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으로 돈 못 벌게 하겠다”
직방 2020.07.21 01:55 신고7·10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약 10일이 지났습니다. 아직 시장에 큰 변화가 없지만, 정책의 영향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7·10 대책이 무엇이 다르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먼저 7·10은 부동산 생애주기 전체, 즉 취득 시, 보유 시, 처분 시의 각 3개 부분의 세금을 일제히 상향 조정하였습니다. 취득세는 일반부동산 취득세율인 4% 대비 낮게 유지되던 1~3%의 특례를 1주택자에게만 유지하고, 2주택자부터는 특례 없이 4%의 두배인8%로, 3주택자는 12%로 세배를 올렸습니다. 아울러 법인으로 주택을 취득할 경우 주택 호 수에 관련없이 12%로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보유단계에서 부과되는 보유세는 조정지역 2주택자, 혹은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종부세율을 종전 대비 약 2배 정도 높였습니다. 이제 1.2~6.0%로 종전 최고세율 3.2% 대비 약 2배가 높아졌습니다. 법인에게는 누진세율 체제가 아니라 곧바로 3%(1주택 법인), 6%(2주택 이상 법인)의 단일세율을 적용했습니다. 이로써 법인은 보유부담이 극도로 높아진 주체가 되었습니다.
보유세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인 법인, 신탁에 대해서 법령 개정을 통해 과세주체가 되도록 하거나 높은 세율을 적용했고, 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현재 등록된 주택임대사업자들은 등록 말소 시점까지 보유세 혜택은 유지되지만 말소시부터는 보유세 혜택이 사라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로써 보유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대상은 법인, 신탁, 말소된 주택임대사업자 (약 2023년부터 말소물량이 나올 것으로 추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처분은 양도(유상거래)와 증여(무상취득)가 있는데, 양도세율을 또 한 차례 높였습니다. 이제 1년미만 단기 양도세율은 70%, 1년~2년 내 양도는 60%이고, 2년 이상 보유해야 기본세율(양도이익 규모에 따라 6%~42%)이며, 조정지역에서는 기본세율에 중과세율이 종전 10%/20%에서 20%/30%로 높아졌습니다. 이제 이론상 최대 양도세율은 기본세율 42% + 30% = 72%이며, 지방세를 포함해 79.2%라는 초유의 세금이 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취득/보유/양도 세단계에 걸쳐 이토록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한국이 처음입니다. WSJ에서도 한국의 이런 조세변화를 지켜본다는 칼럼을 낼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형태의 조세구조를 채택한 것은 말 그대로 다주택자의 부동산 투자수익률을 극도로 낮추기 위해서 도입한 것입니다. 취득, 보유, 처분 단계 모두를 다 올린다면, 주택가격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사실상 돈을 벌기가 어렵습니다. 팔지 않는다면 매년 보유세만 내면서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할 수도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7·10 대책은 그간 나왔던 여러 대책과 궤를 달리해서, 특정 기간이나 특정 행위에 대해서만 높인 것이 아니라, ‘다주택자가 주택으로 돈을 벌기 극도로 어렵게’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다른 형태의 정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처럼 수익환수 시스템을 촘촘하게 만든다면 투자수요가 유입되기 어렵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는 있을 겁니다. 다만, 이런 조세제도 변화로 인해서 주택의 투자수익률이 급감하고, 자연스럽게 다주택자를 통해서 임대주택을 공급해 오던 한국만의 메커니즘은 깨질 가능성이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는 남아 있긴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임대시장에 생길 변화의 가능성이 커진 것이 다소 염려되는 시점입니다. 임대3법 등 정부도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수립 중이나 임대공급원이 위축되는 만큼 공공 등 임대공급 주체는 서둘러 공급수단을 확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이나 대책은 없습니다만, 변화의 폭이 클수록 그에 수반되는 시장 변화도 클 것 같네요. 여러모로 7.10은 앞으로 전 세계가 지켜볼 그런 정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6년 연속 매경/한경 Best Analyst
하나금융투자(2014~현재)
LIG투자증권(2011~2014)
한국표준협회(2008~2011)
삼성물산 건설(2004~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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