼼히 읽어 보다가 쾌재를 불렀다.

대지가 형식적으로 공유이긴 하지만 각자의 공유지분이 특정되어 있고 그 특정된 공유지분위에 공유자들이 각 1채씩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관계, 즉 구분 소유적 공유관계였던 것이다.

 판례상 구분 소유적 공유관계의 경우에는 공유자 각자의 단독소유처럼 취급하기 때문에 법정지상권 등의 문제가 생길 리 없을 뿐 아니라......  한 필지의 땅위에 건물이 두개가 올라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세대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다면 위 지번으로 전입 신고한 임차인들 또한 많다는 것.....!

오호라 ~대항력 있는 세입자들이 동일 지번상의 옆 건물일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잠정적으로.....유치권은 집주인과 공사업자가 저가낙찰을 노리고 공모한 허위의 유치권이고, 세대수를 넘어서 배당 요구한 임차인들 중 일부는 가짜에, 대항력 있는 것으로 드러난 임차인들은 옆집의 임차인.....!  대지가 공유로 되어 있는 것은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로 문제 없으렸다~

 

좋다! 현장조사 해보자!!

선배 한분과 동행하여 현장에 가보았다. 사진 상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주변 환경도 좋다.

건물 신축한지가 10년이 넘었으니 신축유치권은 아니고 리모델링 공사 대금일 텐데 도대체 어디를 고쳤다는 것일까? 여기저기 둘러봐도 1억 3천 만원이라는 거액이 들어간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아!  아니다!!  흔적이 있었다!!!

시리도록 투명한 초겨울 햇살아래 찰나로 번득이는 은백색의 섬광들......!

부신 눈을 비비며 자세히 보니 창마다 설치된 새시가 한눈에 보아도 새거다.

정말 교체한 지 얼마 안됐는지 유난히 깔끔하다.

오랜 시간 찌든 얼룩으로 지저분한 유리창과는 대조되게 어색할 정도로 반짝이는 새 알루미늄 새시는 충분히 공사를 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되었다 .

유치권은 분명 성립하는 것이다!!!

 

 응찰을 결심하다

 

그러나 유치권자가 피담보 채권으로 신고한 액수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다.

동행했던 선배도 새시를 봤는지 비아냥을 담아 한마디 한다.

' 야~ 새시하나는 깔끔하게 바꿔났네! 큰~ 돈 들였겠는데? 하나에 10만원씩  4개면 40만원, 새시에 금도금을 해도 100만원이면 떡 치겠다.....!'' 

달랑 새시 몇 개 바꿔 놓고 리모델링 공사랍시고 유치권을 신고하다니, 게다가 1층을 점유까지 하고 있으니 이거야 원.....

 참 정성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까지만 해도 분명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건물외관상 우리가 리모델링의 흔적이라고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새시 외엔 더 이상 없었다. 창가를 다이아몬드로 둘러치지 않은 이상 1억 3천 만원이라는 공사비는 터무니없었다.

 그냥 보통 새시로 보기엔 유난히도 반짝이는 투명한 섬광에 진짜 다이아몬드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불현듯 엄습했다가는 이내 사라졌다.

 진짜 다이아라면 공사비 물어주고도 손해는 없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엉성한 유치권 탓에 별 시덥잖은 상념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

 

유치권이 허위일 것이라는 심증이 굳어져만 갔다.

다만, 아직 건물 내부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말의 불안은 남아 있었다.

낙찰 후 들어가 본 집 내부에 구석구석 금칠을 해두었다면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닐 것이다.

화장실 손잡이도 금,  수도꼭지도 금, 변기 뚜껑도 금! 금!! 금....!!!

공사업자가 내부를  금도금하는데 1억 3천이 들었다고 주장하면 고스란히 물어줘야 하는 것이 유치권의 강력한 파워임을 아는 터라 집 내부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상당시간 불면의 고민을 강요했다.

유치권을 확실히 해결할 수 있다는 심리적인 담보가 필요했다.

 

유치권에 관한 판례를 검색했다. 대법원 판례에서 하급심 판례에 이르기 까지......!

대전 고등법원 판례 중 '근저당 등 다수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곧 경매가 개시될 개연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를 알고도 거액의 개보수 공사를 한 경우 공사업자가 유치권을 주장하는 것은 선순위 채권자들과의 관계에서 신의 성실의 원칙에 어긋 난다'는 취지의 판례를 발견한 후 마음을 굳혔다.

최후의 보루가 되어 줄 판례였다.

 

''낙찰받고 한판 멋지게 싸워 보자!''

 

선배와 두 손을 굳게 맞잡고 뜨거운 눈빛을 교환했다.

그동안 숱한 물건을 낙찰 받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

근처 분식집에서 콩나물 국밥 한 그릇과 김밥 한 줄로 밀려오는 허기를 때우면서 우리는 전의를 불태웠다.

