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보다 3~4배 빠른 속도로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을 연결하는 교통수단,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 전부터 집값을 빠르게 끌어 올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철도교통 자체가 대형 호재인데다 GTX가 그 동안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진 인천, 경기 외곽지역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자 수혜지역이 재평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과 멀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를 받았던 화성 동탄, 의정부, 파주 운정을 비롯해 인천 등이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기에 전에 없던 주인공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특히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GTX 노선 끝자락에 위치하지만 저렴한 집값, 쾌적한 주거환경, 비교적 신축 아파트가 많다는 점이다.
■ GTX, 서울과 먼 곳부터 흔들다
‘서울과 가까울수록 집값은 비싸다’는 부동산 시장의 흥행 공식을 뒤로하고 GTX발 집값 상승은 서울과 광역교통 여건이 좋지 않은 곳 위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그 동안 교통여건이 좋지 않아 비교적 집값이 저렴하다고 소문난 곳부터 재평가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착공된 GTX-A노선에서는 남측인 화성 동탄2신도시와 북측인 파주 운정신도시가 수혜주로 손꼽힌다.
동탄2신도시의 시범단지 격인 청계동은 동탄역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지역으로 3.3㎡당 아파트 매매가격(KB부동산, 공급면적 기준)은 10월 현재 2,465만원에 이른다. 화성시 평균(1,465만원)이나 경기도 평균(1,436만원) 보다 높은 수치이다.
동탄2신도시는 경기 남부지역 대규모 신도시로 주변에 산업시설이 많고 쾌적한 주거환경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배경이 있지만 GTX-A의 출발점이라는 개발호재도 내제되어 있다. 특히 동탄2신도시의 개발계획 발표 때인 2007년부터 수도권 고속철도 구축방안이 나온 이후 지역 부동산 시장에 GTX의 기대감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파주의 경우는 GTX-A의 마지막 역인 동시에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비규제지역이라는 메리트까지 갖고 있다. 최근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파주가 더욱 부각된 상태이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GTX-A 역사를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힐스테이트 운정,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등 이른바 ‘힐푸아’가 대장주이다.
지난 7월에 입주한 ‘운정신도시 아이파크’는 전용 84㎡ 아파트가 11월 8억4,500만원(17층)에 거래되어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달인 10월 보다 1억원가량 오른 금액(7억5,000만원,12층)이며 현재 나오는 매물의 호가는 10억원에 이른다.
입주 2년이 지난 ‘힐스테이트 운정’ 84㎡의 11월 실거래가는 7억2,000만원(4층)으로 이 단지 역시 같은 기간에 최고가가 나왔다. 10월에 비하면 매매가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고 올 초 5억6,800만원(19층)에 거래된 가격을 보면 약 1년 동안 2억원 가량 올랐다.
양주 덕정부터 수원까지 남북으로 뻗은 GTX-C노선도 그 동안 서울 진출입이 쉽지 않았던 북부 지역이 수혜지로 손꼽히고 있다.
이 중 의정부 아파트값 추이를 살펴보면 GTX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의정부역 인근 의정부동 집값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TX-C노선은 2018년 말 사업 착수 7년 만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으며 집값도 이 시기에 맞춰 크게 올랐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역사가 들어서는 의정부동 아파트 가격은 2018년 11월 3.3㎡당 1,023만원으로 전달보다(799만원) 껑충 뛰어올랐다.
분양시장에서도 단지명에 ‘의정부역’이 붙은 곳은 높은 경쟁률로 마감했다. 지난해 8월 분양한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앤위브캐슬’에서는 의정부에서 보기 힘든 1만4천여명의 1순위 청약자가 몰리기도 했다.
■ GTX-B노선 등장, 인천의 재평가
GTX 행렬에 뒤늦게 동참했지만 수도권 동서(인천 송도-남양주 마석)를 가로지르며 존재감을 보인 GTX-B도 부동산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 중 인천이 GTX-B노선의 수혜지로 손꼽힌다. 서울과 가깝지만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구도심 재개발, 경제자유구역 등 신흥주거지 건설이 진행되어 지역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교통호재인 인천 송도역을 출발해 화성 어천역을 지나 KTX경부선과 연결되는 인천발 KTX 직결사업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8월 GTX-B 노선의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된 후 인천 분양시장은 높은 경쟁률을 이끌어 냈으며 출발점인 송도와 일대 집값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GTX-B노선과 직접적인 영향은 적지만 과거 미분양의 무덤이라고 일컫는 검단신도시도 가격이 오르는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인천의 입지가 다시 평가된 시기이기도 하다.
GTX 수혜를 입은 인천 송도는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높은 경쟁률로 마감했다. 지난해 9월 인천 송도에 공급된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3차’는 258가구 모집에 5만3,181명이 몰리며 206.1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내 최고 경쟁률이다.
2019년 이후 인천은 올해까지 세 자리 수 청약경쟁률을 보인 곳이 5개 단지가 더 있을 정도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은 앞으로도 분양 일정이 있어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당장 12월에는 연수구 선학동에서 ‘한화 포레나 인천연수’를 분양한다. 전용 84㎡ 단일면적 총 767세대 규모이며 GTX-B노선이 들어서는 송도, 인천시청역과 가깝다. GTX-B노선 개통 시 인천에서 서울역까지 20분대로 이동이 가능해지는 만큼 서울 출퇴근이 쉬워질 예정이다. 또 인천지하철 1호선 문학경기장역이 도보권에 위치해 있고 지하철 3정거장 거리로 인천지하철 2호선(인천시청역)과 수인분당선(원인재역)을 이용할 수 있다. 단지는 인천시 첫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추진되어 대형 공원을 품은 자연 친화 아파트로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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