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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투자] 경매인, 꼭 명심해야 할 금기(禁忌) [4]
경매천사님 작성글 전체보기 추천 40 | 조회 20641 | 2010.02.01 10:18 | 신고

 

정오의 따가운 햇살이 창을 통해 포근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봉대리, 점심 안 먹어?"

고부장이 환한 웃음을 흘리며 봉대리의 어깨를 툭 친다.

 

그러고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요즘은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는 생각이 봉대리의 머리속을 얼핏 스쳐갔다.

토스트 한 조각으로 아침을 때웠던 봉대리의 뱃속에서 밥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봉대리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일어섰다.

 

"요즘 너무 열심히 일하는 거 아냐? 그러다 몸 상하겠어?"

"제 시간에 일 끝내 놓고 곧바로 퇴근해서 공부할 욕심에 그만....."

대충 짐작했다는 듯 고부장이 입 꼬리를 슬며시 말아 올린다.

지그시 봉대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더없이 따뜻하다.

 

"그래, 공부도 좋지만 일단 밥 먹으러 가자구. 회사 일도 경매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봉대리와 고부장이 찾아 간 곳은 묵은지 김치찌개를 전문으로 하는 체인점이었다.

얼마 전 퇴근길에 신장개업했다는 전단지를 받아 본 것 같은데, 남다른 미식가인 고부장이 벼르고 있다가 봉대리를 데려온 것이다.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서 보골보골 끓어오르는 시큼한 묵은지 냄새가 봉대리의 후각을 자극하자 뱃속에서 더 한층 요란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봉대리를 바라보던 고부장이 한마디 던졌다.

 

"식사까지 거르면서 공부한 자네의 실력을 어디 한 번 점검해 볼까?

낙찰자가 인수해야 할 선순위 권리들에 대해서 어디 한 번 쭉 읊어 보게나"

그쯤이야 자신 있다는 듯 봉대리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등기부상 말소기준권리보다 선순위로 설정되어 낙찰자가 인수해야 할 권리는 먼저, 선순위 지상권, 선순위 지역권, 선순위 전세권을 들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세가지 권리의 공통점은 해당 부동산을 사용, 수익할 수 있는 물권적 권리, 즉 용익물권이라는 것인데, 이처럼 용익물권은 금전지급과 관계된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당해 경매절차에서 배당을 받을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낙찰로 인하여 말소 되지 않는 권리들입니다. 다만, 전세권은 용익물권이기도 하지만 전세계약기간이 도과한 경우, 보증금 반환을 받을 수 있는 권리로 전환되기 때문에 전세권자가 경매신청채권자이거나 경매절차에서 배당을 요구하면 말소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세권은 용익물권이자 담보물권이라고도 설명되고 있습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고부장을 바라보며 더욱 자신을 얻은 봉대리가 말을 이었다.

"다음으로, 선순위 가등기가 있는데 이 중에서 담보가등기는 아시다시피 말소기준권리가 되기 때문에 항상 소멸하지만 장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을 위해 설정된 가등기, 즉 소유권보전 가등기는 금전지급과 무관한 권리라 배당을 통해 소멸되지 않고 낙찰자가 인수해야 합니다. 선순위가등기를 인수하면 추후 가등기권자가 본등기를 경료하면 속절없이 소유권을 빼앗기게 되니 경매인으로서는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야 할 위험한 권리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선순위 가등기가 담보가등기인지, 소유권 보전가등기인지는 어떻게 구별하지?"

"법원문건 접수내역 상 가등기권자의 채권계산서 혹은 배당요구서가 접수되었는지를 확인해 보면 됩니다."

 

고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미심쩍은 표정을 지어내며 물었다.

"그래, 그게 원칙이긴 한데.... 그런데 만약 법원에 채권계산서나 배당요구서가 아니라 권리신고서가 접수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권리신고서요?"

 

잠시 망설이던 봉대리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등기권자가 법원에 자신의 권리를 신고하고, 권리의 존재를 밝힌 것이니 이때에도 담보가등기로 보면 되지 않을까요?"

