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변두리땅, 고덕강일2지구 반값아파트 현장에 가다.
리얼투데이 2023.02.24 09:41 신고
요즘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SH공사가 ‘고덕강일2지구’에 짓는 ‘고덕강일3단지’인 듯싶다.
서울에서 반값아파트라는 타이틀을 걸고 10년만에 등장하는 아파트인 데다가 강남권에 지어진다는 점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해 보인다.
이런 이유로 ‘고덕강일3단지’는 메스컴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반값아파트인 ‘토지임대부주택’은 과거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가며 맛봤던 만큼 흥미진진한 소재거리다. 또 토지는 LH나 SH 등 공공기관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독특한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새로 마련한 공공분양형태 중 나눔형주택도 고덕강일3단지 분양 성패에 따라 운명의 갈림길에 설수 있다. 서울에선 나눔형주택을 토지임대부주택 형태로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 고덕강일2지구 도로망은 양호, 택지지구의 매력은 ‘글쎄’
화제의 중심에 선 ‘고덕강일2지구’와 ‘아파트 건설현장’을 직접 다녀왔다.
서울 강남구에서 출발해 고덕강일2지구까지 이동하는 데 대략 40분가량 소요됐다. 고덕강일지구는 올림픽대로와 접해 있어 쉽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올림픽대로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모두 고덕강일2지구를 지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광역도로망은 잘 갖춰져 있는 듯 보인다.
고덕강일2지구는 강남권이라고 하기엔 무색할 정도로 대도시의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흔히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지구에서 보던 화려함도 없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 분위기만 물씬 풍겼다. 성냥갑 아파트들만이 블록과 동선을 따라 나열돼 있을 뿐이다. 요즘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복도형 아파트도 이 곳에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SH가 택지개발부터 아파트 건립까지 모두 관여한 데다가 임대물량이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질’보단 ‘양’에 치중된 느낌이 강하다. 또 고덕강일지구는 과거 반값아파트 건립을 위해 만들었던 보금자리주택지구(現 공공주택지구)내에 개발된 점도 도시의 역량을 키우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버스노선 확충이 필요한 고덕강일지구 버스정류장]
고덕강일2지구의 가장 아쉬운 점은 대중교통여건이다. 고덕강일2지구 주변엔 지하철 역사가 단 한 곳도 없다. 마땅한 대중교통수단은 버스 외에 없는 셈이다. 아직 버스노선과 정차횟수도 많지 않아 입주민들은 어느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할 듯싶다.
■ 학세권·공세권 아파트 고덕강일3단지…’먼지’와 ‘소음’은 약점
다음달 분양을 시작하는 ‘토지임대부주택 고덕강일3단지’ 현장도 다녀왔다. 고덕강일3단지의 최대 강점은 교육여건과 공원접근성이다. 단지 북쪽 가까이에 강빛초·중학교(병설유치원)가 있어 어린 자녀들의 안전한 통학이 가능할 전망이다. 단지 바로 동쪽엔 구립도서관인 ‘북카페도서관(다독다독)’이 위치해 있다. 특히, 서울 학군에 포함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단지 바로 북쪽엔 근린공원으로 형성돼 있어 입주민들은 집 앞에서도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 한강 능선에 따라 연결된 대규모공원인 ‘미사한강공원’과 ‘한강둔치’도 근거리에 있다.
고덕강일2지구의 상업용지의 규모가 작아 다양한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다만 고덕강일2지구 바로 옆에 하남미사강변도시가 있어 상업·서비스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으므로 큰 불편함은 없어 보인다.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주변을 공원이 둘러 싸고 있음에도 쾌적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아파트는 차량통행이 항상 많은 서울양양고속도로(올림픽대로 연계구간)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와 맞닿아 있다. 두 곳의 고속도로가 만나는 강일IC도 주변에 있다.
일반도로가 아닌 고속도로 주변에 아파트가 지어지므로 차량 소음과 먼지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단지 서쪽 방면에 방음벽이 설치돼 있긴 하다. 하지만 고층으로 올라갈 수록 방음벽의 효과가 미비해지므로 입주민의 차량소음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 건물 값만 3억5,500만원…’월차임’까지 지불하는데 ‘반값아파트’라고?
고덕강일3단지는 토지임대부주택으로 공급된다. 땅은 여전히 SH가 소유하면서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토지와 건축물을 한 몸으로 보는 부동산시장 관례를 깼다는 점에선 새로운 시도로 비춰질 수도 있다. 중산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주택을 서민들도 매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토지 소유권을 확보 못하는 대신 매달 토지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반쪽짜리 아파트라는 오명까지 떠안은 이유다.
서울 고덕강일3단지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의 추정분양가는 전용 59㎡ 기준 3억5,500만원이다. 단순히 주변 시세와 비교해보면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절반수준은 맞다.
국토부 실거래가자료에 따르면 고덕강일3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강동리버스트 4단지(2020년8월 입주)’ 전용 59㎡A형이 지난 9일, 7억3,700만원(11층)에 거래됐다. 현재 네이버부동산에선 7억~8억원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토지임대료를 감안하면 별로 실익이 없어 보인다. 주변 월세시세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매달 토지임대료 명목으로 40만 원가량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상권 명목으로 매달 납부해야 하는 토지임대료를 더하면 주변 아파트 월세 수준과 비슷해 진다. 고덕강일3단지 추정토지임대료는 월 40만1,000원(분양가 3억5,500만원)이다. 지난 해 11월, 강동리버스트4단지 전용 59㎡A형이 보증금 3억원에 월차임 40만원으로 2건(4층, 8층)의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현재 네이버부동산에도 보증금 3억원에 월차임 50만원의 임대차 물건도 나와 있는 상태다.
실질적으로 ‘취득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까지 고려하면 월세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할 수도 있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비나 각종 옵션까지 포함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또 일반적인 전·월세는 임대인이 수선유지의무(보일러, 상하수도 등)를 갖지만 ‘토지임대부주택’은 예외다. 건물은 수분양자 소유이므로 본인이 직접 수선유지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 고덕강일3단지 입주 시 월 최대 140만원가량 지불해야
자본력이 약한 청년층이나 사회초년생 등에게는 ‘고덕강일3단지’ 청약을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매달 지급해야하는 주거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리얼투데이가 전용 59㎡형 월납입추정금액을 계산해본 결과 월 최대 약 142만원가량 지불해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가 3억5,500만원인 점을 감안했을 때 최대 80%까지 초저금리로 최장 40년간 대출을 받아 볼 수 있다.
단순 계산했을 때 대출금은 최대 2억8,400만원까지 나온다. 원리금 균등상환방식으로 40년간 납부할 경우 이자만 총 2억원이 넘어선다. 1회차 상환금액(1개월 기준)은 100만원을 웃돈다. 월세(40만원)까지 포함하면 140만원의 주거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지불해야할 돈은 더욱 늘어난다. 주거비용의 부담이 너무 커지는 셈이다. 따라서 자신의 자본금과 소득수준, 대출상환능력, 임대료까지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청약여부를 결정해야 한다.