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서비스

금융

부동산 메뉴

부동산 이야기
추천 Best

베스트 글은 네티즌의 참여(조회순, 찬성/반대)
등이 활발한 글을 모은 자동 목록입니다

더보기
[전원주택/땅이야기] 귀농촌주택 - 산자락 끝에 오두막 하나 지어놓고..
도담채주택님 작성글 전체보기 추천 6 | 조회 1615 | 2014.11.07 21:35 | 신고

귀농촌주택 - 산자락 끝에 오두막 하나 지어놓고

 

// [오마이뉴스 윤희경 기자]변변한 주변머리도 없는 데다 융통성마저 모자라 덤벙거리며 인생을 살다보니, 나이 들어서까지 번듯한 집 한 채를 못 얻어냈다. 또 집을 장만하려고 돈줄을 조금 이어갈라치면 뜻하지 않게 이런저런 일이 닥쳐 허탕이 되곤 했다.

춘천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10년 전인 50살 때 귀농을 결심했다. 새파란 호수가 그림처럼 드리우고, 수수하고 꾸밈없는 춘천 사북면 솔바우 마을에 혼자 들어가 빈 집에서 살았다. 2년 뒤 아내가 결합했다.


그렇게 5년을 살다가 그 속에서 오두막 하나 지어놓고 땅 파고 땀 흘려 아주 작은 행복을 일궈내고자 했다. 집 짓는데 필요한 나무와 흙은 산에서 갖고, 구들장 등 필요한 물품들은 폐가에서 가져왔다. 땅값까지 해서 1천만원 정도였다.


오래된 시골집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시골집은 둘레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며, 그 일부가 되는 것에 만족한다. 그러나 요새 집들은 우리의 눈길을 막무가내로 끌어당긴다. 큰집들은 높은 땅에 올라앉아 시골의 넓은 땅을 호령하며 멀리서도 눈에 뜨인다. 하지만 오래된 시골집은 그늘진 골짜기에 아늑하게 자리 잡기를 좋아한다. 나무가 집 가까이에서 동무처럼 다정하게 자라고 있으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면 동그랗게 피어오르는 연기만이 그곳에 집이 있음을 말해 준다.


-딕(Stewart Dick)의 <잉글랜드 시골집>


그랬다. 자기를 내세우거나 땅을 호령하지 않는 겸손한 집을 짓고 싶었다. 몇 해 동안의 시골생활을 바탕으로 올해는 일을 벌이기로 작심을 했다. 간벌 작업으로 베어낸 낙엽송을 주어다 다듬고 깎아 기둥과 서까래를 세우고 황토 흙 발라 시골집 한 채를 지어냈다.





▲ 오두막 전경
ⓒ2005 윤희경

진흙 이겨 부뚜막 쌓고 돌 날라 가마솥도 걸었다. 굴뚝 세우고 불을 지피기까지 여간 잔손이 가는 게 아니었다. 아궁이 하나에 솥은 두 개를 앉혔다. 다섯 말들이 가마솥은 철물점에서, 작은 솥단지는 아랫마을 홀아비네 집 뒷마당에 나뒹굴던 것을 얻어다 나란히 걸어놓으니 마주한 솥뚜껑이 보기 좋았다.


‘식은담’(불길이 들어가는 골)은 세로로 넉 줄을 나란히 쌓았다. 불기와 연기를 적당히 빨아들이게 하려면 식은담을 잘 놓아야 한단다. 연기가 새어 나와도, 방바닥이 너무 뜨거워도 안 된다 했다. 담이 끝나는 윗목에는 골 하나를 가로질러 깊이 파고 ‘개자리’를 만들었다. 개자리는 연기와 불길이 머물렀다 빠져나가는 통로로 윗목 끝이다. 아무리 불을 때봐야 더운 기가 없는 곳이다. 콩나물이나 키워내는 냉골 지대이다.


그러나 ‘구들목’(아랫목)은 두툼한 이불 속에 식구들이 모여 앉아 다리를 모아 넣고 정담을 나누거나, 배 깔아 등 지지고 토종 잠을 즐기며 서로의 온기와 살 냄새를 확인하는 자리이다. ‘구들목’, ‘개자리’, ‘식은담’ 같은 생소한 어감이 하도 좋아 종일 무거운 구들장을 들어 나르면서도 힘든 줄을 몰랐다.





