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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땅이야기] 좋은땅을 찾을려면 상식을 바꾸어야 좋은땅이 보인다.
소매물도님 작성글 전체보기 추천 2 | 조회 356 | 2019.10.10 10:35 | 신고

좋은땅을 찾을려면 상식을 바꾸어야 좋은땅이 보인다.

 

[한겨레][매거진 esc] 살고 싶은 집사진 박미향 기자/글 김주원
건축 코디네이터 김주원씨가 추천하는 집짓기 좋은 터 고르는 방법

좋은 땅 고르는 법이란 좋은 배우자를 고르는 법과 비슷하다.

다시 말해, 그런 비법은 없다는 말이다.

좋은 땅, 좋은 배우자에 대해 보편적으로 하는 말들은 많지만,

현실에서는 둘 다 공자왈이기 십상이다.

현실의 '땅'이나 '사람'을 맞닥뜨렸을 때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오로지 한가지, 다만 나쁘지 않은 수준의 요소들의 총합이냐, 포기할 수 없는 절대가치와

상대적인 단점을 갖고 있는 땅이냐의 문제다.

이것이 나쁘지 않은 땅과 좋은 땅을 가늠하는 것일지 모른다.

나는 좋은 땅이란 설계론 만들어낼 수 없는 탁월한 장점을 갖고 있는 땅이라 생각한다.

좋은 땅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 좋은 집,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의 두 집을 소개한다.

향에 대한 통념 벗어나면 오히려 전망 좋은 집 나와
도로접근성·프라이버시 등  설계 통해 얼마든 극복 가능

큰길 대신 공원 얻은 김성종씨 집

삼형제를 위한 놀이터 같은 집을 짓고 싶어하는 젊은 아빠가 찾아왔다.

김개천 국민대 조형학부 교수에게 설계를 의뢰했더니,

단박에 집을 신나는 놀이터처럼 만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며 응낙했다.

정작 집 지을 땅은 그때까지도 정해지지 않아 건축가와 먼저 설계 계약을 하고

건축주와 건축가는 함께 집 지을 터를 고르게 되었다. 결정된 땅은 건축주가

이전에 한번도 눈여겨보지도, 구매를 생각해본 적도 없던 그런 곳이었다.

숨어 있던 땅, 결국 건축주와 인연이 닿아 집을 짓게 된 이 땅은 건축주 눈에는

보이지 않고 전문가 눈에만 보이는 어떤 장점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땅과 건축가가 생각하는 좋은 땅은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집주인 김성종씨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몇 개의 후보지를 보고 난 뒤, 건축가는

제가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땅을 권했어요.

이 땅들은 근경, 중경, 원경을 갖고 있는 좋은 땅이라 했는데 집을 다 짓고 나니

이제 그 말이 이해가 됩니다. 집도 멋진데,

이 집을 더 멋지게 하는 건 집 안에서 보는 경치였어요."

건축주가 애초에 고른 땅은 단지 내 주도로에서 가까워 드나들기 편해 보였다.

그러나 건축가는 "통행량이 많아 번잡하고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 때

오히려 위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또 다른 땅은 도로보다 높아서

단차를 이용해 주차장을 만들고, 남쪽으로 넓은 마당을 낼 수 있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건축가는 남측면에 높은 콘크리트 옹벽이 있어 마당에 볕은

들 수 있을지 몰라도 거실에서 늘 옹벽을 바라보고 있어야 해 답답하겠다고 했다.

주차장을 만들 수 있는 건 부차적 문제인데다, 예산이 한정적인데

돈도 많이 드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있으면 좋은 것은 세상에 많다.

이것 때문에 본질적인 것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손해가 갑절이다.

새로 고른 땅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전원마을 주도로에서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단지 뒤쪽 블록이었다. 중심도로에서 한발 물러난 대신

남쪽으로 작은 공원과 맞닿아 있었다. 접근성 대신 공원을 택한 이 집은 가깝게는

공원을 넓은 마당처럼 내다보고, 멀게는 산세가 보이는 풍경을 얻었다.