열정과 패기만큼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었다!

 

 응찰가에 대한 長考

 

옆집 우편함 속에서 의외의 수확을 얻었다.

우편물을 하나둘 살펴보니, 대항력 있음에도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 보증금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할 3명의 임차인들은 모두 옆 건물의 임차인들이었다.

부동산에서 확인한 시세는 감정가 보다 높은 3억 5천에서 3억 7천 만원.

분명 경쟁자는 많을 것이다.......!

 

입찰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응찰가를 얼마를 써야할지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인접사례와 통계를 놓고 산술적으로 계산하여 낙찰가를 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번 물건은.....!

법적인 하자를 해결할 자신감이 응찰가를 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었다.

거액의 유치권에, 대항력 있는 임차인, 공유지분 토지에다가 배당 요구한 임차인이 4명이나 되니 적지 않은 명도부담 또한 있는 물건이었다.

유치권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다른 문제들 또한 해결가능하다고 판단한 우리는 직전, 직전 최저가를 기준으로 응찰가를 정했다.

최저가가 1억 4천여 만원이었고 직전최저가가 1억 7천여 만원이었으나 일단은 2억원을 넘기기로 마음먹고 끝자리 붙이는데 고심을 하였다.

 

일단 우리와 동일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2억을 넘긴다면 2억을 넘겼다는 생각에 안심하여 끝자리를 신경 쓰지 않으리라는 판단으로 우리는 끝자리를 백만원 단위를 기준으로 후반으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그렇게 고심하여 결정한 응찰가는 2억 8백 3십만원이었다.

입찰당일 긴장된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있으나 없으나 동일했다.

신중하게 작성된 서류들을 입찰함에 넣고 선배와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워 물었다.

''앞으로 1시간 후면 낙찰자가 결정되겠지..........!'' 

희뿌옇게 번져가는 담배연기 사이로 최고가 매수인으로 호명되어 환호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환영처럼 지나갔다.

감이 좋았다!!!

 

짜릿한 낙찰

 

당일 경매가 있었던 서울 북부지방법원은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파트의 낙찰가가 계속하여 상종가를 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름 있는 아파트가 하나라도 경매에 나오면 당일 경매법정은 그야말로 만원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입김과 체온 그리고 .....긴장과 열정의 기운으로 달궈진 법정에 있기가 답답하여 밖으로 나오면 살을 에일듯한 칼바람에 잔뜩 몸을 움추려야 했던 기억들!

입찰이 종료되고 집행관들이 서류를 정리하는데 어째 좀 심상치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우리 건으로 짐작되는 서류뭉치가 생각보다 더 두툼했다.

대략 보아도 20명은 되어 보이는데......나름대로 고심하여 쓴 응찰가였지만 불안했다.

'1억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2억 3천까지 밀어 붙일 걸 그랬나?'

옆에 서 있는 선배의 표정도 조금은 일그러져 있었다.

 

심장 뛰는 소리가 커져간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익숙한 소리.....

맨 처음 응찰할 때는 정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개찰의 순간에는 누구나 다 그렇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심장의 박동과 개찰의 긴장감을 즐기게 되었다.

경매도 일종의 스포츠였다.

다만, 가볍게 즐길 수만은 없는, 생존과 생활이 걸린 좀 부담스런 스포츠였다.

 

사건 번호가 빠른 관계로 우리차례가 금방 돌아왔다..

응찰자로 꽤나 많은 사람이 불려 나갔다. 눈짐작으로도 20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선배도 호명되어 앞으로 나아갔다. 보무도 당당하게, 그리고 씩씩하게......!

그리고 잠시 후 역시 당당하고 씩씩하게,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힘차게 치켜 올리며 돌아왔다.

정확히 응찰자는 16명! 그 중에서 당당히 1등으로 개선한 것이다!!!

 

유치권을 해결하라

 

일주일 후 항고나 이의 없이 무사히 낙찰허가 결정이 났고 5일정도 후에 잔금을 납부하라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은행돈을 지렛대로 이용하여 어떻게든 수익율을 높여 보려 노력했지만 거액의 유치권에, 선순위 세입자, 그리고 대지가 지분으로 되어 있는 물건에 대출을 해주려는 은행은 어디에도 없었다.

 1금융권과 2금융권은 물론이고 사채업자도 고개를 흔들었던 물건이다.

 

사채업자는 물건의 현상보다는 낙찰자와 연대보증자의 현상에 관심이 많았다.

직업이 뭐냐, 재산은 뭐가 있느냐, 연대보증은 몇 명이나 세울 수 있느냐....등등 담보대출이 아니라 신용 대출을 해주려는 듯 꼼꼼이 인적 정보를 캐던 사채업자 아주머니는 24%의 이율에 1억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해주었다.

단, 아주머니에게도 5%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단다. 헉, 그렇다면 최종이율은 29%!

힘들어도 주변 분들께 신세를 지기로 했다.

