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기준으로는 이미 매매가 상승률을 추월한지 좀 되었는데요, 체감적으로도 느끼시겠지만 전세가격이 꽤나 빠른 속도로 8~9월을 거치면서 상승했습니다. 이 시기에 주택임대차 2법(갱신권/상한제)이 시행됨에 따라(3법 중 다른 하나인 신고제는 2021년 6월부터 시행할 예정), 이 법 시행과 맞물려 임대차 시장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들 해석을 하는 모양새입니다.
먼저 전세가격의 경우 지난 20년의 역사에서 매매가격과 다소 상보적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가장 도드라졌던 기간은 두 번 있었는데요, 2008~2013년에 매매가격이 하락 혹은 횡보를 장기간 보이던 시점에 전세가격 상승률은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습니다.
매매나 전세를 선택할 수 있는 구매력 있는 잠재수요 계층에서, 주택가격 하락 리스크가 있는 상태에서 매매보다 전세를 선택하는 것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이러한 결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75%를 넘기고, 일부 경기도 지역의 경우 95% 전세가율인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주택가격의 5%만 있어도 95%의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 당시는 그런 갭투자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무모한 일로 받아들여졌고요, 매매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더 컸던 시점이었습니다.
2015년부터 본격적인 상승장이 찾아옵니다. 이 기간부터는 매매가 상승률이 전세가격 상승률을 한참 초과하기 시작했는데요, 덕분에 전세가율은 점점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매매와 전세의 갭이 벌어진 것이죠. 덕분에 초창기 매매가격 상승기에는 전세가율이 높았기 때문에 자기자본을 적게 들이고도 주택을 살 수 있었고, 이 기간에 여러 채 매수하고, 또 주택임대사업자 제도가 정비되었기 때문에 세제혜택을 보면서 주택을 대거 구입하는 사람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2017년 정도가 되면서는 서울시를 중심으로 본격적 강세장이 펼쳐졌고, 매매가 상승률이 우리나라의 GDP 성장속도를 한참 초과하게 되는데요, 이후 2018~2019년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주택 시가총액은 2015년 이전 3,000조원수준에서 5,000조원으로 크게 상승하게 됩니다.
이 기간에는 반대로 전세가격 상승률은 상당히 안정세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의 경우, 전국적 입주물량 확대로 인해서 오히려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매매가 역시 하락을 한 기간이 2019년 상반기인데요, 이 기간의 전세가-매매가 변동은 ‘입주량’과 같은 공급이 시장가격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 가장 최근의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후 매매가격은 재상승했는데요, 2020년 하반기 들어서 7.10 규제 등, 2021년 주택시장에 대한 불리한 환경변화를 맞이하게 되면서 매매가는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흐름이며, 이런 구조에서 전세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구조적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전세가격이 점차 오르던 차에, 임대2법이 맞물리면서 임대시장에 변동성이 높아진 것이 요즘 흐름이라고 보여집니다.
언론기사를 보면 전세시장의 불안에 대해서 당분간은 딱히 특별한 해법이 없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전세가격은 높게 상승을 했고, 어떤 대책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전세가격은 1) 매매시장과의 상보적 특징으로 점차 높아져 왔던 것이 2020년의 흐름이었으므로 임대2법이 없었더라도 상승세를 이어갔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2) 임대2법 등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갱신권과 상한제가 있고 내년부터 신고제가 가동되므로 제도가 정착하는데 시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국내 총 740만 민간임대차 시장(120만의 주택임대사업 등록물량을 배제한 숫자,160만에서 40만은말소되었음)이 원래는 평균 2년마다 임대차를 연장/신규로 갱신하던 것이 앞으로는 4년 주기로 ‘신규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죠. 2년 단위로는 종전 임대차의 갱신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기에, ‘신규’ 전월세 계약을 원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신규 물량 찾기가 두배 어려워졌다고 느낄 것입니다. 현재는 그 적응기간이고, 아마 2022년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의 전세제도는 과거보다 더 매력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거의 4년 거주가 가능하고 조달금리도 낮을 뿐더러, 매매와 달리 원리금 상환도 하지 않아도 되니 보유부담도 적습니다. 사실상 리스크는 적고 거주비용 부담도 적은 제도가 된 것인데, 전세를 이렇게 매력적으로 바꿔놓다보니 전세의 수요가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고, 그 높아진 수요만큼 가격이 오른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전세시장의 안정을 위한 보다 근본적 대책으로는 ‘순수 임대’물량의 공급을 늘리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 2018년 하반기~2019년 상반기에 역전세난이 날 정도로 전세가격이 하향안정화가 되는 데는 ‘입주량’이 한몫 했습니다. 현재 3기 신도시를 포함해서 수도권 127만호의 주택공급계획이 존재하고, 민간 39만 정비사업을 배제하면 88만호의 공급계획 중 약 35%가 순수임대 물량이라고 예상됩니다. 환산하면 약 30만호 정도 되는 건데요, 이런 물량들이 서둘러 공급이 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주택을 건설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현실성이 좀 낮죠.
아마도 현재의 전세가격 상승은 다시 매매-전세의 간극을 좁히게 될 겁니다. 2008~2013년에 이미 보았던 상황의 반복인데요, 다만 그때는 전국적으로 ‘잃어버린 일본의 20년을 따라간다’는 막연한 공포가 지배하던 시기여서, 누구도 선뜻 주택을 매수하지 않던 시점입니다. 그래서 전세가율이 90%를 넘어가는 주택들이 있어도 그것이 당연히 받아들여졌죠.
반면, 현재는 어떨까요? 현재도 잃어버린 일본의 20년을 따라가고 매매가격이 장기 하락한다는 전망이 시장의 일반적인 전망일까요? 7.10 등 정책효과와 높아진 가격으로 인한 ‘21년 이후의 조정을 생각하시는 분은 많아졌지만, 뭔가 끝이 없어보이는 구조적 하락을 생각하시는 분이 많지는 않을 것 같네요. 그런 상황에서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과 갭을 줄여버린다면, 2019년부터 시장 매수 주체인 ‘1주택 갭투자’가 또 활성화 될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 아닌가 합니다. 즉, 전세가 반등은 다시 매매가에 영향을 줄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단 것이죠.
그러니 일각에서는, 전세 총액만큼의 대출액을 주택 소유주의 총 차입 한도인 DSR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계/전문가 의견이 있습니다. 전세제도를 없애자 같은 파격적 주장 없이, 전세 총액이 차입금 한도에 반영이 되어야 총 대출규모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도 공감하는 아이디어인데, 지면이 짧아 다 설명할 순 없으나, 전세를 레버리지로 주택을 매수하는 행위가 수십년간 반복되어 왔고, 이 방식이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서 근본적인 접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글.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6년 연속 매경/한경 Best Analyst
하나금융투자(2014~현재)
LIG투자증권(2011~2014)
한국표준협회(2008~2011)
삼성물산 건설(2004~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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