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인 K씨는 거의 매일 서울시내 경매법정을 찾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의 투자 전략은 한마디로 ‘감나무 밑에서 입벌리기’다.
그는 항상 최저응찰가격보다 수십만원 더 써내 응찰한다. 누군가 경쟁자가 나타나면 꽝이다. 단독 응찰이면 엄청 싸게 먹는다. 최소한 1차례 이상 유찰돼 급매가보다 많이 낮은 물건이 공략 대상이다. K씨는 “운좋게 한건이라도 걸리면 1억원은 먹는다. 1년에 1억만 벌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경매인 B씨는 수도권이나 지방 입찰을 갈 때는 자신이 입찰할 물건 이외에 항상 최저가 언저리에서 들어갈 물건을 1-2개 더 뽑는다. 최저가 근처에 써서 단독 응찰이면 수백만~수천만원 먹는 거고, 아니면 꽝이다. “수도권이나 지방에 갈려면 기름값이 얼마냐. 혹시 하나 걸리면 1년치 기름값은 뽑는다. 아니면 말고.”
이런 전략은 대세 상승기에는 잘 통하지 않는다고 고수들은 말한다. 법원 경매물건을 노리는 이들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그러나 대세 하락기에는 성공 가능성이 있다. 일단 부동산 값 하락 우려 때문에 경쟁자가 적다. 그러다보면 가격 경쟁력이 충분한데도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물건이 가끔 튀어나온다. “누군가는 들어가겠지”하고 서로 미룬 물건이다.
며칠전 서울남부지원에서 낙찰된 목동 14단지 아파트를 보자. 전용 108㎡인 아파트가 2번이나 유찰돼 감정가격의 64%까지 떨어져 있었다. 감정가격은 9억원, 3차 입찰의 최저응찰가격은 5억7600만원이었다. 누군가 6억100만원(감정가격의 66%)을 써내 단독으로 낙찰받아갔다. 서울시에 신고된 이 아파트의 마지막 실거래가는 8억2000만원(7월3일)이다. 국민은행 가격은 7억900만원에서 8억3000만원에 잡혀 있다. 15층 중 9층이라 로열층에 속하고, 4000만원정도 유치권 신고도 돼 있지만 허접해 보인다. 소액임차인(보증금 3800만원)도 대항력이 없다. 누군가 아니면 말고 심정으로 입찰 들어와서 운좋게 낙찰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들에겐 요즘같은 침체기가 ‘감나무 밑에서 입벌리기’ 전략을 구사하기 좋은 시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응찰자수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응찰자수가 올해(8월15일까지) 4.7명을 기록 중이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1년 이래 가장 낮다고 한다. 2009년 8.5명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 경매 물건에 10명 이상이 몰린 고경합 물건역시 2009년 30.4%에서 올해 12.4%로 뚝 떨어졌다. 특히 이번주 들어 서울에선 전체 낙찰물건의 절반 가량이 단독응찰이다.
다만 복병은 있다. 낙찰 이후에 가격이 폭락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하반기에 실수요자들은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같다. 왠지 부동산값이 바닥 근처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든다. 대선 앞두고 이런 저런 부동산시장 안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다 미국 중국 등 해외 부동산도 반등하고 있다고 한다. 가격도 단기간에 충분히 떨어졌다. 휴가철이 지나자 전세값도 슬금슬금 오를 조짐이다. 전세가 비율(전세가를 매매가로 나눈 비율)도 많이 올라있어 집값 하락의 저지선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보인다. 세법이 개정되면 내년부터 1년 미만의 단타거래에도 기본세율(6-38%)만 적용된다는 점도 호재다.
물론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다음카폐 행복한 부자를 꿈꾸는 사람들 회원 고수께 길을물었더니~~~님의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