연 12%의 이자를 드릴 테니 은행에 넣어두고 있는 남는 돈 있으면 빌려달라고 사정했다.

여기저기 조금씩 끌어 모아 잔금납부 기간을 일주일정도 경과한 날에 연체이자까지 부담하며 잔금을 납부하였다.

 

휴.......... !

그러나 한숨도 잠시......

집주인과 유치권자와의 지루하고 힘든 싸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고가 매수인으로 선정된 다음날, 유치권자가 어떤 내용으로 유치권을 신고했는지 궁금하여 법원 경매계에서  경매기록 열람, 등사를 신청했다.

 

얼핏 보아도 꽤나 두툼하고 양식도 그럴듯해 보이는 신고서였다.

혹시 이거 진짜 유치권 아냐?

쿵쾅이는 심장소리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다!!!

   

불면의 나날들

 

유치권 신고서는 서초동에 사무실을 둔 모변호사가 대리하여 작성한 것이었고, 법원의 보정명령을 받아 보정명령의 취지대로 꼼꼼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공사대금의 발생내역과 공사현장 사진, 공사업자의 사업자등록증과 현재 유치권을 행사하며 건물의 1층을 점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공사업자가 하청업자들에게 공사대금을 미리 지급했다고 주장하며 대금을 계좌 이체한 통장내역까지 첨부해 놓고 있었다.

통장 내역을 맞추어 보니 대략 1억 2천여만원.....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았지만 유치권자가 마진 운운하며 총 공사금액은 1억 3천으로 하기로 했다고 주장하면 나름대로 충분한 증거자료가 될 법했다.

 

주장의 요지는 '노부모를 모시고 살던 건물 소유자가 2003. 6. 경 이 사건 건물로 이사 오면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인테리어 업자인 유치권자에게 하자 보수를 맡겼는데, 계약금 500만원만 지급하고는 나머지 공사대금 1억 2500만원은 미지급하여 유치권자가 현재  1층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 실제 내막이란다.

 

그럴듯해 보였지만 허점 또한 상당했다!

우선 유치권 신고서 상의 공사계약서가 한눈에도 급조한 것으로 보일만큼 허술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A4용지 한장 짜리로 공사기간에 대한 언급도 없이 계약금 500만원에 잔금은 공사완료 후 하시라도 지급한다고 되어 있었고 소유자와 공사업자의 목도장이 나란히 찍혀 있었는데 도장의 인형 크기나 글자체가 동일한 모양이었다.

같은 곳에서 판 도장인 듯한데 이상한 건 사업자 등록까지 갖고 있는 유치권자가 상호가 포함된 회사 직인을 찍지 않고 이름만이 새겨진 목도장을 찍었다는 것과 소유자의 목도장과 동일한 형태의 목도장이라는 것!!

 

유치권을 대리 신고한 변호사가 법원의 보정명령으로 계약서의 첨부가 필요하자 계약서를 급조한 것이 아닐까.....?

서초동에서 개업하고 있는 후배 변호사에게 서류를 보여주며 검토를 요청했더니, 도장은 목도장이 아니라 변호사 사무실에서 흔히 쓰이는 조립도장이고 신고서에 첨부된 소송위임장에 찍혀진 유치권자의 도장도 동일한 것으로 보아 변호사 사무실에서 급조한 것이 맞는 듯하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변호사까지 가세하여 허위의 유치권을 만들어 놓다니....의외로 쉽게 해결될 듯하였다.

허위의 유치권은 형법상의 강제집행면탈죄, 입찰방해죄 등의 죄가 성립할 수 있고 얼마 전 허위의 유치권을 신고한 업자가 구속된 사례가 있다는 내용을 들어 알고 있었던 우리는 먼저 변호사부터 설득해 보기로 했다.

'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 혹시라도 저가낙찰을 노리고 허위의 유치권을 신고하는 데 조력한 것이라면 일단 실패로 돌아간 이상 순순히 자백하며 물러나겠지' 

 

나름대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내렸던 결론이 순진한 생각에 불과했음은 변호사와의 전화한통화로 금방 드러났다.

“저, 변호사님 ! 상계동 물건 낙찰자인데요......유치권이 허위인 것 같아 유치권신고서를 떼 봤더니 변호사님 성함이 있길래..... 유치권자를 형사고소하려고 하는데 변호사님도 깊숙하게 개입되신 것 같아서요.....먼저 상의를 드리고 고소하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서요.'

최대한 정중하게, 배려 가득한 목소리로 할 말을 한 뒤 변호사의 대답을 기다렸다.

 

짧은 침묵.....!

 

'아, 예 소유자가 잘 아는 사람인대.....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생겼는데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겠냐고 묻길래 허위로 유치권 신고하면 값이 많이 떨어지니 그때 다른 사람명의로 낙찰 받아 판 뒤 차액만큼 나눠 갖으면 어떻겠냐고 조언해 준 사실이 있습니다.....이번에 집주인 쪽도 응찰 했는데 떨어졌으니 이제 모든 게 끝났네요.....유치권자는 제가 설득해서 내보내겠습니다.'

