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헤매도 찾을 수 없는 집, 찾아서 경매받으니 작은 대박
김화민 2023.04.25 06:12 신고
반나절 헤매도 찾을 수 없는 집, 찾아서 경매받으니 작은 대박
2000년 처음 경매를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부산에서 감만동 3-123번지가 경매에 나와서 40%로 값이 떨어져 이 집을 찾아보려고 갔습니다.
마침 토요일 오후로 날을 잡아서 갔더니, 감만동 옛날 외국어대학교 건너편이 전부 감만동 3번지였는데 정말 골목도 많고 집도 많은 동네였고, 빌라 4층인데 오후 내내 돌아다녀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건데 틀림없이 집이 있으니까, 경매에 나왔지, 만약 집이 없다면 경매에 나올 수도 없는 것이므로, 있는 집을 못 찾고 그냥 돌아간다면, 아주 무능한 사람이란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겠지요?
그런데 도무지 이 집은 보이지 않는 채 해거름이 되었습니다.
할 수 없이 동사무소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토요일 동사무소에 들어서니 당직인 듯한 직원 두 분이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가 갑자기 사람이 들어오니 놀래서 소주병부터 치우고, 당항한 채로 무슨 일이시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감만동 3-123번지를 찾는데 도무지 찾아지지 않아서 동사무소에 왔다고 말씀드리고, 협조를 구했습니다.
동직원은 약도를 그려가면서 아주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는데, 이 집은 4층이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3층으로 보인다는 점과, 계단으로 올라가면 철문이나오고, 그 안이 4층이라고 정말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막상 가서 보니, 이 집 앞을 수도 없이 지나쳐 다닌 집이었는데, 4층이 경매에 나왔음에 반하여 밖에서 보기에는 3층 집이니 멀쩡한 머리로는 찾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4층에는 대문처럼 생긴 철문이 있었는데 마침 열려있어서 안으로 들어서자 별천지가 펼쳐졌습니다.
마당에 초대형 고무다라이가 열 개 이상 깔려 있는데 다라이 마다 옥수수, 고추, 깻잎 등 각종 야채가 심어져 있고, 이 집은 빌라나 연립주택이 아니라 단독주택의 모양으로 건축이 되어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이 집은 빌라의 좋은 점과 단독주택의 좋은 점을 다 갖춘 집입니다.
현관의 철문만 잠구면 어떤 도둑도 들어올 수 없는 철옹성이고, 현관 안에 들어오면 방이 네 개의 단독주택이 되는 것입니다.
3층까지는 빌라이고 4층에는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으며, 사람이 떨어 질까봐 담장을 높이 둘렀으니 아래 길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지요?
집 안에서 “계셔요?”하고 불렀더니 아주머니 한 분이 나왔길래, 경매가 나와서 집을 좀 보려고 왔다고 하니, 이 아주머니 말씀이 “집은 잘 보세요. 그런데 이 집에 들어오려면 내 시체를 밟고 들어올 줄 아세요” 하고 겁을 주는 것입니다.
원래 처음부터 저렇게 쎈 듯이 얘기하는 사람은 뒤끝도 없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진짜 골치 아픈 사람은 “ 내가 잘못해서 경매를 당하니, 당연히 집을 비워드려야지요 !” 하고 말하는 분들입니다.
입찰표에 2113만 원인가를 적었는데, 입찰법정에서 겨우 1만 원 차이로 정말이지 겨우 낙찰을 받았습니다.
낙찰 받고 며칠 후에 이 집에 들렀더니 아무도 없고 장롱. 침대 등 무거운 짐만 남아있었고 나머지 가재도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웃에 물어보니 이 집이 빚이 많아서 밤중에 도망 가버렸다 하네요.
이사비용이라도 주려고 마음먹고 있었더니, 그새를 못 참아서 야반도주를 하고 말은 것입니다.
집을 샀으니 이제 팔아야지요?
나는 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부엌과 뒷방에서는 부산 항 감만 부두와 5부두가 잘 보이니 바다 전망은 있는 집인데, 겉보기에는 빌라고 내용은 단독주택이니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리라는 것은 집을 낙찰 받을 때부터 예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집의 사진을 찍은 전단지를 수백 장 만들어서 매일 밤에는 퇴근하여 우암동에서부터 못골 시장까지 전주 위에다 도배를 하고 다녔는데 그 얘기를 듣던 아들이 아버지 제가 알바로 밤에 다니면서 부칠 테니 한 장에 50원씩 주시지요? 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이건 종이를 갖다 부치는 일이 아니고, 아빠의 혼을 갖다 부치는 작업이니 네게 줄 수는 없다 하고 저 혼자 며칠 밤을 들고 다니며 부쳤습니다.
저는 이 집을 5500만 원에 팔려고 전단지에 아예 값까지 써서 부쳤는데 왠 여자 분이 전화하셔서 좀 깎아 줄 수는 없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있었는데, 그 다음날 어떤 총각이 전화를 해서 이 집을 살터이니 좀 만나자고 얘기를 해서 만났습니다.
나이 어린 총각인데, 개소주를 만드는 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며, 자신은 어머니에게 이 집을 사주고 싶은데 돈이 모자라니 조금이라도 깎아 줄 수 없냐고 묻는 것입니다.
내가 총각 나이를 물어보니 제 아들하고 동갑이었습니다. 내 아들은 열심히 돈을 써는 편인데 이 총각은 어머니에게 집을 사주기 위해서 이렇게 애를 쓰니 저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지요.
나는 이 총각에게,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니 100만 원을 깍아 주겠고, 네 어머니를 생각해서 또 100만 원을 더 깎아서, 모두 200만 원을 깎아 주겠다고 해서 바로 계약이 되었습니다.
총각네는 이런 집이 필요했던 사람이고 나는 이런 수요를 예상했기에 가볍게 3000만 원은 벌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23년이 지난 지금은 특수경매훈련단을 운영하며 전국으 특수경매물건을 다루고 있어서 누구나 유튜브에서 특수경매훈련단을 치면 제 얼굴을 볼 수 있으나, 옛날 생각하면 기억에 남게 돈을 번 일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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