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오르고, 급매물 사라졌다! 6월 주택시장의 변화
직방 2020.06.12 10:52 신고더워지는 6월의 날씨만큼 주택 시장은 완연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뭔가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보니, 단편적인 정보와 감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거래신고 시한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되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서는 빠르게 시장 변화를 파악할 수 있지만 답답함은 여전하다. 곳곳에서 전해지는 소식들을 종합해 보면 거래량의 증가, 급매물의 소멸 등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인다. 6월의 흐름은 7월이 되어서야 숫자와 그래프로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지만, 하반기는 상반기와 다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출처 직방
4월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하락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그 이후 본격화된 세계 각국의 엄청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주식 시장을 비롯한 자산 시장의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다. 넘치는 유동성은 개별 자산의 가치를 무시하고 자산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 쓰나미가 그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쓸어버리듯 유동성 역시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우리의 주택시장도 큰 변화를 겪고 있는데 최근 2~3달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파악해보면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으며, 이는 하반기 시장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11일 정부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과 지방광역시의 도시지역 민간택지에서 건설‧공급되는 주택에 대한 전매제한 기간을 현재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로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17~2019년 수도권‧광역시 민간택지에서 20:1을 넘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된 단지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당첨자 4명 중 1명은 전매제한기간 종료 후 6개월 내에 분양권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른 조치다.
정부의 발표에 대해 시장은 전매제한 강화 이전에 공급되는 아파트 및 비규제 지방도시에 대한 수요증가로 반응하고 있다. 미분양으로 고생하던 검단신도시의 신규 분양 경쟁률은 두 자리 숫자를 훌쩍 넘어서고 있으며, 안산, 시흥 등의 수도권 서부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은 지속되고 있다. 비규제 지역 내, 주택구입 시 LTV는 70%까지 인정되며 종합부동산세 비합산 등 조세 규제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이외의 지방 도시들도 급격한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다. 방사광 가속기와 아파트 가격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청주는 전국 최고 수준의 가격 상승률을 나타냈으며, 제조업 약화로 인해 ‘이제 끝났다’라고 생각되던 구미, 창원, 거제, 포항 등의 주택 가격과 거래량 모두 위로 튀어 오르고 있다.
큰 거 한방을 노리기보다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단타로 점수를 내려고 하는 투자자의 흐름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수급 등을 고려하면 냉정한 판단이 가능하지만 정작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흐름의 급변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방의 열기가 서울로 전해지고 있다. 2017년 8월 약 85만 가구(63%)에 이르던 서울시 내 6억이하 아파트는 2년 6개월이 지난 2020년 5월 38만 7천 가구(31%)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관악구는 2017년 8월의 경우 6억원 이하의 아파트가 96%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47% 수준으로 급감했다. 광진구는 41.7%에서 3.3%로, 성동구 역시 47.75에서 2.5%로 줄어들었다. 저가 아파트의 멸종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9억 원 이하 아파트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을 1~5분위로 나눴을 때, 9억 원 이하 단지가 속한 2~3분위는, 2020년 단 한 차례도 하락하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시내의 6억 원 초과 9억 원 이하의 아파트는 2017년 8월 24만 가구(18%)에서 2020년 5월 35만 8천 가구(28.8%)로 증가하였다.
가점제로 이루어지는 청약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 30대 수요층이 대출규제에서 자유로운 6억 원 또는 9억 원 이하 주택으로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해석을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월 7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 비중이 30%에 이르는 상황임을 감안해보면, 40%의 대출에 대한 원리금 부담을 게의치않는 계층은 두텁게 분포하고 있으며, 기준금리의 인하는 주택 구입을 결심하는데 있어 더욱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9억, 12억, 15억으로 구분된 대출규제가 6개월 동안 시행되면서, 시장은 개별입지에 대한 평가를 통한 차별화보다는 대출 규제선까지 가격을 밀어 올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6억 원 이하 아파트에서 시작된 밀어 올리기는 점차 위로 확산되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투지과열지역 및 투기지역의 주택가격은 정규분포 형태가 아닌 특정 가격대에 조밀하게 모여 있는 가격분포를 보이고 있다.
15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한 수요를 상당부분 차단한 조치에 따라 전체적인 가격 흐름은 안정되었다. 고가주택이 안정화되어 있으면 저가주택이 상승하더라도 시장 전체의 흐름은 낮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과정 속에서 시장의 에너지는 응축되고 있다. 과거 15억 원 이상의 주택을 부담스러워하던 12억 원 내외의 주택을 보유한 수요층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주택과 상위 주택의 격차가 감소했기 때문에 갈아타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여의도와 주변 마포/신길/당산의 주택가격을 비교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축적된 시장의 에너지가 분출한다면 그 대상은 아마도 15억 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향을 종합해보면 하반기 주택시장의 흐름은 완연한 상승세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기부양을 위한 한국판 뉴딜을 통해 대규모 재정투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으며, 지난 21번의 규제를 통해 새로운 규제의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따른 화폐가치의 하락은 수요의 감소나 주택의 신규공급보다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가격상승의 압력은 매우 커진다.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반갑고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까지는 모른척하고 방치할 수도 있다.
아파트만 자산이 아니다. 부동산은 다양한 형태의 자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이 되던 자신의 상황에 맞춰 일정한 자산을 확보해 놓는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니다. 토지, 지식산업센터, 근린생활시설 등 다양한 시장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아파트만큼의 관심은 받지 못하고 있다. 자산가격 상승이라는 큰 흐름을 타면서 시장을 넓게 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글. 하얀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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