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 독일의 사례로 미리보기
직방 2020.08.21 11:49 신고임대차3법 통과 이후 주택임대 시장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임대차3법의 핵심은 잘 알려진 바와 기존에 2년이던 임차인 보호기간을 2+2년으로 연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의 도입과 더불어 임대료의 상승폭을 5%로 제한하는 상한제 도입이다. 적용 대상이 되는 임차인으로서는 보다 안정된 거주여건을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임대인, 특히 신축아파트 입주장에서 2년 후를 기약하면서 저렴하게 전세로 잔금을 맞춘 경우에는 다시 2년을 기다려야 하는 갑갑한 상황이 되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일단 4년 동안의 권리는 법률적으로 보장받았지만 그 이후 임대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존의 임대시장에 통용되던 각종 관행들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변동성이 높아졌는데 이것이 과연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좋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임대료 상승을 제약 받은 임대인 입장에서는 4년 간의 상승폭을 일시에 만회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임대료 급등이 향후 나타날 가능성은 높다. 실제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경우 표준임대료 도입을 통해 가격자체를 통제하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처하기 위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전세계적으로 자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에 대해 다른 국가에 비해 대처를 잘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가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이, 유럽에서는 독일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세입자 권리 강화의 모델은 독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이 완만하여 굳이 집을 소유하려는 경향이 약하며, 세입자 권리가 잘 보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한번 임차인이 되면 10년 넘게 한 집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르지 않는 주택가격, 안정된 임대시장의 존재는 주택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천국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모두에게 허용되는 것은 아니고 안정된 수익과 양호한 임대료 납부 실적 등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는 점은 그 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 또한 모든 주택이 이러한 규제의 대대상 되는 것은 아니다. 신규 주택 건설을 촉진하기 위하여 10년 이하의 주택에 대해서는 임대료 상한을 비롯한 각종 규제가 적용되지 않으며, 기존 주택의 경우에도 태양광 설치 및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리노베이션 등이 이루어질 경우 임차인의 권리는 보장되지 않아 이와 관련한 분쟁도 종종 일어나곤 한다.
균형발전이 잘 이루어진 독일이지만 2009년 이후 7대 도시(베를린, 함부르크, 뒤셀도르플, 쾰른, 뮌헨.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의 주택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도이치방크(Deutsche Bank)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7대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123.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며 특히 뮌헨의 경우 178%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상승세는 같은 기간 66% 상승한 런던, 30% 상승한 뉴욕 맨하튼 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독일이라는 환상은 최소한 대도시에서는 무너진 지 오래인 것이다.
독일의 대도시 주택가격 상승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자료는 Financial Times)
독일 정부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하여 2021년까지 150만 가구의 대규모 신규주택을 건설하여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고자 하였으나 도이치방크는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 전망하면서 최소한 2022년까지는 주택시장의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일의 수도는 베를린이다. 베를린은 최근 10년동안 인구가 340만에서 370만으로 증가하였다. 인구증가는 필연적으로 주택가격 및 임대료 상승을 가져오고 있다. 2013년 베를린 주택가격의 평균가격은 m2당 2,526유로(약 352만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5,000유로(약697만원)으로 거의 2배 가까이 상승하였다. 베를린의 특정 지역이 아닌 평균가격임을 감안해보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가격상승은 훨씬 높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베를린의 경우 전체 인구의 85%는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개인이 임대하는 주택도 있지만 상당수 주택은 전문주택임대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통독 이후 통일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대량으로 매각한 임대주택을 사들인 이들 임대전문회사들은 10만 단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규모 임대주택의 존재는 안정적인 주거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으나 인구증가로 인한 수요의 증가는 임대료의 급등을 가져왔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임대료의 급등은 청년층과 노년층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ING Germany의 분석에 따르면 25~34세 연령대의 경우 1/3이,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13%가 주택 임대료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1~3%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 등으로 인해 2020년 상반기 한때 주택 매매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가격이 하락하기도 하였으나 유럽 국가들 가운데 코로나19에 대해 제일 잘 대처하고 있음이 알려지면서 독일에 주택을 사놓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독일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다시 급등하고 있다. 함부르크의 경우 1910년에 지어진 방4개짜리의 아파트가 265만유로(약37억원)에 거래되는 등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EU탈퇴 이후 유럽의 금융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m2당 임대료가 최대 500유로(약70만원)까지 상승하고 있으며, 방2개짜리 신축 아파트의 경우 150만유로(약21억원)에 매매되고 있다.
항상 우리의 모델이자 부러움의 대상이던 독일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것이 대한민국이 그만큼 성장했음을 증명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수도권의 경우 지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하여 2019년에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서울, 인천, 경기도에 거주하는 시대가 되었다. 베를린의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요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가격상승을 초래한다. 특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상승의 주기는 길어지며 이는 매매뿐만 아니라 임대시장의 불안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뭔가 화끈한 대책을 요구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우리가 특별히 무엇인가를 못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현명하다 것을 독일의 사례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국민, 특히 수도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고 괴로운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