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점, 휴지 조각됐다…역차별에 분노하는 장년층
경제만랩 2021.01.28 06:02 신고
| 청약가점 열심히 모으면 뭐하나…청약제도 개편은 역차별이다
"청약가점 쌓아온 게 의미가 없어진 것 같아요. 10년동안 무주택을 지내면서 청약가점을 열심히 쌓았는데 이제는 젊은 신혼부부들을 위해 특별공급 혜택을 주니, 그동안 청약가점을 모아온 게 바보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젊은 세대들에게 현재 우리(중·장년층들)처럼 전세로 거주하면서 열심히 청약가점을 모아 내 집 마련을 위해 준비해야 된다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갑자기 청약제도를 바꿔 내 집 마련 기회를 뺏는 것은 역차별입니다."
# 청약을 위해 가점을 꾸준히 모아온 50대 김준호씨는 새로 개선된 청약제도를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정부가 공공주택에 있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늘리고, 민간주택도 확대시킨다는 내용의 청약제도를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청약 가점에 대한 경쟁률이 더욱 높아져 내 집 마련 기회가 더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 높아진 청약가점…상대적으로 청약가점 낮은 2030세대, 내 집 마련 길 없다
그 동안 청약시장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면적 85㎡이하 주택은 모두 가점제로 선발해 청약가점이 높은 사람이 당첨 기회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무주택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 청약 가점이 상대적으로 높은 20~30세대보다 40대 이상의 청약자들에게 유리해 2~30세대들의 청약당첨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서울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면 청약가점이 60점을 넘어야 한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총 31개 민영아파트 단지의 청약당첨 평균가점은 60.5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19년(55.4점)에 비해 5.1점 상승한 것입니다. 이렇게 청약가점이 60점을 넘으려면 3인 가구(15점)가 무주택 기간을 15년(32점)보내야 하고, 청약통장 가입기간도 15년(17점)을 해야 간신히 청약을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늘로 치솟고 있는데 청약가점도 낮은 2030세대들이 내 집 마련에 불안해지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자금을 마련) 하여 아파트를 사들이는 이른바 ‘패닉바잉(공황구매)’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2030세대가 사들인 전국 아파트 건수는 27만 2638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19년 15만 4312건과 비교하면 1년동안 76.7%나 상승한 것입니다. 이렇게 젊은층세대들이 무리하게 내 집 마련을 하자, 정부는 이 같은 현상을 막기위해 청약제도에 칼을 뽑아든 것입니다.
| 생애최초 특공, 이제는 민간주택에서도 받는다
지난해 9월 29일 정부는 사회적 약자와 신혼부부를 위해 청약제도를 대폭 개선했습니다. 그 중 가장 화근이 되는 것은 생애최초 특별공급입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말 그대로 태어나서 처음 집을 마련하는 사람에게, 새 아파트의 전체 물량 중 일부분을 따로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특별공급은 살면서 딱 한 번 누릴 수 있는데요. 이는 국민주택(LH나 SH같은 공기업, 정부·지자체가 건설한 가구당 면적 85㎡이하 주택)에만 포함되어 있는데, 이번에 국민주택 공급물량이 20%에서 25%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자이, 힐스테이트, 캐슬 같은 민영주택 물량도 신규로 추가되면서 민간택지의 7%, 공공택지 분양물량의 15%까지 공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 가점제 믿고 열심히 기다렸는데…청약가점 휴지조각 될 판
정부가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해 특별공급 기준을 낮추고 젊은 세대들에게 청약기회를 확대시키자 일각에서는 ‘로또분양 조장과 역차별 정책’이라고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생애최초 수요자의 청약당첨 기회가 많아질 경우 기존 청약을 하려던 사람들도 청약시장에 몰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당장 주택물량이 단기에 대폭 늘리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집이 없는 장년층이나 무리하게 대출받아 내 집 마련한 1주택자 또는 아파트를 못 사고 다세대주택 등을 마련한 사람들이 청약제도 개편이 역차별로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젊은 세대들의 내 집 마련을 해결하기 위해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마련했지만, 결국 한정적인 아파트 공급물량에 일반 분양물량만 줄어들어서 오랜 기간 무주택자로 청약가점을 쌓아온 중·장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날리는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주택공급 증가 없이 공급비중은 세대간 분열만 더 커질 수 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커지자 정부에서는 역차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국토부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경우 결혼했거나 자녀가 있어야 하고, 청약 저축액, 소득세 납부 등의 요건이 있어 40대 이상 당첨자도 나오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생애최초 특공으로 특별공급 비중은 확대됐고, 일반 분양물량은 줄어든 만큼, 일반 분양에 대한 청약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서울 새 아파트 분양 물량은 급감하면서 세대간 갈등도 확대될 수도 있는데요. 결국엔 생애최초라는 명분하에 성실하고 당당히 쌓아온 청약가점의 공정성을 저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끝으로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아파트 전체 공급물량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아파트 공급비중을 수정하는 것은 결국엔 세대 간 분열만 불러온 것입니다. 결국엔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 것인데. 재개발이나 재건축 완화 등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려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한 내 집 마련 기회를 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