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청량리 588’
이곳은 한때 200여 곳의 성매매업소가 영업을 하던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이다. 이곳은 사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588번지다. 청량리역과 붙어 있어 청량리 588이라 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의 대표적인 슬럼가이자 개발이 더디던 이곳이 환골탈태를 앞두고 있다. 홍등가는 사라지고 대규모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선다. 최고 65층 높이의 아파트와 백화점, 오피스, 호텔 등 주거와 업무시설이 복합된 대규모 단지다.
이처럼 전국의 홍등가, 즉 성매매 집결지가 개발되면서 그 지역 일대가 변모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제정되며 성을 파는 여성이나 사는 남성까지 모두 처벌 가능한 이 법률이 시행되면서 전국의 집창촌은 쇠락했다. 도심에 위치한 집창촌은 지자체의 정비사업을 통해 대규모 주거복합단지로 개발되거나 문화의 거리로 조성되며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 용산역 집창촌 자리 들어선 주거복합단지, 용산 랜드마크로 ‘우뚝’
먼저 개발에 나선 집창촌은 편리한 교통망 등 뛰어난 입지로 높은 몸값을 자랑하며 부촌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바로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 중 한 곳인 용산역 집창촌이다. 이곳은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와 오피스 단지로 개발됐다.
용산역 집창촌 일대가 포함된 용산역 전면 2·3구역 재개발해 공급된 ‘래미안 용산’과 ‘용산 푸르지오 써밋’은 뛰어난 입지와 규모로 용산의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이 일대는 몸값 높은 고급 주거지가 밀집한 한국의 맨해튼으로 불리고 있다.
래미안 용산 전용면적 181㎡형의 실거래가는 22억 원에 이르고, 최고층 펜트하우스인 전용면적 243㎡는 80억 원 선에 이른다. 용산 푸르지오 써밋 전용면적 152㎡형의 호가는 21억 선으로 매물도 많지 않다.
■ 해운대 집창촌은 호텔로, 대구 자갈마당은 복합용도로 개발
먼저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집창촌인 ‘해운대 609’ 자리에는 고급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 5층, 지상 37층 규모의 풀빌라 레지던스 호텔로 개발될 예정으로 현재 남아있는 업체는 올해 상반기 완전히 철거될 계획이다.
운촌항과 인접해 최근 60년 동안 성매매 지역이었던 해운대 609 지역은 해운대 외곽지역이었지만 해운대가 팽창하면서 특급호텔이 몰린 관광지 한가운데 위치한 홍등가가 됐다. 해운대구청은 이 일대 땅을 매입해 공영개발이 거론됐지만 막대한 개발비용으로 사업 진행이 여의치 않았다. 이후 지역 부동산업체가 땅을 매입하며 개발사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자갈마당’으로 불리는 대구의 집창촌도 전면 철거 후 복합용도로 개발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대구시는 민간 주도 재개발을 적극 유도하면서 갖가지 행정적 지원을 할 방침이다. 또한 올해 말까지 개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신속한 정비를 위해 공공 주도 개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일원 용주골이라 불리는 집창촌은 창조문화밸리 프로젝트를 통해 창작문화거리로 개발될 계획이다. 용주골은 6·25 전쟁 후 미군부대가 주둔하기 시작하며 클럽, 술집 등 유흥가로 자리 잡았다. 파주시는 2021년까지 용주골 삼거리~연풍초등학교까지 1km 구간의 건물 외관을 6070년대 창작문화거리로 조성, 주민 커뮤니티센터 조성, 공영주차장 조성 등 용주골을 새로운 지역 문화명소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옛 집창촌도 대규모 주상복합단지로 변신한다. 천호 1구역은 천호시장, 동서울시장 등 전통시장 4곳과 집창촌이 있는 곳이다. 이 일대 3만 8508㎡가 지하 5층, 지상 40층 규모 주상복합 4개 동이 들어서는 복합단지로 탈바꿈한다.
■ 혐오시설 사라지고 편의시설 들어서자 주변 집값도 ‘방긋’
집창촌이 사라지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주변 집값도 강세다. 청량리역 인근에 위치한 ‘동대문 롯데캐슬 노블레스’은 최근 몇 달새 2억 원가량이 올랐다. 전용면적 59㎡의 매매가는 8억 5000만 원 선이다. 지난해 말에는 6억 5000만 원 선에 거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