이런 류의 말들이 흘러나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러나 변호사의 입에서 흘러 나온 이야기는 정말 뜻밖이었다.

'그거 유치권 성립하는 것 맞습니다. 공사업자가 내 고향 후밴데, 친구부탁으로 건물 내부를 깨끗하게 손 봐 주었는데 대금을 안준 상태에서 집이 경매 들어갔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도 성화 길래 그럼 정식으로  유치권 신고하고 소유자 도움 받아 건물의 일부라도 점유를 해라......그럼 낙찰자한테 전액 떠넘길 수 있다.....고 조언해 준 사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서는 사무장님이 만든 것 같은데 소유자하고 공사업자하고 친구라서 계약서도 안 쓰고 공사했다고 해서 사무장님이 형식적으로 하나 만든 것 같습니다.'

 

.........꽤나 긴 침묵.....침묵.

 

 '아, 예 그렇군요....그럼 수고하세요.'

정중하게 인사할 정신이 남아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심장은 마구 뛰고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손익 계산 수식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을 돌았다.

'유치권 다 물어주면 딱 감정가에 산 꼴인데 현재 시가는 감정가보다 3~4000만원 높으니  이거 저거 떼도 1000만원은 남겠네......'라는 생각을 끝으로 복잡한 머릿속을 겨우 정리했다.

 

그런데..........

'다가구 주택은 팔려야 팔리는 거지 1년이 갈지, 2년이 갈지 모르는 거야....모르지 한 5천정도 싸게 급매로 내놓으면 금방 팔릴지.....'

 

선배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을 후벼 판다......!

'5천만원을 싸게 내놓으면 작게 잡아도 3000만원 이상 손해다. 그렇다고 2년, 3년 떠안고 갈수도 없고......'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서 숱한 불면의 밤들이 지나갔다.

힘든 하루 하루였다........!

 

든든한  원군

 

고민 끝에 유치권신고서를 들고 서초동에서 개업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변호사를 찾아갔다. 한때 사법시험을 같이 공부했던 친구다. 최대한 티를 안내려고 했는데 금새 알아본다.

'형! 유치권자가 속 썩여요? 거봐요. 경매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니까.....줘봐요.

내가 검토해 볼게요.''

서류뭉치를 낚아 채  한 장 두 장 검토해 가는 후배의 얼굴에 다양한 표정들이 생겨났다 사라진다.

간혹 미소도 떠오른다....조짐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얼마 후 후배가 서류뭉치를 탁자에 내려 놓으며 깍지를 낀 채 소파 깊숙히 파묻힌다.

'역시 어려운가 보구나.'  

절망, 또 절망의 순간이었다........!

“'형! 이거 유치권 가짜에요. 제가 점쟁이가 아니니까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이거 법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유치권이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

 

천상의 목소리가 이럴런가?

지치고 지친, 찌들대로 찌든 가슴속을 부드러운 깃털로 쓸어주듯 달콤한 음성이었다.

가끔 덜렁대긴 하지만 신중한 면 또한 있는 후배였기에 후배의 위로는 확실히 힘이 되어 주었다.

 

후배의 설명이 이어졌다.

“유치권이라는 것은 파워가 막강한 만큼 성립요건이 까다로워요. 그래서 경매절차에서 신고된 유치권은 90%이상이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이라는 항간의 이야기들이 사실상은 맞는 말들이지요.

유치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치권자의 유치 즉, 물건에 대한 점유인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유치권자의 점유는 인정되기가 쉽지 않아요.

신축건물에 대한 공사대금처럼 유치권자가 건물에 대한 점유를 건축주에게  인도하지 않고 처음부터 점유를 하면서 유치권을 주장한다면 모를까.....일단 다른 사람의 점유가 개시되었거나 진행되는 중에 유치권자가 뒤늦게 점유를 주장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특히 건물 내부의 리모델링 같은 경우가 그래요. 일단 점유는 집주인이 하고 있는 상태인데 싱크대나 욕조 등을 수선했다고 해서 리모델링업자가 공사대금을 이유로 집주인의 점유를 침탈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주거침입죄가 성립되거나 영업장 같은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겠지요.

결국은 적법한 점유가 되려면 집주인의 동의하에 점유를 이전받아야 하는데 어떤 집주인이 변기 고쳤는데 돈 못주니까 대금줄 때까지 건물을 점유하라고 하겠어요?

이때는 그냥 민사상의 채권, 채무문제로 소송을 통해 판결 받아 강제 집행하는 수밖에 없어요.''

