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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투자] 경매, 부동산 투기 아닌가요? [4]
경매천사님 작성글 전체보기 추천 12 | 조회 3067 | 2010.01.19 16:08 | 신고

 

고부장과 2차로 노래방에 들려 흥겹게 노래까지 마치고 나니 시각은 어느새 11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딱 한잔 만 더하자는 고부장의 요청을, 활기찬 내일을 위해 오늘은 참자는 말로 무마한 봉대리가

고부장을 택시에 태워 보낸 뒤 회사인근의 자신의 원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로등이 뿌옇게 졸고 있는 집 앞의 벤치에 앉아, 봉대리가 담배 한 개비를 뽑아 물었다.

후하고 내뿜은 담배 연기가 푸른빛의 실타래처럼 엉겨 붙으며 허공 속으로 흩어졌다.

뿌옇게 번져가는 연기 너머로,  열정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흥분이 담긴 목소리로 경매 강의를 해주던

고부장의 얼굴이 선명한 영상이 되어 다시 떠올랐다.

 

"경매가 위험하지는 않은가요?"

라는 봉대리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고부장은 여유 있는 미소를 흘리며 대답했었다.

 

"이 사람, 참. 아직도 경매판에 건달들이나 양아치 같은 브로커들이 설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경매판에 건달들이 설자리가 없어져 버린 지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오래됐어.

경매절차를 담고 있는 민사집행에 관한 제법령들이 현실에 맞게끔 정비가 되어, 경매절차가 과거 있었던 호가경매제가 아니라, 기일입찰형태로 바뀐 뒤로는 이른 바 깍두기 아저씨들이 힘을 쓸래야 쓸 수가 없게 되버린 거지.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봤던 경매의 형태 즉, 서로 얼굴을 보면서 경쟁적으로 가격을 높여 가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낙찰되는 형태의 호가경매에서는 건달들의 암묵적인 위협이 낙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는데, 응찰가를 비밀리에 입찰표에 기재한 뒤 개찰함에 넣어 한꺼번에 개찰하는 방식의 기일입찰에서는 그런 무법이 판을 칠 여지가 없어져 버린 거야.

 

경매판에서 자신들의 설자리가 없어지자, 오랜 기간 경매법정으로 출근했던 동네 양아치 아저씨들은 다른 살길을 찾아 뿔뿔히 흩어진지 이미 오래되었다네. 그래서 지금 경매 법정에 가보면 죄다 평범한 아줌마, 아저씨들 뿐이야.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거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봉대리는 집요하게 다시 물었었다.

"경매는 일종의 투기 아닌가요?"

 

"그것도 일반인들의 무지에 기인한 오해중 하나지. 경매라는 제도는 말이야.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경제 질서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제도야. 채무자가 아쉬운 소리 해대가며 돈을 빌려간 뒤 그 돈을 제때에 갚지 않았을 때, 만약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강제할 방법이  채권자에게 없다면 이 나라 경제 질서가 어떻게 되겠나?

 

누가 감히 돈을 빌려줄 것이며, 돈 빌려주는 일을 업으로 하는 은행은 어떻게 살아 남겠느냐 말일세. 그리고 경매가

부동산 투기라는 생각에 젖어 아무도 경매물건에 응찰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돈을 어떻게 돌려받을 것이며,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은 어떻게 보증금을 반환받아 새 삶을 살 거냔 말이지.

 

경매는 채무자가 빚더미에 눌려 만세를 불러 버린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하여 채무자를 대신해 해당 부동산을 일반인에게 팔아주고, 그 매각대금으로 채권자들의 채권을 변제해 주는 합법적이고도 필요불가결한 제도일세.

이 합법적인 게임에 참가하여 부동산을 낙찰 받는 게 어떻게 투기가 될 수 있겠나. 이게 만약 투기라면,

경매를 주관하는 법원이나, 정부, 그리고 경매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국회까지 전부가 투기를 조장한 공범이 된단 말이지.

 

또 하나, 경매가 투기가 아님을 보여주는 단적인 제도가 토지거래허가제일세.

갑작스러운 개발호재의 발표로 인하여 해당 지역의 지가가 급등이 예견되는 지역은 예외없이 토지거래 허가지역으로 묶어 거래를 제한하는데, 일단 토지거래 허가지역으로 묶이면 해당지역의 토지를 매수한다는 건 여간해서는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다네.

 

토지거래허가를 받기위한 요건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기 때문이지. 그런데 법에서는 토지거래 허가지역에 있는 토지가 경매매물로 나온 경우에는 따로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경매로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네. 법률상 경매로 취득하는 것은 투기목적의 취득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이지."

 

이처럼 앞뒤가 정연한 논리로 차분하게 봉대리의 질문에 대답하던 고부장의 열띤 얼굴이 떠올랐다.

고부장님이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그때 경매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는 고부장의 얼굴은 빛이 나고 있었다. 고부장의 발그레한 얼굴은 단순히 술기운 때문만은 아닐 터였다.

그것은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서 발산되는 긍정과 희망의 파장이었다!

 

고부장과의 술자리에서 봉대리는 경매에 대한 여러 가지 선입견을 버릴 수 있었다.

