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만큼 조세원칙이 중요하다!
직방 2020.07.08 10:44 신고대통령이 국토부 장관을 호출하여 정책지침을 내리고, 당 대표가 나서서 시장 불안에 대해서 사과하고 전당적으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 7월은 어쩌면 당정청이 모두 나서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는 한 달이 될 지도 모릅니다.
반면, 언론들은 일제히 정책이 나와도 막을 수 없다며 시장맹신격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직방의 설문조사는 나름 팽팽한 5.5대 4.5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직방 설문과 언론 기사 헤드라인의 수 비율 비교는 상당한 격차를 보여줍니다.
정부 정책의 핵심은 주택공급도 있으나, 부동산 세금이 한 축을 차지합니다. 21번의 대책으로 지긋지긋하게 세금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세금 대책을 발표하더라도 시장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금은 거의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했고, 영향을 주지 못했던 적이 없습니다. 현재 세금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먹히지 않는다면 이유는 아주 심플한데요. 세금이 낮거나, 혹은 세금은 높아졌으나 적용대상이 적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세금은 경제주체의 활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가령, 최근에 법인을 설립해서 부동산을 매수하는 갭투자 추세가 급증하여, 인천/청주를 포함, 수도권 남부 도시들이나 외곽 도시들의 갭투자비중을 끌어올리는데 법인이 활용되었습니다. 원래 법인은 부동산 매매거래의 비중에서 2%수준의 낮은 비중이었으나, 현재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7%까지 올라왔습니다. 특정지역은 20%가 넘죠. 왜 법인의 설립이 증가했을까요?
그림1. 법인의 아파트 매매 비중이 늘고 있다
이유는 법인이 개인 대비 절세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개인에게 적용 받는 양도소득세 중과(최대 소득세율 68.2%)가 없고 법인은 법인세율+10%로 낮은 세금을 내기 때문이죠. 또 개인이 2주택이 있을 때보다, 개인 1채 + 법인 1채가 있으면 보유세 중 종부세의 감면 효과가 드라마틱합니다. 2채라면 낼 것을 법인을 활용 시 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즉, 법인을 설립하고 법인으로 아파트를 매매하는 것이 최근 활성화된 것은, 바로 21번동안 누적된 개인대상 세금 강화 정책의 반작용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즉, 실제로 세금정책이 정방향이든 반방향이든 경제주체는 과세제도가 만들어 내는 프레임 안에서 가장 유리한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이 입증되는 것이죠.
주택은 취득할 때와 보유할 때 그리고 처분할때의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서 세금을 냅니다. 주택의 취득세는 1~3%로, 일반 부동산의 4% 대비 특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의미는 주택의 취득을 권장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세금은 특정 행위를 권장하거나 할 때는 특례와 공제를 몰아주어 촉진하고, 금지하고자 할 때는 중과를 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덕분에 주택을 취득할 때, 부담이 적어서 쉽게 취득할 수가 있겠죠.
처분할때는 어떨까요? 처분은 취득과 반대입니다. 현재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조정지역 내 주택을 매각할 때 매각이익에 대해 소득세 공제가 적용되지 않고, 중과세율을 적용 받게 되어 있어서 최대 68.2%라는 압도적으로 높은 양도소득세를 냅니다. 10억원의 매각이익이라면 6.5억원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느껴질 정도여서, 수많은 다주택자들이 양도를 하지 않습니다.
세법 원리상 높은 양도세는 양도를 하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실제로 경제주체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죠. 취득과 양도를 비교하면, 취득은 특례를 통해 하라고 하고 있고, 양도는 중과를 통해서 하지 말라고 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취득은 하고 양도는 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부동산 세법의 큰 골자입니다.
자, 이제 문제는 보유세인데요, 보유세는 어떨까요?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부세로 구성이 되며, 재산세는 모든 주택 소유주가 내고, 종부세는 인 별로 과세를 하되 일정액 이하는 공제하는데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현 시세 12억원대 수준)의 경우 내지 않습니다. 즉, 고가주택 소유주 혹은 2주택 이상을 소유한 개인이 종부세 부과 대상입니다.