 

후배의 설명을 들으면서 희망과 안도의 물결이 잔잔히 번져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은 집주인의 도움을 받아 점유를 이전받아야만 되는데 간혹 가다가 집주인이 유치권자를 도와주는 경우가 있어요. 공사를 한 것은 분명하고 공사업자하고 친분은 있는데 집이 경매에 들어가면 공사업자는 한 푼도 못 받을 것 같고 하니까 공사업자한테 건물 일부의 점유를 넘겨주기도 하지요.

별다른 친분 없는 은행보다는 공사업자가 사실상 먼저 배당받도록 하는 것이 집주인 측에서도 좋을 테니까요.''

 

그 후로도 후배의 설명은 이어졌고 한마디 한마디에 희망의 싹들은 한웅큼 씩 돋아났다.

결국 이 사건의 경우 집주인이 공사업자와의 친분 때문에 경매가 개시되자 점유를 이전하였던 것인데 이는 경매개시 결정 후 점유를 이전한 것으로 압류의 효력에 반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치권자의 점유는 적법한 점유가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유치권 신고서상 유치권자의 점유가 경매개시 결정후임은 유치권자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었다. 경매개시 후 열흘 정도 후부터 건물을 점유하고 있다는 메모를 현관 앞에 붙여 놓고 그 사진을 찍어 증거로 제출했던 것이다. 유치권자는 자신의 행위의 법적인 의미에 대하여는 당연히 몰랐을 것이다...!

 

후배는 한마디 덧붙였다.

''이 사건의 경우 점유개시시점이 문제될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건물소유자가 공사업자에게 공사대금을 전부 지급한 것 같아요.

공사업자가 아무리 건축주와 친해도 자기돈 들여가면서 공사를 해주지는 않을 거잖아요.

근데 공사업자는 하청업자들에게 공사대금을 다 지급했단 말이죠.

분명 건물주한테 받아서 줬을 거예요.

공사비 대금의 소멸시효는 3년인데 3년이 다 되어 가도록 건물에 가압류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도 의심스러워요. 공사가 끝난 2004년경에는 아직 저당권도 설정되지 않아 등기부가 깔끔했던 때인데......''

 

이쯤 설명을 듣고 보니 후배가 믿음직 스러웠다.

정식으로 수수료를 지급하고 사건을 의뢰했다.

후배는 일단 소송으로 가면 시간이 걸릴 테니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유치권자와 소유자를 압박하여 협상을 통하여 해결하겠다고 했다.

과연 후배의 뜻대로 될 것인가......

빠른 시간 내에 해결이 되기를 바라며 후배의 연락을 기다렸다.

 

후회 없는 한판 승부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다.

유치권 문제의 해결은 후배에게 맡겨두고 건물주와 지하층의  세입자 명도에 노력을 기울였다.

집주인은 한겨울에 노모를 모시고 나가기가 어려우니 4월까지만, 그러니까 앞으로 석 달만 여유를 달리며 사정을 했고 지하층에 사는 할머니는 1층 유치권이 해결되면 자기가 관리를 잘해 줄테니 1층에서 살게 해달란다. 물론 지하층에 해당되는 월세로...!!

당시 1층 건물의 전세가는 8000만원이고 지하층 할머니집의 월세는 보증금 500만원에 20만원이었다.

사정도 모르고 시세보다 많이 싸게 잡았으니 횡재라도 해 보였나 보다.

 

할머니의 막나가는 요청에 순간 황당했지만 심호흡과 함께 마음을 다잡고 위기를 기회삼아 이야기를 이어갔다.

 ''할머니 유치권 해결되면 대출을 받을 건데 대출받은 후 제가 시세보다 싼 5000만원에 전세 드릴 테니까 그럼 사시면서 건물 좀 관리해 주실래요?

할머니는 대출이 있으면 배당순위가 늦어져 손해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없는 상태에서 시세보다 3000만원이나 싸게 전세를 준다는 말에 솔깃했나 보다.

아들하고 상의해보겠다고 하신다.

우리로서도 월세 20-30만원 더 받는 것 보다는 전세를 줘서 원금을 회수하고 다른 물건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 던진 말인데 의외로 할머니가 긍정적으로 검토하시겠다고 한다.

한번 경매 나온 물건  또 경매 들어가겠어? 우리와 같은 생각일지 모른다.

 

지하층 다른 세대는 젊은 친구들이었다.

말이 금방 통해서 보증금을 200만원 올려 받기로 하고 재계약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7만원이었다.

 

집주인의 통사정을 받아들여 4월 중순까지 머물도록 허락했다.  3개월이나 더 살게 해 준 것이다.

그 3개월 동안 우리는 적지 않은 금전적 부담에 시달려야 했지만 3개월 후 집주인이 나가면서 노모와 함께 감사인사를 할 때는 후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어디를 가시든 행복하시길.....!

 항상 겪는 일이지만 명도의 뒤끝은 씁쓸했다.

 

사건 의뢰 후 3주정도 후에 후배로 부터 연락이 왔다.

