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칼럼] 사전청약 폐지,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
김인만 2024.05.19 03:41 신고사전청약 폐지,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6월 14일 전격적으로 공공 사전청약 제도 폐지 발표가 있었다.
사전청약은 아파트 본 청약 2-3년 전 미리 당첨권을 주는 제도로 식당 가기 전 미리 예약을 하고 번호표를 먼저 주는 것과 같다.
문제는 농사를 짓기도 전에 주문을 받았다는 것이고 더 문제는 가격까지 미리 책정했다는 것이다.
주문을 한 사람은 약속한 날짜에 약속한 금액에 밥을 먹기를 원하지만 식당주인은 날짜를 지킬 능력도 가격을 지킬 능력도 되지 못했다.
사전청약제도는 MB정부시절 한번 실패했던 제도임에도 문재인 정부시절 집값이 급등하자 불안한 수요자들의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전격적으로 도입이 되었다. 윤석열 정부도 뉴:홈 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공공분양 사전청약에 대해 열심히 홍보를 했는데 하루 아침에 하지 않겠다고 한다.
분명 얼마전까지 뉴:홈 사전청약 광고를 본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하루 아침에 폐지를 한다고 하니 황당할 뿐이다. 공공 사전청약 폐지의 변명은 더 황당하다.
군포 대야미는 고압 송전선로 이설 문제로, 수원 월암은 맹꽁이 이전 문제로, 남양주 진접은 문화재가 발견되어서, 성남 낙생은 방음터널 화재로 인하여, 성남 복정은 주민이 이주를 반대해서 이유도 가지가지다. 이정도면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옛 속담이 딱 맞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 사회에서 모든 문제는 다 돈이다. 여러 이유를 대더라도 결국 돈이다.
재건축, 재개발사업도 그렇고 대형개발사업도 그렇고, 친구사이도 부부사이도 대부분 문제는 돈이다.
사전청약제도는 추정분양가를 명시하는데 최근 물가상승으로 건축비가 급등하면서 일정준수 문제를 넘어 약속했던 추정분양가를 개런티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LH가 택지조성을 하면서 가져가는 여분의 이익으로 상계처리를 할 수 있으나 최근 급등하는 건축비를 보고 있자면 아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고 부랴부랴 폐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인천 계양 A2블록의 경우 당초 사업비가 2,676억원이었는데 최근 3,364억원으로 25.7%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사전청약을 통해 이미 당첨이 된 99개 단지 5만2000가구의 당첨자들은 추정분양가에서 과연 얼마나 더 올라갈지, 입주예정일에서 얼마나 더 늦어질지 불안하다.
그래도 주변 시세보다는 저렴할 것이고 입지도 좋은 곳이라면 기다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단지에서는 많은 포기자들이 나올 것이다. 어쩌면 LH는 포기하기를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물론 포기한다고 당장 큰 불이익은 없으나 그 동안 분양가는 천정부지 올랐고 좋은 청약단지 도전의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여러가지로 마음이 복잡하다.
사전청약을 기다리는 분들은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처음부터 말을 하지나 말 것이지 실컷 기대하게 해 놓고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나 싶다.
친구끼리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도 미안하다 사과를 하고 한턱을 내는데 LH는 맹꽁이 때문에 못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계약금, 중도금 분납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니 할말이 없다.
안 그래도 땅이 떨어진 정책의 신뢰가 이제 지하실로 내려가고 있다.
돈 때문이면 솔직히 돈 때문이라 설명하고 공공이 책임질 수 있는 부분, 추가로 계약자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 늦어지는 일정을 명확하게 공유해주면서 당첨자 및 청약대기 수요자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허겁지겁 급하게 숫자 목표만 바라보며 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정확하게 꾸준히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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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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