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물량 배정에 대해 1순위보다 앞서 사전 청약 진행하는 ‘무순위 청약’ 인기 뜨거워
청약자격 필요 없어 다주택자, 세대원도 청약 가능해… 건설사는 계약률 높이기에도 유리해
지난 4월 10일과 11일, 한양이 서울 청량리 재개발 정비구역에서 분양하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가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중 최초로 ‘무순위 청약’을 접수받았다. 1순위 청약보다 먼저 진행하는 ‘무순위 청약’ 소식에 일부 수요자들은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청약자격이 생긴 것은 아닌지 잠시 혼란을 겪기도 했다.
주택시장에 가해진 강력한 규제책의 영향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청약절차라 하면, 특별공급물량에 대해 우선 청약접수를 진행 후 이후 1순위, 2순위로 진행되던 것을 탈피, 최근에는 ‘무순위 청약’까지 등장했다.
‘무순위 청약’이란, 1•2순위 청약 이후 미계약 잔여 물량 발생 시, 이를 다시 팔기 위해 정식 청약절차보다 앞서 접수를 하는 제도다. 1순위 보다 앞서 진행하고, 별도의 자격조건이 없다는 점에서 ‘무순위’라 표현한다.
지난해 개편된 청약제도에 따라 계약 추첨에서 발생하던 밤샘 줄 서기나 대리 줄 서기, 공정성 시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지난 3월 1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들부터 적용되고 있다.
투기•청약과열지역은 의무사항으로 부적격•미계약에 따른 잔여 물량이 20가구 이상 발생할 경우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청약시스템 ‘아파트투유’를 통해 사전 신청을 받아야 하며, 그 외 지역은 건설사 재량에 따라 시행할 수 있다.
이렇게 무순위 청약을 접수한 수요자는 추후 정식 청약 및 계약 진행과정에서 잔여 물량에 대해 우선 계약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그런데 무순위 청약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규제 강화로 대출이 어려워짐에 따라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으로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난 데다, 까다로워진 청약제도로 인해 부적격자가 속출하면서 미계약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서다.
당초 아파트 미계약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분양업체가 나서서 무순위 청약을 적극 홍보해,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도 물량을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아예 1순위 청약 전 미리 잔여물량의 수요를 확보했다면, 최근에는 수요자들이 무순위 청약 단지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
미계약 물량의 경우 비인기 단지 외에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단지들에서도 발생함에 따라 속칭 인기단지의 미계약분 ‘주워 먹기’를 위한 움직임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무순위 청약의 경우, 기존 청약절차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추가 제도인 만큼 무순위 청약 후에도 1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어, 예비 청약자들의 경우 당첨되지 못할 때를 대비, 동일 단지를 다시 한번 분양받을 수 있는 이중장치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미분양 물량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 해당 지역 거주자 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청약 가점도 무관하다는 점은 더욱 매력적이다.
다주택자나 세대원 등 1순위 자격이 없는 수요자들에게는 인기 분양단지에 도전할 수 있는 틈새시장이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청약자격은 없지만 자금력은 넉넉한 자산가들의 새로운 투자처라고도 불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무순위 청약의 분위기는 가히 뜨겁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경기 구리시에서 분양하는 ‘한양수자인 구리역’이 지난 8~9일 양일간 진행한 사전 무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4015명이나 신청했다. 이 단지의 일반분양 물량이 162가구이고, 잔여물량을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수요가 집중된 것.
지난달 11~12일,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에 공급하는 ‘위례 포레스트 사랑으로 부영’의 무순위 청약 접수 결과 역시, 총 공급가구수인 556가구보다 무려 4배 가까이 많은 2132건이 접수되며 무순위 청약에 대한 인기를 입증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무순위 청약의 인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불안정한 상황이라 계약 포기 및 부적격자 수도 크게 늘고 있는 데다, 수요자들이 청약통장을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추세”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무순위 청약은 인기지역 혹은 유망 투자처로 꼽히는 단지를 청약통장 사용 없이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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