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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땅이야기] 가족을 위한 집을 짓고 싶었던 집 [1]
토지은행님 작성글 전체보기 추천 14 | 조회 8643 | 2013.10.07 07:40 | 신고



옛 백제의 수도였던 충남 공주. 공주의 구도심으로 불리는 중동의 제민천을 따라 나지막이 지붕을 맞대고 있는 주택들. 개발논리를 내세우는 날 선 목소리와 자본과 윤택으로 포장된 함성 따위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조용한 동네에서 어느 골목 어귀를 따라 가다 보면 파란 대문집이 보인다. 이미 키를 훌쩍 높인 콘크리트 건물 사이에서 엄마 잃은 아이처럼 서 있는 낮은 대문은 가벼운 발길질만으로도 속이 드러날 작고 연약한 얼굴이다. 해 질 녘이 되어서야 엄마의 부름에 우당탕 뛰어들어가던 그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곳, 루치아의 뜰. 아마 그 시절부터 이 곳을 지키고 있었을 집은 ‘루치아의 뜰’이라는 감성적이고 평화로운 이름을 얻기 전, 경찰 공무원이었던 어느 가장의 손에서 탄생했다.

가족을 위한 집을 짓고 싶었던 가장은 새가 둥지를 틀 듯, 처갓집 갔다가 얻어 온 나무로 서까래를 올리고 어디선가 구한 재료들로 보금자리의 기틀을 마련해갔다. 그렇게 3년간, 서둘지 않고 차근차근 서툴지만 집의 모습을 완성해간 가장은 안타깝게도 이 집에서 3년의 시간만 보내고 세상을 떠나갔다. 가족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으로 가장이 부른 스완송과도 같은집이기에 세 아이들이 모두 출가한 것은 물론이고 양 옆으로 위협하듯 건물이 들어서도 할머니만은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할머니마저 떠나고 이 집은 비워진 채로 3년간, 묵언수행하듯 조용히 자릴 지켰다.



왼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 시간의 흔적이 묻은 소품과 요즘의 물건이 공존하고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간에 오랫동안 앉아 있고 싶어진다.
- ‘루치아의 뜰’임을 단번에 알려주는 이름표와 같은 파란 대문.
- 부엌 역시 곳곳에서 과거의 흔적이 느껴진다. 유리창으로 정원을 바라보며 설거지를 할 수 있어 루치아 씨는 너무나 행복하다며 웃었다.
- 차 문화 공간으로 사람들을 맞을 준비를 마친 모습. 은은한 차향이 퍼진 공간에 바람이 지나다닌다.

“어느 날, 이곳을 발견하고 마치 무언가에 끌린 것처럼 발걸음을 옮겼죠. 열린 대문 사이로 빼꼼히 마당을 들여다보았을 때 마당의 펌프, 작은 뜰이 보였어요. 내가 꿈꾸던 공간이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죠.” 그리고 새 주인을 맞은 이곳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할머니의 흔적을 지키고 싶었던 루치아 씨, 건축주의 마음을 십분 헤아린 건축가, 섬세하게 현장을 조율하는 시공팀이 만난 것. 덕분에 완벽한 정삼각형처럼 안정적인 힘의 균형을 유지하며 평화롭게 레노베이션을 마칠 수 있었다. 가온 건축의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에게 가장 큰 공을 돌리고 싶어한 건축주의 따뜻한 마음이 도심을 헤치고 당도한 이방인의 성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었다. “알고 보니 할머니도 스텔라, 라는 세례명을 가진 교우셨어요. 얼마나 깔끔하고 꼿꼿한 성격이셨는지 집 안 곳곳을 둘러보며 더듬어갈 수 있었죠.” 철거팀을 따라다니며 할머니의 살림살이며 집의 흔적을 버리지 말아줄 것을 종용한 집주인은 매일매일 할머니의 보물을 읽어냈다. 낡은 항아리 속 차곡차곡 포개져 있던 밀가루 포대며 솔담배 포장지를 이어 만든 발 매트, ‘대한전선’로고를 달고도 여전히 건재한 선풍기 등. 새 집주인은 밀가루 포대를 깨끗이 빨아 솜을 넣어 쿠션을 만들었고 발매트는 여전이 실외와 실내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으며 파란 프로펠러의 선풍기는 소음조차 없이 파란 바람을 만들어주고 있다.



↑ 작은 정원에 꽃과 나무가 만발했다. 다듬잇돌을 딛고 들어갈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재밌다.

15년 동안 다도를 공부하고 다도 사범으로 전통 차 문화를 알려온 루치아 씨는 스텔라 할머니의 숨결을 복기하며 그녀가 꿈꾸던 공간의 밑그림을 덧입혔다. 간격이 엉망인 서까래를 다듬고 어두웠던 부엌 동쪽에 창을 내어 일자형 집 곳곳에 빛줄기가 퍼지도록 했다. 뜯어낸 낡은 마루는 에어컨 가리개와 선반으로, 낡은 서랍장의 문은 찻상의 상판으로 새 생명을 찾았다. 이제 이곳은 전통 차를 알리는 열린 문화 공간으로 사람들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할머니는 성당에 가시기 전, 항상 마당에서 꽃을 꺾어 가셨다고 해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마당 꽃구경을 권할 만큼 너그럽고 인자하신 분이셨다고요. 음료수병으로 화단을 만드신 거 보세요. 얼마나 살뜰한 분이셨는지 알 것 같아요.” 다관의 입구에 골무를 끼워 먼지가 틈입하지 못하도록 할 만큼 꼼꼼하기로는 지지 않는 루치아 씨의 손길은 폐허와 다름없던 집에 마음의 온기를 더했다. 소박하지만 발을 들여놓는 순간, 누구에게나 안정과 휘발되었던 따뜻함을 찾아줄 것만 같은 루치아의 뜰. 어딘가에서 스텔라 할머니와 손수 이 집을 지으신 할아버지가 웃고 계실 것만 같았다.



다락방을 개조한 공간. 찻상의 상판은 스텔라 할머니의 서랍장문을 재활용한 것.
아래 재래식 펌프를 중심으로 마당의 아기자기한 소품과 장식들이 불빛을 받아 따뜻하게 느껴진다.

 

출처; 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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