고부장이 그럴줄 알았다는 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통상은 가등기권자가 권리신고서와 함께 채권계산서나 배당요구서를 함께 제출하는데, 어쩔 때는 달랑 권리신고서 하나만 접수하는 경우가 있지. 그런데 법원은 이 권리신고를 배당요구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란 말이야. 그러니 권리신고서가 접수되었다고 해서 이를 배당요구로 보고 담보가등기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말이지. 만약 법원문건 접수내역에 권리신고서만 접수되어 있다면 권리신고의 내용이 뭔지 반드시 법원에 문의해서 알아 봐야 하네. 권리신고의 내용이, 문제된 가등기가 소유권보전가등기임을 밝히는 내용일 수도 있기 때문이지. 물론 그럴 때는 대개 법원에서 \'낙찰자에게 인수되는 소유권보전가등기이니 유의하라는 공지를 해 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심심찮게 있어서 말이야. 경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편집증환자가 될 필요가 있다네. 의심하고 또 의심해도 지나치지 않는 유일한 곳이 바로 경매의 세계야."

 

"그렇군요. 또 하나 중요한 걸 배웠군요. 감사합니다."

봉대리의 진지한 표정이 재미있는지 고부장이 빙글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하. 이 정도는 약과라네. 내가 선순위 가등기와 관련해서 진짜 중요한 걸 하나 알려 줄까?"

봉대리의 표정이 긴장으로 굳어지는 걸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던 고부장이 입을 열었다.

 

"만약에 말이야. 가등기권자가 채권계산서나 배당요구서를 제출하지 않아 당해 권리가 낙찰자가 인수하는 소유권보전가등기로 강력히 추정되어도 무조건 관심의 끈을 놓을 필요는 없다네. 가등기권자가 채권계산서를 접수하지 못한 이유에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이지. 그리고 실은 이게 진짜 중요한 건데, 가등기권자가 소유권보전가등기라고 신고해도, 그래서 법원에서 가등기가 인수되니 유의하라는 공지를 했다 해도 쉽게 포기하지 말게. 가등기권자의 신고만으로는 당해 가등기를 소유권보전가등기로 확정하는 효력은 없기 때문에, 내막을 캐 볼 필요는 분명 있기 때문이지. 담보가등기권자가 해당 물건이 탐이 나서, 일단 소유권보전가등기로 권리 신고해 하염없이 유찰시킨 뒤 자신이 저가에 낙찰 받을 의도가 숨어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특히 담보되는 채권액이 경매 물건의 시세에 비해 현저히 작을 때에는 담보가등기권자가 한 번 욕심을 내 볼 수도 있지 않겠나? 담보가등기인지, 소유권보전가등기인지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은 가등기권자 자신의 권리신고가 유일하니 말일세"

 

봉대리의 가슴 속에서 정체모를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남들은 다 인수되는 가등기라고 생각할 때, 부지런히 발품 팔아 담보가등기임을 밝혀낸다면 근사한 아파트를 반값에, 아니 그 이하에도 낙찰 받을 수 있다는 말 아닌가.\'

봉대리가 경탄어린 시선으로 고부장을 바라보았다.

 

봉대리에게는 폭탄이나 다름없는 충격을 안겨 준 고부장의 표정은 그러나 태연하기만 했다.

묵은지를 손으로 쭉 찢어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흰쌀밥 위에 얹은 고부장이 "자, 들지." 하면서,

 한 숟가락 푸짐하게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 고부장이 봉대리에게는 새삼 우러러 보였다.

저 경지까지 올라가려면 얼마나 더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두려움보다는 동경과 설레임의 감정이 솟구치는 봉대리였다.

시원한 묵은지 국물을 떠 넘기며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봉대리에게 고부장이 물었다.

 

"선순위 가등기는 그쯤이면 됐고, 자, 이제 마무리를 해야지?"

봉대리가 정신을 차리려는 듯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선순위 가처분이 있는데, 선순위 가처분권자가 낙찰 후 낙찰자 혹은 전소유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이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면 낙찰자는 소유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선순위 가처분도 경매인들이 반드시 조심해야 될 권리입니다. 이외에도 임차권은 채권에 불과하지만 등기를 통해 공시하면 물권적 효력을 부여받기도 하는데, 최선순위로 등기된 임차권이 등재되어 있으면 이때에도 낙찰자가 인수하니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고부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말 제대로 정리했군.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엿보여. 대단하이."