먼저 집주인과의 공모를 염두에 두고 집주인에게 설득과 추궁을 번갈아 했지만 집주인은 공사업자를 배신할 수 없다며 공사업자랑 협상해 보라고 떠넘기더란다.

소멸시효가 지났으니 채무가 없다는 내용의 내용증명 한통만 보내달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자신은 신의를 저버릴 수 없고 신의하나만 믿고 살아 왔으며 앞으로 남은 재산도 신의 하나밖에 없으니 제발 그냥 좀 내버려 두라는 취지로 오히려 변호사인 자신을 설득하더란다.

''그럼 선생님 믿고 대출해 준 은행직원들은요?''.

'' 선생님 힘드실까봐, 3개월이나 더 살게 해준 낙찰자분은요?''

''그건.....(침묵) ....몰라요..! 그래도 난 친구와의 신의는 저버릴 수 가 없으니, 앞으로는 저한테 전화하지 마시고 유치권자랑 이야기 하세요.!!''

 

신의 하나가 자신의 전 재산이라고 하면서도 친구이외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의는 중요치 않다는 이상한 가치관이 마음에 걸렸지만 목에 칼이 들어와도 친구와의 신의는 저버릴 수 없다는 건물주의 소신만큼은 인정해 주고 싶었단다.

 

자신들이 공모하여 법원까지 속였으니 일개 변호사 정도 속이는 거야 우습겠다는 판단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곧바로 형사 고소 해 버릴까 하는 충동이 들었지만 어차피 명도가 문제라면 서로 간 피해가 덜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좋을 듯해 참았다고 했다.

 

(다음은 후배의 이야기이다)

유치권자에게 전화를 했다.

기선을 제압할 각오인지 신분을 밝히자마자 건물주에 대한 욕설이 쏟아져 나온다..

''그 개0끼가 공사해 줬더니 나 몰라라 해서 내가 얼마나 시달렸는데....욕설...욕설...욕설...'' 

자기와 건물주가 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무진장 친구를 욕해댄다...!

그래도 건물주는 친구라고 끝까지 두둔하던데... 

유치권자는 한 푼도 깍을 생각 말고 전액 지급하란다...!

차분한 음성으로 조목조목 법적인 부분을 설명했다.

유치권은 이러이러해서 성립되지 않고 또한 현재 1층을 점유해 살고 있으니 부당이득으로 월 70만원씩 지급하라고......!

그리고 건물주는 부득이 형사 고소할 수밖에 없으니 공범의 혐의를 벗으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그러자 친구를 향해 해대던 욕설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돌아왔다..

''내가 공사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는데....어디다 대고 협박을...! 애들 풀어 정리할 수도 있는데...이런 씨~ 암탉.....개~나리....십~장생....''

형언할 수 없는 욕들이 난무했다.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어 한마디하고 끊었다.

''유치권 신고 대리한 변호사님과 상의해 보세요. 그리고 결심이 서시면 전화주세요. 곧바로 70만원 입금안하시면 선생님 사업장 집기 가압류 들어가고 소유자는 내일 고소할 겁니다.''

조만간 유치권자한테서 전화가 올 것이다!!!

 

통쾌한 승리, 그리고...

 

사흘 정도 후 유치권자로 부터 전화가 왔다.

''좋습니다.....나머지 돈 내가 오입한 셈 칠 테니 딱 잘라 50%만 주세요.....!''

선심 쓰듯 내뱉는 말이다. 유치권이 가짜라는 확신이 머릿 끝까지 팽배해졌다.

영세한 규모의 인테리어업자가 6500만원이라는 돈을 한순간에 포기하다니.....

진짜일리 없다.....!

진위를 파악한 이상 이제는 느긋하게 상대방의 안달을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상담중이어서요. 다음에 통화하시지요.''

그나저나 오입한번에 6500만원이라.....

 

그로부터 사흘 후 먼저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그때는 중요한 상담중이어서...''

정중하게 사과하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낙찰자가 유치권 문제 때문에 대출도 못 받고 손해가 막심하고..... 소송하면 이기지만 인간적으로 처리하고 싶고...이래저래 비용 든 걸로 치고 2000만원정도 드린답니다.....그냥 협상하시지요.''

곧바로 예의 그 욕설들이 쏟아져 나왔다.

''누굴 바보로 아느냐....어쩌고 ...내가 오입한 걸로 치고 그만큼 양보했는데....저쩌고...애들 풀어야겠네.....쓰~개나리 십장생....''

한참을 혼자 떠들다가 제풀에 지쳤는지 한마디 던진다.

''그럼 서로 조금씩 더 양보해서 3000만원에 합시다...그냥 오입 한번 더한 걸로 치지 뭐...''

그 양반 참, 오입 좋아하네.....^^;

오입 한번 한 값으로 또다시 3500만원이 떨어졌다.