 

경매는 투기의 장도 아니고 불로소득의 장도 아니요, 채무자 혹은 임차인의 희생을 댓가로 눈물어린 수익을 얻는 장도아니라는 것. 경매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열정적이고 선량하고, 성실하고, 그저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

 

그 사람들을 선의의 경쟁자로 삼아, 주어진 시간 내에 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좀 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당당하게

경쟁에서 승리하여 정당한 수익을 내는 시장. 그저 열심히만 공부하면 어떤 위험도 피해갈 수 있는 안전한 시장이자, 그저 꾸준히만 공부하면 공부한 만큼 고스란히 결실이 되어 돌아오는 정직한 시장이 경매시장이라는 생각이 어렴풋이나마 봉대리의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봉대리가 이미 꽁초가 되버린 담배를 쓰레기통에 비벼 끄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봉대리의 얼굴은 마치 고부장의 얼굴처럼 활기와 정열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뿌옇게 졸고 있던 가로등도 정신이 드는지, 좀 더 환한 빛을 내뿜으며 거리를 비추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봉대리는 출근길에 서점에 들러 몇 권의 경매서적을 샀다.

어제 점심나절에 얼떨결에 가입했던, 경매고수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까페의 주인장이 추천해 준 낙찰수기 위주의

책들이었다. 처음 경매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딱딱한 권리분석 책부터 펼쳐들게 되면 그 난해함과 생소함에 일찌감치 질려버리게 되니, 경매에 먼저 입문하여 알찬 수익을 일궈낸 선배들의 생생한 수기를 먼저 접해,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열정을 일깨워 보라며 경매천사라는 닉네임의 까페지기가 권한 책들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단정한 매무새의 고부장이 일간 신문을 펼쳐들고 진지하게 경제란의 기사들을 읽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고부장님? 속은 좀 괜찮으세요?"

봉대리가 활기찬 목소리로 아침 인사를 했다.

 

고부장이 봉대리를 향해 사람좋은 미소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부장의 시선이 잠시 봉대리의 손에 들려 있는 경매서적을 향했다가 이내 함박 웃음을 지어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역시, 자네는 이해도가 남달라.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아는군'

하는 표정이었다. 봉대리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하긴 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경매생각 뿐이었다.

경매의 기초적인 이론공부는 최단기간 내에 집중해서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했지.

'좋아, 그럼 질질 끌지 말고 지금부터 딱 일주일 동안 오늘 산 경매서적 세 권을 독파해 버리자.'

눈을 빛내며 결의를 다지는 봉대리의 마음속으로 벅찬 희망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었다.

 

그 날부터 봉대리는 퇴근 후 곧바로 귀가해서 밤이 늦도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먼저 낙찰수기 형태의 책을 읽어내려 갔는데, 마치 봉대리 자신이 책속의 주인공인 양 함께 울고 웃으며 책속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 초보 경매인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명도(세입자를 내보내는 일)를, 경매 고수들이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물흐르듯 유연하게 처리해 나가는  전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봉대리는 왠지 경매는 인상 험악하고, 모진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인격을 갖춘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조급하지 않게 명도의 과정을 이끌어 가되, 철저한 사전 준비와 빈틈없는 계획으로 일각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명도과정을 끝마치는 선배들의 무용담은 그 자체로 산지식이요, 잠자고 있던 정열을 일깨워 주는 훌륭한 자극제였다.

 

어떤 날은 너무 책속으로 몰입하다 보니 새벽녘이 다 되서야 잠이 들었고, 결국 늦잠을 자는 바람에 회사에 지각을 하기도 했다.

 

대충 상황을 짐작했는지 고부장은 엄하게 꾸짖지는 않았지만, 경매공부도 좋지만 공과 사는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는 질책을 봉대리는 고부장의 단호한 눈빛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어쩌란 말인가. 경매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봉대리는 회사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틈틈이 경매고수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까페에 들려, 게시판에 올려 진 글들을 차분히 읽어 보았다.

하루가 다르게 등락을 거듭하는 주가그래프에 가슴 졸이며 보냈던 지난 한 달과 다르게 경매공부는 편안한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었고, 하나 둘 새로운 지식을 알아 갈 때마다 마음깊은 속에서 희망의 싹들이 한웅큼씩 꽃을 피웠다.

 

경매공부에 빠져 나흘을 지내다 보니, 벌써 세권의 책을 다 읽어 버렸다.

한 번 몰입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장을 보고야마는 봉대리의 집중력의 승리였다.

경매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확실한 감이 오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틀은 잡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처음에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겠다는 각오로 공부하라고 했던 것이구나.'

선배들의,  경험에 기반을 둔 조언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일단 경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없애고, 지속적인 공부의 기반이 되는 동기를 견고히 하는 것을 경매서적 읽는 첫 번째 목적으로 삼으라고 선배들은 말했는데, 봉대리로서는 기대 이상의 성취를 얻은 느낌이었다.

 

이제 봉대리는, 경매는 그 어떤 재테크 보다 정직하고, 보람 있으며, 뿌듯한 희열을 만끽할 수 있는 수단임을 나름대로 확신할 수 있었다.

 

공부하고 발품을 판 만큼 풍성한 수확을 거두어 들일 수 있는 정직한 기회의 장!

비록 현재 가진 것은 없어도 삶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봉대리에게 그야말로 궁합이 딱 맞는 재태크였다.

 

"경매야, 기다려라! 대한민국 남아 중의 남아, 봉선달 대리가 나가신다!!!"

 

주먹을 불끈 쥐며 결의를 다지는 봉선달 대리의 뒷모습을, 경락건설 자재부 고명한 부장이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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