▲ 쌍가마솥에 재가 덮여 먼지가 뽀얗다. 옆에 화로와 부젖가락도 보이고

ⓒ2005 윤희경

온돌 바닥은 뒷산에 황토 흙을 파다 두껍게 발랐다. 초저녁에 군불을 지피면 밤중은 지나서야 따듯해 올라온다. 한 번 달궈놓은 훈기는 이튿날도 하루 종일 식을 줄 모른다. 잠깐 더웠다가 이내 식어버리는 보일러 방처럼 냉랭한 기운이 없으니 앉아만 있어도 볼기가 따습다.


황토가 숨을 쉰다더니 구수한 흙냄새가 물씬 풍겨 나온다. 장판지를 바르고 콩기름을 세 번 올리니 방바닥이 은행잎처럼 노랗게 절어든다. 바닥은 체로 여러 번 걸러 흙을 올렸건만 울퉁불퉁 투박스럽기만 하다.


아궁이의 불을 지피는 순간 가슴이 떨리고 오금이 저려왔다. 힘들게 만든 보강지(아궁이)가 불이 안 들어 심술을 부리면 어쩌나 조바심에서였다. 조왕신(부엌을 관장하는 신)에게 절을 올려야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부질없는 걱정도 해 보았으나 관솔에 성냥을 그어대는 순간, 불길이 활활 타올라 희뿌연 연기가 매캐하고 싸한 냄새를 풍기며 굴뚝을 타고 맹렬하게 치솟아 올랐다.


성공이었다. 하늘을 향해 기둥처럼 시원스레 뻗어 오르는 연무(煙霧)들의 꿈틀댐을 바라보니, 슬프고도 애달픔 같은 것이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제야 작은 소망 하나가 이루어졌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 하늘을 향해 기둥처럼 시원스레 뻗어오르는 굴뚝 연기

ⓒ2005 윤희경

동네 여기저기 버려졌던 헌 문짝들을 주워 문틀을 짜고 창문도 새로 달았다. 벽과 도배반자(천장)는 문창호지로 초배를 넣고 그 위엔 티가 섞인 원주산 한지 닥 종이를 올렸다. 흰 벽과 천정에선 고풍스런 멋과 수수한 맛이 저절로 풍겨 나와 아늑하고 따스한 기운이 방안 가득하다.





▲ 원주 한지로 바른 창살

ⓒ2005 윤희경

무질서하게 티가 섞인 닥 종이의 투박스러움, 노랗게 전 장판 바닥에서 배어나는 따스함, 희디흰 창살 틈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햇살이 한데 어울려 편안하고 고즈넉한 삶의 공간이 마련되었다. 울퉁불퉁한 방바닥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어 질박한 삶의 무게를 확인하고, 공중으로 치솟는 연기들을 바라보며 무거운 짐을 하나하나 털어 버린다.





▲ 창살 문고리, 여닫을 때마다 달가닥거린다.
ⓒ2005 윤희경


간절한 소망 하나,


짚 썰어 넣고 붉으죽죽한 황토 흙을 맨발로 이겨

숲으로 둘러싸인 산밑에 온돌방 하나 만들었습니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이는 아침 햇살

정좌한 남향으로 하루의 두터운 볕을 쪼일 수 있도록

남쪽으로 창을 내었습니다.


이제, 청설모 다람쥐 토끼 너구리와도

이슬 한 방울에 감탄하며 살게 되어 행복합니다.


/윤희경 기자


 

  • 글쓴이의 다른글 보기

베스트토론

더보기

    부동산 토론 이슈보기

    오늘의 주요뉴스

    더보기

      부동산 이슈보기

      서비스 이용정보

      Daum부동산은 제휴 부동산정보업체가 제공하는 매물 정보와 기타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제휴 업체의 매물 정보를 비롯한 각종 정보 및 이와 관련한 거래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사 또는
      글쓴이에 있으며, Kakao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