 

3000만원이면 소송을 들어 갔을 때 판사님이 조정으로 권고할 금액수준이다.

일단 재판에 들어가면, 법적인 쟁점을 떠나 판사님은 ''피고가 공사한 것이 사실이고 아니고 간에, 원고는 그 액수만큼 싸게 샀으니 인간적으로 조금만 떼 줍시다. 한 3000만원주고 끝내는 거 어때요?''라고 분명  말할 것이다.

물론 강제력 없는 조정 권고니까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단 조정을 거부하면 돈 욕심이 극에 달한 사람으로 찍혀 괜시리 다음 절차부터 판사님 얼굴보기가 민망해진다.

 

불을 보듯 뻔한 과정을 알면서도 소송을 강행하기가 쉽지 않아 일단 선배의 의견을 들어 보기로 했다.

한 달이 채 안되어 유치권액수가 1억이 떨어졌다.

크게 욕심 없는 선배도 이쯤에서 합의보고 유치권 포기각서로 대출 받자고 한다.

소송하면 분명 한 푼도 지급하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부당이득으로 매월 60-70만원의 월세를 받을 수 있지만 최소 5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기회비용을 고려하건대 현명한 판단인 듯 싶다.

 

선배의 의중을 알았으니 다시 유치권자에게 전화......

''의뢰인이 2500만원까지는 드린답니다. 그리고 식사 한번 거나하게 대접한다고 하니까 2500에 하시지요.''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3000주면 내가 거나하게 술 한번 사겠소. 원하면 좋은데서 오입도 한번 하고!'' 해버린다.

더 이상의 말장난은 무의미한 듯 싶었다.

''알겠습니다. 그 대신에 3000만원은 은행에서 대출받아 드려야 하니까 유치권 포기각서 먼저 써주세요. 그게 불안하시면 3000만원에 대해 제가 공증서지요.''

아직까지 변호사의 신용은 죽지 않은 듯하다.

''변호사님께서 보증까지 서신다면야 뭐....''

흔쾌히 승낙하며 덧붙인다.

''내가 00은행 00동 지점장을 아는데 이 건으로 대출 문의했더니 1억 5천정도 된다네요.

이율은 6,6%니까 생각 있으면 연락해요. 소개해 줄 테니까......''

후배 변호사는 대출알선수수료로 오입 한번 할 돈 달라고 할까봐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다시 나로 돌아와)

낙찰 받은 지 3개월 만에 모든 법적인 문제가 풀렸고 현재 00상호저축은행에서 대출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율보다는 원금의 회수가 우선이어서 좀 더 많은 금액을 대출해 주는 상호저축은행을 택했습니다.

이건 물건에 투하된 원금은 세금과 유치권 해결비용, 집주인 이사비 200만원 등을 포함하여 2억 5천만원이 조금 안됩니다. 투하된 원금은 대출과 할머니 전세 그리고 지하층 및 2층 월세 (보증금 3000만원에 월 45만원)로 1000여 만원을 초과하여 회수될 것이고 대출이자는 월세로 얼추 충당이 될듯합니다.

 

그리고....!

우연찮게 이 물건 낙찰 받은 일주일후 ''서울 전역을 1도심과 5부도심으로 나누어 균형발전을 유도하는데 북부권의 핵심육성거점지역으로 상계동일대가 지정되었다''는 기사가 발표되었고 상계동으로 들어가는 동부간선도로가 확장되어 이 일대 교통이 대폭 개선된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강남권에서 시발된 아파트값 폭등이 노원구에까지 이르렀고 이와 더불어 단독 주택 값도 많이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이건 상계동 주택의 시세는 4억 5천에서 4억 8천정도......

추가 상승의 여력은 없어 보여 4억 5천에 급매를 놓고 매수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치권 공략기, 그 후.....

 

상계동 다가구주택 낙찰 받아 3개월 만에 유치권자와 협상을 끝마쳤습니다.

아시다시피 유치권 신고금액은 1억 2천5백만원이었고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1억 4천만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지만 적절한 협상을 통하여 청구액의 20%선인 3000만원에 유치권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협상 아닌, 소송으로 갔더라도 당연히 승소할 수 있었고 당시 유치권자가 1층을 점유하며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당이득으로 월 임료 또한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월 임료는 당시 전세가가 8000만원이었으니까 이를 월세전환비율 100%로 환산하여 산정해 보면 매달 약 80만원 정도가 되겠네요.

 

그러나 당시 정황을 돌이켜 분석해 보면, 유치권자가 나름대로 유치권의 형식적인 요건을 두루 갖추어 놓고 있었기 때문에 소송이 장기화 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소장 접수하여 상대방에게 송달될 때까지 1개월, 상대방으로 부터 답변서 올 때까지  1개월, 기일 잡힐 때까지 또 1개월......

