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절대갑’인 임대차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임차인 보호 법안이 현재 국회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알려진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더불어 최근에는 표준임대료제, 임대차분쟁조정위의 권한 강화까지 더해져 다섯 가지의 임차인 보호 법안이 국회에 논의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를 살펴보면 7월 들어서 9개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발의가 있었다. 내용은 대부분 임차인 보호를 위해 전월세 계약 기간을 연장하고 차임의 상승을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의미이다.
임차인 보호가 이번 국회의 쟁점이 된 이유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후폭풍으로 전셋값이 치솟는 등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면서부터다. 여기에 집주인의 강력한 지위에 힘을 빼면서 갭투자를 막고 실거주 위주의 매매만 하라는 숨은 의도도 읽을 수 있다.
임대차 관련 법 개정은 지난 총선에서 언급된 만큼 국회가 가동되면 빠르게 처리될 것으로 보여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바꿀 계기가 될 수 있어 보인다.
■ 전월세 거래신고제, 매매거래처럼 신고 의무화
주택 매매계약처럼 전월세 거래에도 의무적으로 거래 내용을 신고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6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전월세 거래 시(변경·해제계약 포함) 30일 내로 계약 당사자가 직접 보증금과 임대료, 임대기간, 잔금 납부일 등 계약사항과 관련된 사항을 관할 지방자치 단체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 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6제1항에 따른 확정일자를 부여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있다. 주민센터에 직접 가지 않고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임차인에게는 편리한 제도이다.
거래신고제가 시행되면 전월세 거래가 모두 공개돼 세입자가 계약을 맺을 때 가격을 꼼꼼히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았던 임대인이라면 세금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 ‘저요, 저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도 자주 등장
계약갱신청구권은 1회 연장(2+2년)하는 방안, 2회 연장(2+2+2년), 임대차기간을 3년으로 해서 1회 연장(3+3년), 2회 연장((3+3+3년)하는 법안 등 다양하게 제안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과 정성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나온 것과 유사하다. 주택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추가 2년(1회 연장)까지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증액청구는 5%를 한도로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가장 최근인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제안한 내용에는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최대 2회 갱신해 6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임차인의 갱신청구권을 강화했다. 또 전월세 차임 증액청구시 상한율을 한국은행이 공시한 기준금리에 3%p를 더한 비율로 명시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내용은 갱신 때만 이 법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신규 계약에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이다. ‘임대차 3법’ 적용에 앞서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임대료를 올릴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기존 계약에 소급적용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또 임대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지난 13일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하고 계약 갱신이 연속될 때는 2회부터는 2년으로 하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가장 긴 기간 임대차 보장기간을 제안했다. 계약을 3년 단위로 맺고 연장을 2회까지 허용해 최대 9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표준임대료제' 도입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서 공시가처럼 임대료를 정부에서 산정해 가격을 제한하는 표준임대료제도를 넣었다. 이는 임대료 가이드라인을 정부에서 정해두는 격이다.
또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도 있다. 표준임대료를 근거로 임대료와 임대료 인상율을 정하도록 하고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가 피신청인의 동의 없이 조정 절차를 개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 출렁이는 임대차시장, 전셋집 찾기 더 어려워지나?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생기고 있다. 먼저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집주인들은 운신의 폭이 좁아져 법 시행 이전에 임대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세입자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세가 귀한 서울 주요지역에서는 전셋값을 올리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전세가 상승률 지표에서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주요 지역에서는 6월 이후 전세가가 급등 수준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또 집주인이 임대차 의무를 이행하지 않기 위해 실거주로 전환할 경우 전세매물이 귀해질 수 있다. 임대시장을 일정부분 민간에게 위임하도록 했던 주택 임대사업자 혜택은 사라지고 의무만 남아 임대시장의 파이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그 동안 전셋값을 지렛대삼아 매입한 갭투자자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같은 전세 물건 감소를 도출할 수 있다.
여기에 법 개정 시 계약갱신청구권 예외조항으로 실거주 매매를 두지 않을 경우 매매시장에서는 대출규제나 일시적 2주택자 혜택을 보기 위해 자가 집주인들이 실거주하는 물건 위주로 매입해야 되므로 거래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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