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비상구될까?
직방 2020.07.24 10:53 신고주택신규공급을 위해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이야기가 뜨거웠다. 결국 그린벨트 해제는 없는 것으로 결정되었지만 그린벨트 안에 위치하고 있는 태릉골프장을 주거지역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린벨트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2018년에 이어 2020년에도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시장이 불안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출처직방
그린벨트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8조에 따라,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경우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도시가 평면적으로 계속 넓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정하는 개발제한구역인 것이다. 그린벨트로 지정된 땅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허용되는 일부 행위를 제외하고 나면 대부분의 개발행위는 금지된다. 만약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이행강제금을 내거나 심할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년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시청이나 군청 공무원들이 몰려가서 불법건축물들을 단속하고 철거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린벨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박정희 대통령’이다. 여러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어느 날 청와대에서 “도시가 무분별하게 커지고 있는 것을 내버려두면 곤란해. 영국에 그린벨트라는게 있다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봐야겠어. 계획을 세워서 보고하도록”이라고 지시했던 것이 그린벨트의 시작이었다. 누가 어떤 경로로 박 대통령에게 ‘그린벨트’라는 개념을 전달했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어쨌거나 국토개발에 대해 열정적으로 나섰던 박 대통령이 그 과정에서 자연훼손과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에 대해 위기감을 느꼈고, 그 결과로 등장한 것이 그린벨트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막상 그린벨트를 만들기로 했지만 어디에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는 누구도 몰랐다. 고민하던 정부는 헌병대를 통금시간대(00시~04시)에 서울 주요 대학의 관련 교수들을 집으로 보내서 납치하듯이 모 호텔로 집결시켰다. 어렴풋이 개념만 알고 있던 교수들은 당황했지만 감히 문제제기를 할 수 없던 시절이었으므로 색연필을 들고 지도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폭 2~10㎞쯤의 도넛모양이 만들어졌고 그것이 그대로 1971년 7월 30일 건설부 고시 제447호에 따라 개발제한구역으로 설정되었다.
서울지역의 경우 처음 167㎢가 지정되었으나, 그 동안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을 통해 17㎢가 해제되었고, 남은 면적은 150㎢이다. 꽤 넓은 면적으로 보이지만 상당수 지역이 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활용이 곤란하며 강남, 서초 등의 지역에 위치했던 개발이 용이한 지역들은, 과거 보금자리주택사업을 통해 해제되었기 때문에 실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대략 1만 가구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경사 등을 감안하였을 때 실제 공급되는 물량은 그린벨트 해제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으며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그린벨트내에 위치한 태릉골프장을 주거지역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85만㎡의 면적이므로 여기에 아파트를 공급할 경우, 약 1만 가구까지 입주 가능하며, 인접한 육군사관학교까지 이전시킬 경우, 최대 2만 가구 정도도 입주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린벨트에 주택을 건설하는데 있어 문제점은 주택 이외의 각종 기반시설을 갖추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신도시와 같은 규모라면 입주자들에게 개발이익금을 부담시켜 광역교통망을 비롯한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용이하지만 소규모로 분산되어 진행될 수 밖에 없는 그린벨트 해제지역은 이러한 면에서 많이 불리하다. 실제로 보금자리사업을 통해 조성된 지역들은 상습적이 교통난으로 오랫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태릉골프장과 육사 주변의 아파트들은 쾌적하고 조용한 환경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선호될 수 있는 지역이다. 군사시설보호와 관련한 규제로 인해 10층 이하, 심지어 3층으로 지어진 아파트들이 모여있는 모습들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화랑로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태릉현대홈타운스위트2단지는 2004년 준공된 곳으로서 3층이지만 40평대의 중대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대당 주차대수 2대, 용적률 89%의 단지로서 향후 규제완화가 이루어질 경우를 가정해보면 투자가치는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단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장 인접한 전철역인 경춘선 갈매역 인근지역은 ‘구리갈매공공주택지구’와 ‘구리갈매역세권지구’가 위치하고 있다. 갈매공공택지지구의 경우 2018~2020년 입주를 마친 신축단지로 이루어진 곳으로서 대략 6~8억원 내외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는 육사와 태릉골프장, 그리고 세종포천고속도로로 둘러싸여 있는 답답함이 있지만 태릉골프장이 개발된다면 화랑로와 직접 연결되면서 교통편의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갈매역세권지구의 경우 LH가 사업시행자로 진행하고 있는데 보상가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교통여건의 경우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경춘선 갈매역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외에도 별내역에서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8호선을 이용할 수 있다. 북부간선도로 및 세종포천간고속도로, 외곽순환고속도로 등도 이용하기 좋다. 또한 기존의 별내 신도시 및 갈매 택지개발지구와 연계된 대규모 주거지역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태릉골프장은 소유권이 국방부에 있어서 의지만 있다면 각종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신도시 등에 비해 더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약 육군사관학교까지 이전하게 되면 사업규모는 더 커질 수 있지만 여기까지 진행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대규모 개발은 기존의 개발축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흐름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눈에 잘 띄지 않았던 6호선 인접지역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본다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글. 하얀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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