2019년 우리나라 재산세 12.5조 / 종부세 3.0조원으로 약 15.5조원 수준인데, 이는 한국의 모든 부동산(주택/건물/토지)을 모두 합산한 수치입니다. 한국의 총 유형자산은 1경이 넘는데, 가계가 소유한 주택만 4,700조원을 넘는다는 것을 고려할 때, 부동산 자산총액 대비 보유세의 실효세율은 0.2%가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짐작하면 시세 10억원 고가주택을 소유한 소유주는 종부세는 내지 않으며, 재산세만 내는데 약 200만원 이내의 보유세를 낸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약 4배 이상 높은 보유세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부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높은 미국의 보유세를 언급하고 있어서, 앞으로 세금개정의 큰 방향 중 하나는 보유세가 될 것입니다.
그림2. 미국은 한국보다 약 4배 높은 보유세를 낸다
즉, 현재의 보유세는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낮다는 것이죠. 그럼 세법이 말하는 원리는 심플하겠죠. 취득은 특례로 쉽게 하고, 보유는 부담을 적게 했으며, 양도는 세율을 높여서 하지 말라고 했으니 다주택자든, 1주택 갭투자자든, 법인이든, 신탁이든 자연스럽게 ‘취득하고 보유하고 양도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지키면 되는 것이죠. 이것이 그동안의 21번째 정책동안 누적된 세금관련 개정사항이었습니다.
2018년 9.13 부동산 정책이 보유세를 대폭 인상시키는 형태의 정책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정책 발표 후 약 8개월 동안 주택가격이 하락 혹은 안정화된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높아진 보유세에 시장은 자연스럽게 대응해갔는데요. 높아진 보유세를 회피하거나 혹은 적용 받지 않는 다주택가구가 반대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첫째는 정부가 2017년부터 촉진하는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는 종부세 비합산을 받아 보유부담을 낮추기에 가장 용이한 제도였고, 무엇보다 절세 규모의 제한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50채, 300채, 심지어 600채를 등록해도 종부세를 아예 내지 않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의 긍정적 부분이 너무나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보유세 부담을 가장 효과적으로 파쇄할 수 있는 것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이고, 현재 약 180만호 수준이 등록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주임사 등록물량이 보유세 인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점이 최근 들어서 지적을 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외에도 주임사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바로 법인과 신탁입니다. 이 문제가 시급한 것은 법인과 신탁은 임대차기장에 기여하는 바도 없이 규제를 회피하는 최적의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법인과 신탁을 통해서 소유구조를 분산하고, 가구 역시 부부가 각각 1채씩 소유하여 1주택 지위로 종부세 부담을 낮추는 등 다양한 절세전략이 발전하였습니다. 즉, 절세 전략이 극도로 발전해서 세금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못하게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국면에서 7월은 당/정/청이 나서서 주택 세금 정책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손을 볼 것으로 생각되며, 법인에 대해서는 이미 6.17 대책을 통해서 보유세 중과와 적용기준을 강화하여 상당한 영향을 행사하도록 변경되었고(현재 세율/세 상한 등은 종부세법에 반영해야 함), 신탁의 경우에도 이미 개정안이 21대 국회에 상정되었습니다.
또 종부세법 강화도 올라갔습니다. 다만, 높아진 보유세에도 불구하고, 보유세 정책이 먹히지 않는다면 상황은 단 하나, 즉 보유세가 낮거나, 혹은 보유세는 높더라도 적용 대상이 적거나 이런 상황만이 있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경제주체는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미 양도세율이 높아서 양도를 하지 않는 것이 다주택자이듯이, 현재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세금이 만들어 놓은 시장 부분화, 즉 세그먼트처럼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를 의미합니다.
조정지역이냐 비조정지역이냐,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느냐, 공시가격 6억원 초과냐 아니냐 등이 가장 중요한 부동산 시장이 된 이유가 바로 세금 때문입니다. 때문에 세금 정책은 그 어떤 정책보다도 더 정교하고 원리원칙에 맞도록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죠.
지금 시장 맹신의 분위기 속에서, 어떤 세금정책이 나와도 문제가 없다는 식의 언론기사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정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수준의 세율이 발표되어 향후 큰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할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이 길어질 것 같은 어려운 7월을 보내게 생긴 것이죠. 세금과 관련된 일은 절대 허투루 흘려 보내시지 않기를 최고 막중에는 “바래봅니다”.
세금으로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공급이 최우선에 있어야 합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법인 신탁과 같은 규제회피 수단을 막아 나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효과가 클 것입니다.
글.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6년 연속 매경/한경 Best Analyst
하나금융투자(2014~현재)
LIG투자증권(2011~2014)
한국표준협회(2008~2011)
삼성물산 건설(2004~2008)
※ 외부 필진 칼럼은 직방 전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