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에서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한 재산세 인하 혜택을 주겠다고 한다.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대부분 세금이 올랐고 공시가격 현실화까지 발표되면서 조세저항이 커지자 민심을 다독이기 위하여 재산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내 월급 빼고 안 오르는 것이 없는 각박한 현실에서 세금 인하라니 이보다 더 단비 같은 소식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 혜택 볼 수 있는 거야?
재산세는 보유세의 대표적인 세금으로 주택의 경우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7월과 9월에 전년도에 납부한 재산세액의 1.5배 한도로 지방교육세(20%)와 함께 부과된다. 재산세는 아래 표에서 보듯이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한 과세표준에 재산세율을 곱해서 계산을 한다.
여기서 공정시장가액 비율이란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로 주택은 60%, 건물과 토지는 70%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6억 원인 아파트의 경우, 60%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하면 3억 6천만 원이 과세표준이 된다. 이렇게 나온 과세표준에 재산세율을 곱하면 비로소 재산세액이 결정된다.
주택의 경우 과세표준 금액에 따라 0.1~0.4%의 세율이 적용되며 별장 같은 사치성 재산은 규제 차원에서 중과세율 4%가 적용된다.
만약 올해 6월 1일 기준 공시가격이 5억 원(시가 대략 7억 원 정도)인 아파트가 있다면 공정시장가액 비율 60%를 곱한 3억 원이 과세표준이 되고, 여기에 3억 원 초과 0.4%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면 57만 원 정도(5억 원 x 60% *0.4% - 63만 원)의 재산세가 부과된다.
정부에서 재산세 인하해 주는 혜택은 0.05% p이다. 대대적인 홍보에 비해 좀 작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0.1% 세율을 기준으로 하면 50% 감면이지만, 아쉽게도 0.1% 세율은 6천만 원 이하 대상이다. 6천만 원 이하면 시가 1억 원 이하 주택인데 서울 수도권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서울 수도권 대부분 아파트는 공시가격 3억 원 초과 구간에 해당이 될 것 같은데, 그러면 0.4% 세율에 0.05% p 인하되어서 12.5% 인하 효과에 그친다.
이마저도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아파트만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당초 9억 원까지 해주겠다고 했다가 최종 6억 원이 되었다고 하는데 서울의 아파트 중위 가격이 9억 원을 넘어선 마당에 공시가격 6억 원 아파트면 중위 가격 이하 아파트만 대상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1주택 보유자라면 금액 상관없이 0.05% p 인하는 해주는 것이 맞고 그것도 아깝다면 적어도 공시가격 9억 원은 해주었어야 했다. 앞서 예를 든 공시가격 5억 원 아파트가 0.05% p 인하 혜택을 받으면 42만 원 정도 되어서 15만 원 정도 혜택을 볼 수 있다. 1만 원도 아쉬운 서민들 입장에서는 15만 원이 어디냐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올해 공시가격 5억 원 정도 되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계신 분들은 내년에는 15만 원 정도 인하된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볼 것이라 기대를 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올해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상승 폭이 커서 내년 1월 1일 기준 4월에 발표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의 공시가격 변동률이 14% 이상인 점과 중저가 아파트 상승 폭, 정부의 현실화 발표 등을 감안하면 내년 공시가격도 10% 이상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렇게 되면 올해 5억 원이던 공시가격이 5억 5천만 원이 되고 재산세는 0.05% p 인하를 해도 53만 원 정도로 올해 재산세 57만 원과 4만 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마저도 2022년이 되면 인하 효과는 사라지고 결국 증세로 돌아선다.
이는 공시가격 상승을 10%로 예상해서 그렇고 필자 생각에는 내년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10%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 자칫 생각보다 재산세 인하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을 것이다. 또한, 시가 8억 원 이상 되는 아파트를 가진 분들은 내년 공시가격 6억 원이 넘어 쥐꼬리만한 0.05% p 인하 혜택은 받지도 못하고 공시가격 상승만큼의 재산세 인상 부담만 늘어날 것이며 공시가격 6억 원이 넘으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되면서 세 부담은 올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정부의 생색내기 재산세 인하 혜택에 너무 지나친 기대를 할 필요는 없는 이유다.
이 정도 인하라도 감사해야 한다는 분들도 계신데 묻고 싶다. 10만 원 더 받으려다가 생각해서 3만 원만 더 받는다고 하면 감사해야 하는 건지.
서울 집값 상승을 명분으로 뒤에 숨어서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의 엄청난 증세를 하면서 쥐꼬리만한 재산세 인하로 생색만 낼 것이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해 이런 이런 사업에 지출을 늘려야 해서 증세를 해야 한다고 솔직히 말하고 국민들한테 이해를 구해 공감을 얻는 것이 솔직하지 않을까?
그리고 부동산을 통해 얻는 수십조 원의 막대한 세금은 적어도 청년, 신혼부부 등 미래세대를 위한 공공 주택 건설에만 사용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에 사용된다면 많은 증세 대상자들도 상당히 공감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내지 않을까.
글. 김인만 /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
'7일만에 끝내는 부동산 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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