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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은 끝났다?

직방 입력 2019.07.11 12:08 수정 2019.07.11 12:22
조회 1713추천 1
최준영의 부동산 시그널 #5

주택과 상가가 한 건물에 같이 있는 건축물을 우리는 ‘주상복합’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는 청계천변에 위치한 세운상가로 꼽힌다. 세운상가는 등장 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당시 생활패턴과 맞지 않은  공간구성과 부실공사 등으로 인해 계륵 같은 존재가 되었다. 서울 시내에 역사유물로 남아있는 종로의 동대문아파트, 낙원상가아파트 등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주상복합아파트로 분류될 수 있다.

의외로 오래된 시작

1985년 서울시는 가락동, 방이동, 오금동을 대상으로 하는 <가락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 계획>을 수립하면서, 도로폭이 50m 이상인 송파대로와 가락로 변에는 주상혼용 복합건물의 건설을 추진했다. 그렇게 주상복합개념이 다시 등장했으나 실현되지는 못하였다. 이후 1990년대 초반 보라매공원 인근에 들어선 ‘우성상가아파트(현 보라매우성아파트)’ 현대적 의미에서 주상복합아파트의 시작이다.

보라매우성아파트. 현대적 의미에서 최초의 주상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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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공동화 현상을 방지하고 교통난을 해소하는 동시에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는 주상복합을 지속적으로 권고하였으며, 1990년대 중반 공군사관학교가 이전한 보라매공원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당시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주상복합아파트는 사업계획승인없이 건축허가만으로 지을 수 있었고(200가구 미만 시), 분양가 및 부대시설 규제가 없어서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사업자의 이해와 수요가 만나면서 고층의 주상복합건물이 곳곳에 등장했다.

타워팰리스, 새로운 시대를 열다

2000년대초 강남구 도곡동에 들어선 타워팰리스는 미래의 주거형태가 기존의 아파트 단지에서 주상복합아파트로 넘어갈 것임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이때부터 시작된 초고층 초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계속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많은 지역에 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러나 이 당시 준공된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낮은 전용률과 더불어 환기와 통풍, 일반 아파트에 비해 높은 관리비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이와 더불어 하층에 상업시설, 상층에 주거시설이 들어서는 구조 특성상 동선의 혼재로 인한 주거 쾌적성 저하 등의 문제가 두드러지면서 주상복합의 인기는 시들 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시설과 상가시설을 분리한 형태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등장하였고(분당 파크뷰), 아파트와 유사한 베란다와 이중창, 맞통풍 구조 등이 도입되었으나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도곡동에 위치한 도곡렉슬과 대림아크로빌의 5년간 변동률. 도곡렉슬이 1.5배 이상 상승폭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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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고, 부동산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평면, 외부공간 및 커뮤니티 시설 등에서 주상복합아파트의 장점을 벤치마킹한 아파트가 공급됐다. 점차 주상복합아파트의 장점은 약화되었으며, 2000년대 초반 공급된 주상복합아파트는 상대적 노후화가 진행됨으로서 주상복합아파트는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2016년 이후 본격화된 서울 아파트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일반 아파트 단지의 경우 신축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한 반면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승폭을 기록하였다.

보라매삼성쉐르빌의 지난 5년간 변동률. 인근 아파트 단지들에 비해 상승폭이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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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주상복합아파트의 시대는 갔는가?

주상복합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투자와 실거주로 나눠 볼 수 있다. 투자의 측면에서 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대지지분이 작으며, 이미 고밀도로 조성되어 향후 재건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간주되고 있다. 실거주의 경우 일반 아파트에 비해 외부공간 제공에 있어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시설도 입주가구가 적다 보니 신축 아파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과연 그럴까?


대지지분의 경우 등기부등본상에 표기된 대지면적의 경우 일반 아파트에 비해 분명히 적다. 그렇지만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상업지역에 들어서기 때문에 동일한 토지면적 대비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단적으로 용적률 300%까지 허용되는 일반주거3종 지역의 일반 아파트 토지지분 12평의 경우 36평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비해 1000%까지 허용되는 상업지역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의 토지지분 5평은 50평의 가치가 있다. 토지지분은 단순히 면적뿐만 아니라 용적률을 감안한 전체 가치를 고려하여 평가되어야 한다.


주상복합의 상징인 타워팰리스. 정말 주상복합의 시대는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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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분명 용적률을 더 높이는 일반적인 방식의 재건축은 곤란하다. 하지만 과거 과도하게 대형면적으로 공급된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가구당 면적을 축소하는 방식의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롭게 변화할 수 있다. 일반적인 아파트가 채용한 벽식구조는 리노베이션이 쉽지 않지만 철골구조로 만들어진 주상복합아파트는 이런 면에서 훨씬 자유롭다.


실거주 측면에 있어서도 거의 모든 주상복합아파트는 도심 및 교통이 편리한 평지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재건축 및 재개발 아파트 상당수는 경사지에 들어선 경우가 많다.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경사지에서 느껴지는 불편은 커질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평지에 들어선 주상복합아파트의 편리성은 새롭게 평가될 수 있다.  


최근 주상복합아파트들은 오랫동안의 침체기에서 벗어나 분명한 가격변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 구매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 일부가 주상복합아파트로 눈을 돌린 결과로 보인다. 신규아파트 단지만큼의 상승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매비용을 감안할 경우 2~3년전에 주상복합아파트를 구매한 사람들은 준수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여의도에 위치한 주상복합 롯데캐슬아이비. 2017년 중반 이후 시세가 꽤 상승했다.

우리가 보편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사실 대한민국 특유의 문화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토지이용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으며, 특히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분명 선호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속적인 저출산 경향은 이러한 아파트 단지의 장점을 희석시키고 있다. 수도권 외곽에 공급된 신도시 및 택지개발지구 내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10~20년 후에도 질 좋은 주거지역으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구 유입 및 교통여건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돌이켜보면 가족형태와 라이프스타일이 변화는 그에 걸 맞는 주거공간을 찾게 한다. 과거 대가족 시절에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가장 최적의 공간이었지만 핵가족으로 변모하면서 아파트는 최적의 주거 공간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별로 맞지 않는다고 간주되고 있는 주상복합은 너무 빨리 찾아온 미래가 아니었을까?

글. 최준영 / 율촌법무법인 전문위원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도시이야기> 진행

前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前 문화체육관광부 일반계약직5호

前 부천시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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