건축가는 남북 두 면으로 트인 이 집 동쪽과 남쪽, 두 면에 가벽을 덧붙이고

그 사이에 발코니를 내달아 집 안팎을 드나들며 아이들이 뛰어놀게 하였다.

가벽은 도로와 옆집으로부터 사생활을 지켜준다. 동시에 집 안에서 보는

풍경에 대해 사진틀과 같은 역할을 해서 집 안에서 내다보는 일이 지루하지 않다.

또 가벽 덕분에 생겨난 사이 공간은 바람과 햇빛이 잘 통하는

내부공간 같은 외부공간이어서, 햇볕을 쐬고 바람을 맞기도 적당하다.

터 고르는 일은 집 짓는 일의 거의 모든 것이다. 생전 처음 집을 지어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맹신하게 된다. 남향 땅이어야 한다거나,

토목공사가 되어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하고, 맹지를 피해야 한다는 일반론에 의지한다.

그런데 예를 들면 남쪽 전면이 좁을 경우에는 도로가 북쪽에 있다면 북향 땅으로

보일지 몰라도 사실 남향 땅이다. 이럴 땐 현관이 남쪽을 가로막지 않아 남쪽을

온전히 집의 주요 공간에 내줄 수 있으니 남쪽 도로에 접해 남향처럼 보이는 땅보다 좋다.

방향이라든가, 도로에서의 접근성이라든가, 옆집이나 도로에서의

프라이버시 같은 항목은 설계를 통하여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더구나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더 좋은 조형을 빚기도 하니 딱히 단점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또 지금 눈에 보이는 것과 더불어 앞으로 우리집을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해나갈 것인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다

짐작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긴 안목을 가지고 땅을 보면 달리 보일 것이다.



높은 땅에 지어지는 부모님 전상주택

지금 용인시 양지면에 '부모님 전상(주)택'이라는 별명으로 짓고 있는

또 다른 집은 나이든 부모님을 위해 아들이 짓는 집이다.

단독주택이 제법 들어선 동네에서도 늦게 들어온 축에 속했다.

너른 들판을 앞에 두고 뒤로는 산을 둘러 적당한 경사로 흘러내리는 아늑한 동네였다.

이미 집들이 꽤나 지어져 있었고, 빈 땅이 한두 군데 보일 뿐이었다.

이미 좋은 땅은 다 가져갔겠거니 했지만, 부모님 사시기에 이만한 땅도 없다 싶어

건축주가 계약한 땅이었다.

마을 초입에 있는데다 도로보다 한참 높아 구입을 망설이게 하던 땅이다.

설계를 맡은 건축가(유타건축 김창균)는 땅을 보고서 아주 좋다 했다.

오히려 남아 있는 땅 중에 마을에서 가장 좋은 땅이 심심찮게 있다고 했다.

지세를 보면 땅의 성격이 보인다고 했다. 남향 배치만을 선호하는 집짓기 습관이

동네의 지세를 거슬러 뒤돌아 앉아 남의 집 뒤꼭지를 보는 이상한 배치를

만들어내곤 한다. 아무도 사지 않아 남아 있던 이 땅은 묏자리를 볼 때 명당의 조건,

즉 맥을 타고 산기슭을 내려오다 이 집에서 톡 올라와, 툭 트인 쪽으로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건축가는 "흔히 전원주택은 경사로에서 낮고 한적한 곳을 선호하지만

경험적으로는 앞쪽이 좋았다"고 했다. 향이나 레벨, 도로나 옆집과의 관계 같은 것은

건축가의 솜씨로 풀어낼 수 있다. 더 큰 그림에서 지세의 흐름이나 풍경 같은 건

인간의 솜씨로 만들 수 없으니, 땅 구입에서는 더 중요한 고려 요소라 하겠다.



올가을 완공을 앞둔 이 집은 무릎이 안 좋은 어머니를 위해 지그재그로 경사로를 만들어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되는 집으로 지어지고 있다.

정남향을 추구하는 동네의 다른 주택들이 아래쪽을 쳐다보고 있지만

이 집은 남서향으로 살짝 기울어 앞을 틔우며 시선을 편안하게 했다.

땅이 높은 대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마당에서 가족들이 만날 수 있으리라.

이렇게 집은 터에 지어져, 풍경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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