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CBD)에서 가장 가까운 외곽, 그곳이 바뀌고 있다
직방 2020.08.06 12:06 신고동대문과 성북, 서울 사대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들이지만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주거지로서의 가치가 폄하되었던 곳이다. 그 폄하의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가봤을 때 직접 부딪히는 저항이 바로 이런 것이다. 낡았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은 훨씬 낡았지만, 그건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중심업무지구)라는 말로 대체가 될 수 있었지만, 조금 바깥은 강남처럼 신도시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 있다.
1940년대 본격 개발될 당시만 해도 신흥주거지로서의 매력이 넘쳐났었지만 80년 가까이 흐른 이후에는 그저 낡은 곳으로만 폄하될 뿐이다. 이 같은 결과는 같은 시기 개발된 영등포에서도 발견된다. 그렇지만, 지난 서울 서남권 이야기를 할 때 강하게 말한 것이 있다. 왜, 여기가 언제까지 이런 취급받을 것으로 생각하냐고. 영등포와 마찬가지의 변화가 강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오늘 말해볼 동대문과 성북이다. 이 중 동대문은 좀 더 빨리 바뀌었고, 성북은 지금 더욱 강하게 바뀌고 있다.
신기할 정도로 평지가 많은 동대문구
우선 동대문부터. 동대문은 서울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외곽’이다. 동대문이라는 말에서도 느껴지듯이 한양도성의 동쪽 바깥 아니겠는가?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동대문은 평지가 부족한 강북지역에 평지에 가까운 곳들로만 이뤄진 드문 곳이다. 전농, 답십리, 이문, 장안, 휘경, 그리고 용두, 제기, 휘경, 청량리는 이후에 말할 성북과는 전혀 다른 지형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지역이 그동안 저밀개발된 대표지역이라는 것은 생각해볼 점이 많다. 왜 이런 개발이 나타났을까?
동대문은 도심 접근성이 탁월한 지역이다. 그런데 막상 지하철 접근성은 지난 시간 말했던 광진이나 성동에 미치지 못한다. 지하철 5호선과 2호선 지선이 남쪽으로, 1호선 국철이 중앙부를 관통하지만, 지하철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 상당히 넓다. 지리적 이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재개발은 5호선 인근 지역부터 먼저 진행되었다. 바로 전농/답십리다. 5호선 답십리역 인근은 동대문구의 대표 주거지로 탈바꿈되어있다. 바로 답십리래미안위브(2,652호)와 래미안크레시티(2,397호)다. 대단지가 드문 서울에서 이처럼 대규모 재개발이 완료된 이후의 모습은 길게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사실 주변 다른 아파트들도 대부분 재개발로 공급되었지만, 많은 이들의 기억에는 이 두 곳이 가장 강렬하게 남는다. 그만큼 타 단지를 압도하는 매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답십리래미안위브 전용59㎡ 10.5억원(4,000만원/PY), 전용84㎡ 12억원(3,600만원/PY)과 래미안크레시티 전용59㎡ 11억원(4,300만원/PY), 전용84㎡ 13억원(3,800만원/PY)는 이 지역 신축 대단지 가격이 전혀 타지역에 뒤지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두 단지는 이미 지어진 지 7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신축이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을 만한 이슈는 별로 없다.
바로 옆 래미안미드카운티(1,009호), 답십리파크자이(802호)는 앞의 두 단지보다 훨씬 신축 단지이다. 전용59㎡ 10.5억원(4,200만원/PY), 전용84㎡ 13억원(3,800만원/PY)은 두 단지 모두 비슷하다. 그런데, 신축보다 오히려 대단지 가격이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신축아파트 희소성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만, 연식에 큰 차이가 없는 경우라면 어디를 더 선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전농/답십리는 재개발이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아파트들이 상당히 많은데, 구축단지들의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다. 1992년 입주한 전농우성(1,234호), 그리고 2000년 입주한 전농SK(1,830호), 답십리청솔우성(1,542호)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단지임에도 가격은 그렇게(?)높지만은 않다.
우선 전농우성부터. 전용59㎡ 매매가 5.5억원(2,400만원/PY), 전용126㎡ 7.5억원(1,800만원/PY)은 바로 인근지역임에도 가격차이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2000년식(式) 전농SK 전용59㎡ 7.5억원(3,000만원/PY), 전용84㎡ 9억원(2,700만원/PY)이나 청솔우성 전용59㎡ 매매가 7억원(3,000만원/PY), 전용84㎡ 8억원(2,400만원/PY)는 준공연수 8년 차이에서 약 20%의 가격차이를 보여준다. 그런데, 여기서 20년의 시간 간격을 반영하면 추가로 약 30%의 가격 차이가 더 나타난다.
다른 지역에서도 신축과 구축 간의 이러한 가격차이는 나기 마련이지만 50% 가까운 가격흐름은 과하다고도 볼 수 있다. 서울 주택부족상황에서도 이러한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집보다는 바로 옆 신축아파트가 그저 ‘신포도’처럼 보일 뿐이다.
청량리역 인근은 이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서울의 부도심이 되었다. 물론, 예전부터 지금까지 청량리는 대표 부도심이었지만 애써 폄하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청량리역 해링턴플레이스(청량리3구역), 롯데캐슬 SKY-L65(청량리4구역),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으로 대표되는 3대장의 출현이 청량리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는데, 전매금지기간이라 정확한 가격은 파악할 수 없지만 누구나 예상하는 대로 그 당시 분양가 수준은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3대장의 당시 공급가는 해링턴플레이스(2,491만원/PY), 한양수자인192(2,834만원/PY), 롯데캐슬 SKY-L65(2,858만원/PY)의 가격은 앞에서 봤던 전농/답십리 신축가격의 65%에 불과하다.
