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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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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원 연탄 레루를 써는 연립주택, 20배로 ‘펑’ 튀기는 법

김화민 | 2023.04.25 06:16 | 신고

800만 원 연탄 레루를 써는 연립주택, 20배로 튀기는 법

 

 

 

지금 부산 법원 주변 레이카운터 1, 2, 3, 4블럭을 짓고 있는 곳을 부산 사람들은 거제리 안동네라고 불렀다.

 

거제리 안동네에 연립주택이 경매에 나왔는데 안 팔리고 값이 계속 떨어져서 답사를 하러 가서 차근차근하게 보아야지 하고 마음먹고 갔다.

 

원래 이 동네는 길이 좁아서 일방통행만 할 수 있는 마을인데, 이 집에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은 없었고, 밑에 차를 세워놓고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집이었다.

 

연립주택에 가니 마당에는 채소밭도 있었고 현관문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현관문부터 열려 있어서 집안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3개는 물론 화장실까지 전부 문이 열려 있었다.

 

문을 닫아보니 문틀과 문짝이 서로 맞지를 않아서 문을 닫을 수 없는 것이었다.

 

집 안에 아무리 찾아도 보일러가 보이지를 않아서 난방을 어떻게 할까? 하고 밖에 나가서 둘러보다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옛날 몇 십 년 전에 사용하던 연탄 레일(옛날 사람들은 연탄 레일이라고 하지 않았고, 흔히 연탄 레루라고 얘기했다)을 집어넣어서 난방을 하는 집이었다.

 

화장실도 수세식이 아니고 똥차가 와서 퍼가는 푸세식이니 들어와서 살 사람도 없고 비워져 있는 집인 것이다.

 

연립주택의 전용면적은 25평인데, 대지권은 35평이나 되었고 감정평가금액은 2500만 원인데 5회 유찰이 되어 800만 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값이 문제가 아니고 집이 이 정도라면 이집에는 들어와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보아야 한다.

 

정상을 벗어난 나쁜 점은 하나도 빼놓은 것이 없는 뛰어나게 나쁜 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0계단이나 될 만한 가파른 계단 위에 있는 집이라면 이삿짐은 사람이 어떻게 짊어지고 들어갈 것인가?

 

연탄 레루로 연탄불을 때고 살다가 연탄가스 중독이 되면 집주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고,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 세를 들어와도 문짝은 닫을 수 있도록 고쳐줘야 할 것이니 현관문부터 방문 3개와 화장실 문까지 문짝 5개 바꾸는 돈만 해도 150만 원은 잡아야 할 것이다.

 

마침 근처에 거제3새마을금고에 아는 분이 있고 해서 새마을 금고 사무소에 가서 이것저것을 물어 보았다.

 

당시 부산에서는 재개발 사업을 시작하기 전인데, 새마을금고 상무님의 얘기로는 연제구에서 제일 사람이 살기에 열악한 지역이므로, 재개발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주택재개발사업 대상지역이라고 하였다.

 

 

 

당시에는 경매물건은 전부 경락잔금대출을 낙찰가의 90%씩 해주었으니, 100만 원만 있으면 이 집을 살 수 있다.

 

대신 이자는 매월 3만원씩 내야 하니, 1년이면 36만 원을 잡아먹고 10년이라고 해도 360만 원이니, 그냥 비워둔다고 마음먹고 사면, 되는 것이다.

 

누가 들어 올 사람도 없을듯하여 최저매각가로 입찰했지만 혼자 1등이 되었다.

 

 

 

2005년 부산에서도 재개발이 시작되었는데, 이 동네도 가장 먼저 재개발지역으로 지정이 되었다.(하기야 당시 부산사람들은 재개발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관심조차도 아예 없었던 시절이었다.)

 

2006년이 되자 부동산에서 전화들이 오기 시작했다.

 

내 기억으로는 처음에는 대지권을 기준으로 평당 150만 원부터 시작하였으나, 거들떠 보지도 않았더니 차츰차츰 값이 오르기 시작하여 몇 달 지나서 300만 원을 호가 하더니, 4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여기서 작지만 이자 나가고, 1년에 두 번씩 재산세 내고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팔아야 하는 것인지 판단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머릿속으로 주산을 굴리고 있던 어느 날, 부동산에서 480만 원을 주겠다는 제의가 들어왔다.

 

내가 문짝은 맞는 것이 하나도 없고, 길도 없고 푸세식 변소에다가 더 보태어 연탄 레일로 연탄가스 중독 걸릴까봐 세도 못주는 이 쓸모없는 집을 팔아서, 내가 샀던 값의 20배를 더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니 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나는 수무배의 수익을 올렸지만 나에게 이 집을 사는 사람도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법인데, 지금의 시세는 분양가와 프레미엄까지 합치면 11억은 넘는 듯하다.

 

 

 

무슨 일이든지 판단은 자기 자신이 한다. 그러나 처음 집을 보고서는 사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새마을금고 사무실에 앉아서 동네 토박이의 재개발을 할 수 있다. 라는 말을 듣고 이 집을 산 것이 수무배의 수익을 안겨준 것이다.

 

 

 

지금은 특수경매훈련단을 운영하며 전국의 유치권. 법정지상권 여부가 문제되는 물건을 찾아다니고 누구나 유튜브에서 특수경매훈련단을 치면 나를 볼 수 있지만, 열심히 일하던 추억은 항상 가슴에 에쁘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