고부장의 격려에 우쭐한 마음이 든 봉대리가 내친김에 말했다.

 

"그래서 말씀인데요, 고부장님, 이제 권리분석 공부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으니 유료 정보사이트에 가입해서 물건을 한 번 골라보고 싶은데요?"

봉대리의 말끝에 고부장이 수저를 내려놓고는 말없이 봉대리를 응시했다.

고부장의 눈빛은 여전히 온화했지만 왠지 모를 단호함 같은 것이 그 속에 어려 있었다.

잠시 흐르던 침묵을 깨고 고부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경매인이 가장 금기시해야 할 덕목이 있다면 그건 바로 조급증일세. 수많은 경매인들이 이 조급증을 이겨내지 못해 보증금을 떼이고, 시세보다 비싸게 낙찰 받고, 매각이 어려운 애물단지 같은 물건을 낙찰 받아 고생을 하게 된다네. 경매공부에 맛을 들여 몰입하다 보면 경매가 그리 어렵지 않구나, 느끼는 때가 오게 되고 나아가 순식간에 떼돈을 벌수 있을 것 같은 환상에 젖어드는 순간이 찾아 오기 마련이라네. 이때 경매인들 중 일부는 조급한 마음에 내몰려 온전하지 못한 지식으로 바로 실전에 뛰어들기도 하는데, 바로 그런 때 경매사고가 가장 빈발하게 발생한다네.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들은 두려움에 응찰을 자제하고, 연륜과 경험으로 무장한 고수들은 적절한 물건을 찾아 고수익을 내지만, 정열은 남다른데 쌓아놓은 지식은 어중간한 부류가 섣불리 실전에 뛰어 들어 보증금을 날리게 되는 것이지. 경매에서는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아예 모르는 것보다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네."

 

고부장의 따끔한 일침에 의기소침해진 봉대리가 젓가락으로 밥알을 깨작였다.

"봉대리, 자네 생각에는 자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겠지만 정작 자네는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분석의 한 축을 간과하고 있네. 그게 뭔지 알겠나?"

그때, 봉대리의 머릿속으로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섬광처럼 파고드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그렇구나!

권리분석에 등기부상 권리분석만 있는 것이 아니었지.

등기부상의 권리들이 말소되고 인수되는 원리를 알아냈지만 아직 온전히 깨우치지 못한 게 있었구나!

 

봉대리가 고개를 쳐들며 힘주어 말했다.

"그렇군요. 제가 너무 마음만 앞섰습니다. 권리분석의 양대 축인 임차인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고 실전에 뛰어 들 생각을 했으니."

고부장이 스스로 깨우친 봉대리가 대견한 듯 허허, 하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래,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바느질을 할 수는 없는 법이지. 아파트 경매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임차인에 대한 권리분석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공부라네. 그런데 자네는 등기부상 권리분석 공부를 끝내고 마음만 앞서 바로 실전에 돌입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어찌 그 조급증을 탓하지 않을 수 있겠나."

 

봉대리가 계면쩍인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동안 하나 둘 익힌 실력을 써먹어 보고 싶은 욕심에 그만, 저도 모르게 서둘렀네요.

경매인이 가장 금기시해야 될 것이 조급증이라는 말씀, 가슴속 깊이 새기고 항상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지금 자네의 모습은 마치 거칠게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 같아. 운이 좋으면 목적지까지 누구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게 필요할 것 같네. 자네가 안전하게 질주할 수 있도록 내가 성능좋은 브레이크가 되어 주겠네. 자네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정적으로 공부에 임하게. 다만 실전에 임하기 전에는 반드시 나랑 상의하고 내 허락 하에서만 실전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해 주게."

봉대리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활기차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스승님께 누를 끼치지 않도록 열정은 갖되, 좀더 여유를 갖고

공부에 임하겠습니다. 제가 너무 폭주한다 싶으면 적절하게 브레이크를 잡아 주십시오."

 

고부장이 이해가 빠른 봉대리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말했다.

"자, 얼른 먹자구. 곧 점심시간 끝나겠네."

힐끔 벽시계를 쳐다본 봉대리가 어이쿠, 이런 하며 게걸스럽게 숟가락질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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