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 거주 중인 A 씨(37세)는 최근 10개월여간의 공사를 마치고 협소 주택으로 입주를 마쳤다. A 씨의 집은 3층짜리 단독주택으로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어린 세 자녀였다. 더 이상 ‘뛰어놀지 마라’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
아파트를 살던 때 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이틀마다 한 번씩 아랫집 이웃에게 층간소음 불평을 들어야 했고, 그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던 A 씨 역시 마음이 편하다. 게다가 과거 아파트살이를 할 때엔 꿈도 꾸지 못했던 나만의 공간들이 집안에 많이 생겼다.
자투리 공간 활용한 ‘협소 주택’
최근 서울 도심에서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협소 주택’ 짓기 열풍이 불고 있다. 협소 주택은 주택가 골목 자투리땅이나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잡은 공간에 집을 짓는 것으로 토지면적은 좁으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해 공간 활용도 높은 집으로 지어지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 시작된 협소 주택은 일본 부동산 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아파트 등의 대안으로 떠오른 상품인데, 최근 들어 서울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값의 영향 등 다양한 이유로 협소 주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협소 주택은 일반적으로 30~100㎡ 면적의 땅에 3~5층 정도의 높이로 지어지는데, 자투리땅만 있어도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서울의 경우 중위 주택 가격이 ‘7억 원대를 돌파했을 만큼 집값이 비싼 가운데, 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지을 수 있어 인기다.
실제로, 지난해 한 tv 방송을 통해 소개된 김미려, 정성윤 부부의 협소 주택 건축 사례가 한동안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서울 도심 자투리땅을 활용해 만든 이들 부부의 집은 깔끔한 외관에 내부 인테리어 또한 아기자기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겉에서 보기엔 4층이지만 내부는 6층으로 꾸며진 독특한 설계와 옥상 공간을 활용한 하늘공원까지 있어 협소 주택의 장점을 활용했다고 평가받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총비용이었다. 이 부부는 집을 짓기 위한 땅을 사는데 든 비용이 2억 3000만 원이었고, 집 공사비용은 총 1억 8000만 원정도였다고 밝혔다. 총 4억 1000만 원이 들어간 것.
KB부동산에 따르면 2018년 2월 기준 서울시 평균 아파트 전셋값이 4억 4613만 원이다. 아파트 전셋값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속이 꽉 찬 내 집 마련이 가능한 것이다.
3040 세대 협소 주택 인기
특히, 최근에는 3040 젊은 층에게 더욱 각광받고 있다. 현실적인 주거비 부담의 이유와 함께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생활 외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설계가 가능한 협소 주택의 인기가 높은 것.
실제로, 최근 지어지는 협소 주택의 경우 독특하고 이색적인 외관을 갖춰 협소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경우 이색적인 거리 풍경을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 마당 딸린 집에서 프라이버시를 갖고 살려는 세대, 인구수 감소와 노령화에 따른 단독주택이나 상가주택에 대한 수요 등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아파트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 협소 주택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아파트와 달리 주택의 경우는 지가 상승을 그대로 반영하고 임대수익에 따른 건물 가격도 별도 평가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투자상품으로도 협소 주택의 몸값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협소 주택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도 놓쳐서는 안 된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학교, 교통, 상권 등의 생활편의시설 및 문화적인 혜택이 있었으나 단독주택 밀집지역의 경우 이 같은 편의성이 떨어질 수 도 있다. 또한, 대체로 소규모 업체를 통해 건축을 진행하는 만큼 건축 이후 하자보수처리 및 이후 관리 측면에서는 다소 불편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해 건축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