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와 맞물려 시중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 행렬에 가담하면서 아파트가격하락폭이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3주(2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0.38%로 전주(-0.43%) 대비 하락폭이 0.05%p축소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26%로 전주 -0.28%에 비해 낙폭을 소폭 줄이는데 만족해야 했다.
강북 14개 구 아파트값은 0.26% 내렸으며 전주(-0.25%) 대비 하락폭이 커졌다. 강북구(-0.38%), 광진구(-0.38%), 도봉구(-0.36%), 서대문구(-0.34%) 위주로 내렸다. 강남 11개 구는 0.27% 떨어지며 전주(-0.31%)와 비교해 하락폭이 작아졌다. 금천구(-0.54%), 강서구(-0.44%), 관악구(-0.39%), 강동구(-0.31%) 위주로 집값이 하락했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와 인천까지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가격도 하락폭이 둔화됐다. 경기도는 전주 -0.64%에서 -0.55%로 하락폭이 크게 둔화됐으나 인천은 다소 미진한 모습(-0.39→-0.36)을 보여줬다.
■ 집값 하락을 이끌었던 서울 송파·강동, 경기 하남·화성·파주 등 하락폭 둔화
서울에선 재건축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송파구와 강동구 아파트가격 하락폭도 줄어들었다. 우선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비교적 교육여건이 우수한 ‘송파구’와 ‘강동구’ 일대에 주택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단기간 아파트가격이 급락하면서 내 집마련의 문턱이 낮아진 점도 구매심리를 자극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송파구 잠실 일대 일부 아파트에선 가격 반등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날개 없는 추락이 거듭될 것 같던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가 반등에 성공 하면서다. 송파구 잠실동 대장주인 ‘리센츠’는 전용면적 84㎡도 지난 17일 각각 20억5,000만원(19층)과 20억5,000만원(18층)으로 2건 거래됐다. 또, 잠실엘스도 같은 날 21억4,5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이는 19억원(전용 84㎡기준) 언저리에 머물던 아파트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둔촌주공아파트의 입주폭탄이 예고돼 있는 강동구 아파트에도 다시 온기가 감돌고 있다. 고덕강일2지구의 ‘강동리버스트4단지’ 전용 59㎡형이 지난 해 12월 5억5,000만원(7층)에 거래됐다. 하지만 올해 2월엔 무려 2억원가량 오른 7억3,700만원(11층)에 팔려 나갔다. 약 2달 새 34.0%나 오른 가격이다.
경기도에선 화성시 부동산시장이 가장 눈에 띈다. 경기도 내에서도 가격하락폭이 워낙 컸던 만큼 지금을 저점으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화성시 아파트 거래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탄2신도시’ 부동산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급급매 위주로 겨우 거래가 이뤄졌지만 현재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급매는 지난 1월 이후 대부분 소진됐으며 이달부턴 서서히 예전 가격을 되찾아가고 있다.
동탄2신도시(청계동)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K’공인중개사는 “이 곳의 아파트가격이 1년 새 최고 40%가량 하락한 이후 매수세가 오히려 강해졌다” 면서 “과거 실수요자들마저 높은 주택가격 때문에 매입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목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L’공인중개사도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는 “지난 해 이 곳의 아파트가격이 서울 못지 않게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발길마저 뚝 끊겼었다” 면서 “올해 가격거품이 확연하게 제거되며 투자 문의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동탄2신도시의 매수세가 회복되면서 일부 주요 아파트들의 가격도 소폭 상승했다. 특히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의 대장아파트로 알려진 ‘우포한’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동탄역시범한화꿈에그린프레스티지 전용 84A㎡형이 지난 10일 11억원(14층)에 거래됐다. 지난 달 까지만 해도 8억~9억원 선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달 새 약 2억원 가량 껑충 뛴 셈이다.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84A㎡형도 지난 13일 10억500만원(20층)에 팔리며 10억원선을 다시 넘어섰다.
동탄2신도시 분위기가 바뀌면서 움츠리고 있던 분양시장도 다시 움직일 전망이다. DL이앤씨가 동탄2신도시 마지막 특별계획구역 ‘신주거문화타운’에 짓는 ‘e편한세상 동탄 파크아너스’ 견본주택을 다음달 3일 개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파트가격 하락폭 커진 동네…서울 강남·광진구, 인천 부평·계양구 등
일부 수도권 주요지역에선 부동산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둔화되는 곳도 있다.
대한민국 대표 부촌 서울 강남구가 대표적 사례다. 강남구 아파트값 변동률은 전주(-0.15%)보다 0.07%p 하락한 -0.22%를 기록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대출금리가 강남구의 높은 집값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와 내년 강남구에서만 1만3,002가구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는 점도 악재다. 따라서 당분간 공급과잉현상이 지속되며 아파트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인천에선 인천 부평구와 계양구가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값 변동률이 부평구 -0.56%, 계양구 -0.41%를 기록했다. 전 주보다 각각 -0.05%p와 -0.04%p씩 하락폭이 더 커졌다.
부평구와 계양구는 인천의 대표적 구도심 지역이다. 송도신도시와 청라국제도시, 검단신도시, 루원시티 등 인천 신도심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힘을 못쓰는 모양새다. 최근엔 검단신도시의 입주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인접한 계양구 주택시장까지 위협을 받고 있는 추세다.
■ 향후 부동산시장 전망은?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둔화된 건 사실이지만 현시점에서 부동산시장 회복을 점치는 것은 다소 이르다는 주장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과 채권도 가격이 급락한 뒤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단기적 상황만으로는 부동산의 시장 추세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또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만으로 부동산시장 회복을 예단하기도 어렵다.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과 정부의 긴축정책 등 여러가지 부정적 잠재요인이 부동산시장에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 투자와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내 집 마련에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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