길 건너 용두동에 가보자. 래미안허브리츠 전용59㎡ 10억원(4,100만원/PY), 전용84㎡ 11.5억원(3,400만원/PY), 전용114㎡ 12억원(2,600만원/PY)는 생각이 많아지는 가격흐름이다. 굳이 작은 집에 사는 걸 원하는 축소지향 성향이 아니라면, 주택구입에 10억원이라는 금액을 이미 상정하고 있는 경우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생각이 깊어지는 순간이다.
길 건너 용두5구역 재개발로 진행 중인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 전용59㎡ 11.5억원(4,700만원/PY), 전용84㎡ 12억원(3,700만원/PY)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전용84㎡ 매도호가로는 14억원도 확인할 수 있지만 과한 사례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어 제외했다) 동대문구의 인기란 이제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다.
조금 더 올라가보자. 최근 휘경에도 신축이 대거 공급되었다. 바로 휘경SK뷰다. 전용59㎡ 매매가 9억원(3,700만원/PY), 전용84㎡ 12억원(3,500만원/PY)이다. 바로 길 건너 휘경동양 전용84㎡ 매매가 7억원(2,100만원/PY)와의 괴리는 상당하다. 조금 전 전농에서도 확인한 가격 격차 이상이다.
장안동으로 가보면, 아까 용두동에서 확인되었던 모습이 재현된다. 장안힐스테이트 전용59㎡ 매매가 8억원(3,400만원/PY), 전용84㎡ 9.5억원(2,900만원/PY)이나 바로 옆 장안삼성래미안2차 전용64㎡ 매매가 8억원(3,200만원/PY), 전용81㎡ 9억원(3,000만원/PY)의 가격은 엇비슷하다.
성북구로 가보자. 성북구는 동대문구와 달리 지하철4호선의 혜택을 받고 있다. 최근 생긴 우이신설 경전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4호선 지하철은 성북구를 관통한다. 여기에 지하철6호선이 동측을 지난다. 여기에 본격착공한 경전철 동북선도 준비중이다. 이미 4호선을 이용해 도심접근성이 좋은 지역이 더욱 교통개선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언젠가 GTX-C도 광운대역에 서게 될 것이다. 그 언젠가는
성북을 대표하는 길음으로 가보자. 길음, 길음, 길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길음의 인상이 강하다. 물론, 잘 아는 사람들은 성북동 부촌을 떠올릴 수 있지만, 그 곳은 이미 넘사벽의 영역이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자.
서울시 뉴타운의 대표격인 길음뉴타운은 예전 길음의 이미지를 한 번에 바꿀 만큼 천지개벽을 가져온 결과물이다. 이중 가장 먼저 입주한 길음래미안1차(2003년 준공) 전용 59㎡ 매매가 8억원(3,300만원/PY), 전용84㎡ 10억원(3,100만원/PY)는 시작에 불과하다.
2010년 준공된 9단지 래미안 전용59㎡ 매매가 9.4억원(3,900만원/PY), 전용84㎡ 10.5억원(3,200만원/PY), 그리고 길 건너 최근 입주한 래미안 길음센터피스 전용59㎡ 매매가 11억원(4,300만원/PY), 전용84㎡ 14억원(4,000만원/PY)는 길음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설명한다. 바로 옆 길음1재개발로 공사중인 롯데캐슬클라시아도 가격은 유사하다. 이제 길음의 가격이란 이 수준인 것이다.
바로 옆 장위로 가보자.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 전용84㎡ 11억원(3,200만원/PY) 모두 가격은 유사하다. 바로 옆 꿈의숲아이파크 전용84㎡는 12억원(3,500만원/PY)수준이다. 길음 못지 않게 장위도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장위를 보다 보면 바로 옆 석관동 대표단지인 석관 두산위브는 전용84 매매가 8억원(2,500만원/PY) 수준이다.
장위에서 조금 올라간 정릉은 조금 가격이 저렴하다. 정릉풍림아이원 전용59㎡ 매매가 6억원(2,400만원/PY), 전용84㎡ 6.5억원(2,000만원/PY)는 조금 전 동대문구 구축가격에서 확인한 것보다도 저렴하다. 정릉힐스테이트3차, 정릉e편한세상1차도 전용84㎡ 기준 매매가 7억원(2,000만원/PY)선이다. 길음에서 조금 내려온 돈암동도 가격은 타 지역대비 조금 편하다. 돈암동 대표단지인 한신한신 전용84㎡ 매매가 7.5억원(2,300만원/PY)은 돈암동 가격을 잘 설명한다. 인근 돈암삼성 전용84㎡ 매매가 7억원(2,100만원/PY)도 비슷한 가격대다.
동대문구와 성북구, 도심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은 서울 동북지역이다. 그런데, 이 지역의 신축가격만 바라봐서는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가
글.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이사
'대한민국 아파트 부의 지도' 저자
'대한민국 부동산 대전망' 저자
前 매경/한경 Best Analyst
前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2014~2019)
前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2011~2014)
前 대우조선해양 미래연구소(2006~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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