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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기회를 놓쳤다? 그렇다면 '익숙함'과 결별하라

직방 입력 2019.12.26 10:42 수정 2019.12.26 11:01
조회 1459추천 0
최준영의 부동산 시그널 #17

고향은 친숙하다. 대도시의 경우에도 오랫동안 거주했던 지역은 친숙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이렇게 한 지역에 익숙해지면 지역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넣게 된다. 어떤 지역은 좋은 지역, 어떤 동네는 피하고 싶은 곳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된다. 개인의 이미지는 다양한 경로로 확산하며, 특정한 연령대와 세대가 공유하는 이미지가 된다.

항상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복잡한 서울역.

출처 직방
장년층이 기회를 놓친 이유

2016년 이후 전통적인 주택구매연령층으로 간주되는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연령대 수요자들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충분한 자금과 경험도 있었지만 왜 그랬을까? 새롭게 부상하는 지역들이 이들 세대에게는 좋지 않은 지역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마포의 경우 오랫동안 여의도 직장인의 저녁 회식 장소로 이용되었지만 1990년대 초반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주거지역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마포와 공덕, 그리고 아현은 교통은 편하지만 복잡하고 뭔가 좀 지저분한 듯한 그런 느낌의 지역이었다. 그렇기에 이 지역에 새롭게 들어서는 아파트들을 바라보면서 긍정적인 관점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먼저 들어왔다. 


하지만 보다 젊은 세대, 그리고 대학진학과 취업을 위해 서울을 처음 경험했던 세대들에게는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보다는 편리한 교통, 그리고 직주근접과 새 아파트라는 장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결과는 마래푸 신화의 등장이었다.


편견 없이 보면 큰 잠재력을 지녔던 곳들


1. 신길동

7호선과 신안산선, 신림경전철을 생각하면 좋은 입지가 분명하다.

출처 직방

여의도를 사이에 두고 마포 반대편에 해당하는 신길은 더욱더 그러했다. 신길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혀왔다. 여의도를 향하는 수많은 사람이 이 지역을 오랫동안 오갔지만 정작 이 지역의 잠재력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7호선 개통 이후 잠시 기대심리가 발동하기도 했지만, 노후주택가라는 근본적인 한계는 극복할 수 없었다. 


신풍역 5번 출구에서 나오면 보이는 남서울아파트가 신길동을 상징하는 모습이었다. 2000년대 초반 우편물 대량발송업체가 이곳에 있어 방문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무너질 것 같은 아파트 지하에 의외로 큰 공간이 있었고, 거기에서 지역의 아주머니들이 우편물발송 작업을 하는 모습을 아파트 단지에서 볼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지역에 들어서는 재개발 아파트 가격은 항상 비싸 보였고, 누가 그 돈을 지불하고 거기에 들어가서 사느냐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렇지만 이런 편견이 없던 사람들은 여의도와 인접한 위치, 강남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7호선의 존재, 그리고 신안산선과 신림경전철을 먼저 생각하고 이곳에 진입하였고, 달콤한 결과를 누릴 수 있었다. 


2. 전농동 


몇 년간 서울 주택시장의 변화는 이러한 낯선 공간들이 연속적으로 허를 찌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청량리역 뒤편의 오래된 동네였던 전농동에 래미안 크레시티가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지역에 대한 기억이 있던 사람들은 ‘이제 그 동네도 사람 좀 살만한 동네가 되겠군’ 정도의 반응이었지 진입을 고려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정작 아파트가 들어서자 이 단지는 서울 전체에서 제일 높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높은 가격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새삼 다시 들여다보면 1호선을 통한 도심 진입을 물론 분당선(물론 하루에 몇 편 운행되지는 않는다)을 이용한 강남진입도 편리한 지역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오래된 주거지역답게 평지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더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더해지면서 청량리 주변 지역은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각광받게 되었다. 


3. 서울역·용산역

지난 2년간 서울역센트럴자이의 아파트값은 35% 상승했다.

출처 직방

2012년 정부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많은 이들이 통근을 위하여 서울역과 용산역 주변에 관심을 가졌지만 실제로 이 지역을 선택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복잡하고 지저분한 풍경으로 인해 빨리 떠나고 싶은 곳일 뿐이지 이곳을 가족과 함께 거주할 공간으로 선택할 용기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물론 실제로 선택할 폭도 거의 없었다. 중림동은 종로학원에 다녔던 사람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동네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 지역에 재개발사업을 통해 공급된 아파트들은 미분양과 할인 판매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일단 단지가 모습을 갖춰가자 사람들은 뒤늦게 이 지역으로 몰려왔으며, 이제는 서울 도심의 대표 단지로 자리를 잡고 있다. 


4. 영등포

영등포시장 맞은 편에 위치한 아크로타워스퀘어 시세이다. 가장 큰 평수 기준 22억 원에 달한다.

출처 직방

오래된 시장 역시 사람들의 판단을 어렵게 한다. 한때 한강 이남의 최대규모 시장으로 손꼽혔던 영등포 시장은 언제부터인가 낙후되고 지저분한 대명사가 되었으며, 사람들은 이곳을 피해 빙 돌아가곤 하였다. 일용직 건설노동자들과 정체불명의 업소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은 이곳은 타임스퀘어라는 대규모 상업시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영등포라는 곳을 꺼리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 이후에도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점차 건물이 높아지면서 여의도에서 쉽게 눈에 띄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여의도와 가까운 곳에 신축아파트가 공급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듯이 뒤늦게 몰려들었다. 여의도와의 접근성, 5호선 영등포시장역, 한강성심병원 등의 존재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무시했다.

영광의 순간은 짧고, 도시는 변화한다

한 지역을 잘 안다는 것은 매우 유리하다. 장점과 단점을 잘 알기에 엉뚱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수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에 일시적인 흐름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그러한 ‘익숙함’은 고정관념으로 작용하여 새로운 관점의 형성을 막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사람들은 정작 지역의 변화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고,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변화를 만들어가고 그 과실을 챙기는 것이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후회만 쌓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서울 및 서울과 경계를 접하고 있는 수도권의 도시들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도시들의 미래모습을 먼저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내가 알고 있던 그 모습, 그런 이미지의 지역은 이제 사라지고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러한 관점을 애써 유지하며 변화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곤 한다. 


반대로 본인이 잘 알고 있던 지역이 좋다고 생각하여 고집스럽게 그 지역을 고수하다가 발을 뺄 타이밍을 놓치는 것 역시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변화하는 도시의 흐름 속에서 영광의 순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다. 지금 좋은 모습에 취하지 말고 다음은 어디일까 하는 호기심과 관심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20년 전 많은 기관은 2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계획을 수립하였다. 다들 그림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가운데 많은 것들은 느리지만 현실로 만들어졌다. 20년이라는 세월은 길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금방 지나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다시 20년 후를 생각해보자. 어떤 모습이 펼쳐질 것이고,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글. 최준영 / 율촌법무법인 전문위원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도시이야기> 진행

前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前 문화체육관광부 일반계약직5호

前 부천시청 전문위원


※ 외부 필진 칼럼은 직방 전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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