 

첫기일은 분명 준비기일로 잡힐 것이고 위 준비 기일에서 판사님은 조정을 강력히 권고할 것으로 추정되어 다음기일은 정식 변론 기일이 아닌, 조정기일......!

이런 전차로 소송내적인 합의절차에 이르는 데만 최소 4개월이 소요됩니다.

이때, 유치권자와 원만히 협상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유치권자가 무리한 욕심을 부린다면 당연히 조정은 결렬될 것이고 그럼 다음 기일이 지정될 터인데 이때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려면 다음기일에 증거조사를 모두 끝마쳐 변론이 종결되도록 하는 것이 좋겠지요.

 

유치권이 허위임을 입증하기에 딱 좋은 증인은 당연히 건물주가 되겠지만 이들이 사전에 공모하여 허위 유치권을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이때 신문사항은 거짓증언을 전제로 작성하여야 합니다.

즉, 거짓증언을 예상하고 신문을 해나가되 답변이 서로 모순되거나 상식에 어긋나게끔 유도하여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법정에 출두하여 증인으로 진술할 때 일반인이라면 누구라도 긴장을 하게 되어 있고 그래서 증인이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하고 나와도 작은 꼬투리 하나만 잡히면 결국은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말문이 막히거나 당황할 때 호통을 치며 집요하게 파고들면 결국은 사실대로 진술할 수밖에 없는 것이 법 앞에 선 일반인들의 나약한 심리입니다.

 

그렇다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고 당일로 변론이 종결되어 2주정도 후에 판결이 선고될 것입니다.

결국 소송을 제기하면 이런 저런 절차를 모두 거치는 데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보통 유치권자를 상대로 한 명도소송의 경우 유치권자가 1심에서 패하면 항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시간을 끌면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목적으로 항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또 최소 4개월을 허비해야 합니다. 또한 상대방 변호사를 잘 못 만나면 툭하면 기일연기신청에, 뻑하면 기일변경신청이라 2-3개월을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소송은 장기전이라 금전적, 시간적 비용과 기회비용의 상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유치권자와 협상을 시도하였던 것이지요.

유치권이 허위인 경우는 근본적으로 낙찰자 측에서 협상의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형사고소와 민사소송 등 강력한 무기들을 순차적으로 내보이면서 압박하면 결국은 적은 비용으로 명도를 마칠 수 가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3000만원으로 명도를 마무리하였고 위 3천만원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지급하였습니다.

대출당일 유치권자가 은행에  직접 나와 은행직원에게 유치권포기각서를 써 주었고 위 3000만원은 은행에서 유치권자의 통장으로 직접 이체하는 방법으로 혹 포기각서 써주고 돈을 못 받으면 어쩌나 불안해하던 유치권자를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명도 후 약간의 비용을 들여 이건 주택 전체의 내부공사를 진행하였더니 그럴듯한 외관과 함께 새 집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이 대체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당시는 노원구의 전세수요가 한창 살아나고 있던 시점이라 다액의 대출을 떠안아야하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4세대 모두 기대이상의 가격으로 월세를 놓을 수 있었습니다.

대출금 실수령액 1억9천만원, 월세 보증금 6500원, 월세수입은 140만원이고 대출이자로 월 110여만원이 나가고 있습니다.

 

원금이 전액 회수 되었을 뿐만 아니라  월세 수입이 월 이자를 상회하여 결국 돈 한 푼들이지 않고 매달 작지만  알찬 수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현재 매매호가는 4억 5천만원에서 5억사이에 형성되고 있지만 실제 매수인이 제시하는 평균가는  4억 3천만원 정도입니다.

 

이 가격에라도 팔아 버리고 실현된 수익으로 더 나은 물건에 재투자하고 싶지만 인근 상계 3, 4동의 뉴타운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또  한번 가격이 상승할 것 같아 매도를 미루고 있습니다.

미루고 미뤄도 어차피 원금은 회수된 상태이니 손해 볼 게 없다는 여유가 최적기의 매도타이밍을 노릴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이 물건의 진행경과를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전해 드리는 이유는 하자있는 물건의 틈새로서의 매력을 재차 강조하는 면도 분명 있지만 유치권 물건의 경우 소송으로 인한 추가비용 부담과 기회비용의 상실, 해결기간동안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애초 의도했던 수익률이 달성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웬만하면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효율적 명도의 기술을 체화한 후 접근하시는 게 좋겠다는 조심스런 당부를 드리기 위해서 이기도 합니다.

 

꾸준한 공부와 신중한 접근, 그리고 용기 있는 해결! 

항상 준비된 마음으로 기다리신다면 분명 여러분들에게도 조만간 멋진 기회가 찾아 올 것입니다. 그때 놓치지 말고 꼬오옥 움켜쥐시길 바랍니다~~^^

 

 

 

                                                                        경매고수를 꿈꾸는 사람들-정충진 변호사

                                                                            cafe.daum.net/alivea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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